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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속에 행복이 숨어 있더라!
06화
세브란스에서 밤새브러스
어째 이런 일이....
by
아이리스 H
Oct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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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첫 주말
식탁 위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궁금했지만
전화받기를
잠시 미루었다.
그런데 또다시 울린다.
카톡도
계속 이어진다.
무슨 일이지?
뽀송뽀송 깨끗해진 주방을
만족해하며
따스한 꿀차 한잔을
들고
식탁에 앉아
여유로운 주말을 즐기며
성경 책 (전도서)를
필사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걸려온 전화 한 통은 한순간에
나를 불행의 늪으로 끌고 갔지만
워워... 침착하게 대처했다.
어째 이런 일이...
"누나 누나 큰일 났어
~
"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전화 좀 받던지? 톡을 확인하던지?
"
다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막내남동생의
전화였다.
한국에 있는 큰아들이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보호자 사인이 없어 수술대기 중 이란다.
뭐라고?
오
마이 갓....
아들이 피를 토하고 있다고 한다
.
그리고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단 가까운 보호자를 찾아서
보내야
했다
.
첫째 남동생이 남양주에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급하게
이동 중이나
주말이라 이곳저곳
행사가 많아 차가 엄청 막혔다고 한다.
1분 1초가 소중한 타이밍...
우리 가족은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 중이라
한국으로 최대한 빨리 간다 해도 생명을
지켜낼 방법이 없었다.
큰아들만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추석 연휴 끝 주말의 평온함을 깨고 말았다.
긴박했던 시간들..,,
아들은 오래간만에 서울 신촌에서 친구들과
만났고 치맥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목 넘김이 불편한 것을 먹고 뱉어
내려다 그냥 맥주와 함께 꿀꺽 삼켰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음식을 더 먹었고....
다음날 아침
빈속에 운전을 하고 집으로 혼자서 돌아가던 길 갑자기 피가 울컥 나오며 운전을 멈추었다고 한다. 길가 어디쯤에 차를 주차시키고 내렸는데
다시 피를 토했고... 지나가던 아주머니는
아들에게 다가와 괜찮냐? 119를 부르자며
엠블런스를 불러 주셨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밤 비행기를 타고
일요일 새벽 5시에
도착했다.
한국의 새벽은 차갑게 나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나의 마음과 손을 잡아준 듯....
평안했다.
기막히고 황당했던 몇 시간을 눈물로 기도하며
챙겨 온 우황첨심환 액체를
반쯤
마시고 남편이
챙겨준 초콜릿 3개 중 1개를 먹었고, 기내식으로
나온 음식을 조금 먹었을 뿐이다.
큰 케리어 가방을 밀고 도착한 병원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
1년 6개월 만의 아들과 극적상봉이다.
아들이 살아있다. 아들이... 응급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졌다
.
커튼을 걷히고
아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들도
나도 울먹였다.
잠시 정지화면이 되었다.
손을 잡아보니 링거 꼽은 부위가
벌겋다.
환자복에 남아있는 혈흔이
숨
가쁘게 지난
시간들을
말해주는 듯했다.
아들도 엄마도 병원은 처음이다. 서른 살 아들의
보호자로 병실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어찌 된
일이냐... 애써
묻지 않았다.
아들은 맑은 유동식을 먹은 후 누웠다.
진짜 맑은 유동식
각박하고 험한 세상 남의 일에 관심 없는
이기적인 세상 속에도
곳곳에 숨어있는 마음이 따뜻하고 고운분들이 세상에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그렇게 아들과 엄마는 처음으로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고 서툴고 어색한 병원생활은 여러 가지 불편함으로 힘겨웠다. 아들은 그럼에도
오랜만에 정신없이 잠을 쏟아냈고, 나도 보호자 침상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하늘은 어찌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가을이다.
이런 날에 병상에서 생과사를 오갔던 아들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니 애처롭기만 하다.
자신도 얼마나 놀랐을까?
젊음 하나로 건강을 자신하며 살았는데...
피투성이가 된 옷가지와
신발을 보니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식도와 위 사이를 3센티나 찢고 내려간
이 물질이 정말 미웠다.
기도해 주시고 염려해 주신 교회식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연약한 나를 강하게 하는 시간들이
너무
더디게 갔다. 아들의 팔뚝에 꼽힌 주삿바늘의
숫자가 늘어가고 아들 곁에서 24시간 머물며
함께
하고 있음이 너무너무 소중했다.
떨어져 있어서 못다 한 말들과 서운함을 어찌 다
풀어낼 수 있을까? 이렇게라도 응급상황이 아니
었으면 나도 아들도 그럭저럭 밋밋하게 서로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며 지냈을 것이다.
아들의 소변을 받아 체크하고
물 한 컵을
마셔도
체크하고
수시로 간호사들이 혈압과 체온
맥박수와 심전도를 체크하며 분주했다
.
아마존에서 아주 센 모기에 물린 듯 주삿바늘이
지나간 간 흔적들.... 줄줄이 매달린 링거는
아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파숫꾼이었다.
폭식과 과식으로 다스리지 못한 속은 이제
잘 아물길 바란다.
말로리 바이스증후군
이란다
이런 병이 있구나! 처음 알았다. 내속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챙겨야 한다.
4명의 친구들도 놀랐고 아들은 기적처럼
살아났다 당분간 아들은 모든 생활에 절제가
팔요함을 배웠을 것이고 덤으로 사는 인생에서
좋은 일 많이 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길
.
..
엄마가 자신을 야생으로 키웠다며 우리는
세브란스에서 밤
새 브러스 하며
웃는다.
3일간의 사투를 잘 이겨내고 우리는 예상보다
미리 퇴원했다 (이유는 다음 글에서)
집으로 돌아와 죽을 함께 먹으며 다시는
병원에 가지 말자며 꼭꼭 약속했다.
돌아오는 길 하늘이 너무 맑고 청명했다.
모든 음식은 천천히 꼭꼭 씹어서 삼켜야
한다
.
자신을 사랑하며 이웃도 사랑하는 계절
가을이 되길
바란다.
퇴원 하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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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속에 행복이 숨어 있더라!
04
휴가후, 아들이 사표를 냈다.
05
동생이 맨날 이겨?
06
세브란스에서 밤새브러스
07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08
두루뭉실하게 오떼?
눈물속에 행복이 숨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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