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간절함

by 아이리스 H

양안복 씨?

이제 그만 서성거리시고

갈까? 말까 망설이지 마시고

제발 돌아가세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양안 복시를

데리고 2월 14일 코시국을 뚫고

한국으로 잠시 귀국했다.

60일간의 짧은 병원 투병을 함께하며

양안 복시(물건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현상)를

잡으려고 별별 검사를 다했다.

하지만 양안 복시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대학병원에 가도 양안 복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좌우 복시가 있고, 상하 복시가 있는데

남편은 상하 복시이고 신경이 눌린 상태라

수술도 안되고 신경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다.

무작정 시간이 흐르고 몸이 회복되면

양안 복시가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온통 우울감으로 엉망이 되었다.

다행히 시력은 0.7 좋은 상태였다.

몸상태는 심장 쪽 약을 먹어서 기운이 없고

마음은 오로 락 내리락 롤러코스트를 탔다.

집 나간 입맛으로 음식도 먹는 둥 마는 둥

의욕상실, 식욕상실 겨우 숨만 쉬었다.


지켜보는 나도 힘든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애써 감정을 추슬러 웃음을 보이려 해도

무거운 공기에 눌려 눈치를 살폈다.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어서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 계신 안과 진료를

다시 받아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도 여러 가지 눈 검사를 거쳤지만

뇌에 이상이 없고, 시력도 나쁜 편이 아니며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에 의한 것이라

한쪽 눈 마비가 풀려야 한다며

고치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복시가 불편하시면 한쪽 눈을 가리고 살라며

궁예 모드를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액구선장도 아니고... 웃긴데 슬프다.

우울감은 더욱 커졌다.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양안 복시가 너무 미웠다.


양안 복씨?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간절함에 하나님 , 부처님, 천지신명님... 을

찾으며 매달렸다.




어금니를 꽉 물고 기다림을 가졌다.

언제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가져야 할까?

눈에도 좋고,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 먹었다. 굼벵이즙과 민들레 뿌리

한약에 유산균과 여주 가루, 과일, 야채

추어탕, 장어, 소고기 등...


양안 복시? 어서 나와 봐요.


답답함에 안경원을 찾아 눈 검사를 또 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도 해야 하고

혼자서 두 가지 일을 해내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도

돌아가야 하는데... 양안 복시는 떠날 생각이 없다.


정상으로 눈이 돌아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프리즘 플러스 초점 돋보기까지 결합된 안경을

을 맞추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받았다.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마음이 누그러진듯했다.


과연 안경이 도움이 될까?


일주일 후, 마법의 안경이 도착했다.

세상을 다 얻은 듯 즐거운 마음이다.

그런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그 안경이

맞지 않아 이틀 만에 재방문을 하게 되었다.


다시 검사를 하고, 두 개의 프리즘 안경으로

먼 거리용과 돋보기용으로 교체해주겠다며

일주일을 또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림에 이제 너무 익숙해졌다.

4월 4일 안경 두 개를 찾아와 3일 정도

열심히 쓰고 벗고 관찰자가 되어 지켜보았다.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였다. 이곳저곳 어디든

꽃구경도 가고, 바다도 가고, 추억의 장소도 갔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듯했다.

양안 복시가 올 때 갑자기 반갑지 않게

아무런 징조도 없이 왔듯이 갈 때도 아무 말 없이

돌아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4월 8일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눈이 이상해"

"어허! 눈이 눈이 잘 보여" 안경을 벗었는데도

양안 복시가 떠나고 정상으로 돌아왔나 봐...

기적처럼 눈이 돌아오고 있었다.


두세 달 걸릴 수도 있고, 평생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던 양안 복시가 드디어 돌아가다니...

3개월 만이다.




거금을 주고 맞춘 프리즘 안경과 돋보기는

3일 만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책상 위에 방치되었다.

심히 아깝다. 복시가 돌아간 것은 기뻤지만

기다림을 견디지 못한 조바심으로

프리즘 안경을 썼던 남편도 이렇게 빨리

자연적으로 돌아간 양안 복시를 신기해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봄비에 와르르

떨어져 연분홍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꽃길만 걷는 건가? 다시 안경원에 갔다.

"참 미안한데요. 복시가 돌아오고 있어서

프리즘 안경이 소용이 없게 되었는데

겨우 3일 쓰고 반품하려니 애매하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선뜻 우리의 마음을 읽어주시고...

"참 좋은 일이네요. 축하드립니다."

환불은 어렵고 저희가 선글라스와 돋보기로

교환을 해드릴게요. 더운 나라 가셔서

실용적으로 쓰시면 좋을 듯합니다.


두세 번 번거롭게 한 손님에게도

친절하게 끝까지 도움을 주신 안경원 직원분들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마음의 평안을

찾았고 우리는 기뻤다. 그동안의 고생을

봄바람과 꽃잎에 실어 훨훨 날려 보냈다.


건강을 위해 자연주의 밥상을 차렸고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명상을 했으며

잠을 잘 자려고 많이 움직이며 운동했고

마음의 평안을 위해 음악을 들었다.

도시락을 싸들고 햇빛 샤워를 하며 걸었고

양안 복시를 끌어안고 많이 울었다.



"양안 복시,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부활절 주말 오후 당진 신리성지를 찾았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 그곳은 우리를

두 팔 벌려 반겨주었다.


내 비록 아무 말하지 않아도
그대 내 마음 짐작하고
그대 비록 입 열어 말 이루지 않아도
나 그대 마음 이미 알고도 남지요

나태주, 시간의 쉼표 중...

당진 신리성지


이제부터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나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내라고

한번 더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선글라스 속 남편의 눈물이 보였다.

감사와 행복의 눈물이었다.

난 간절함이 만든 기적을 믿는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때가 온다.

그때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내 안에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가 있었는지?

이제라도 토닥토닥해주길 바란다.


양안 복시는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감사의 마음을 내려놓은곳 신리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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