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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황 씨!!

보고 싶다!! 벌써~

by 아이리스 H

"언니, 저랑 골프 같이 쳐요" 3년 전 보기 드문 황 씨!! 동생을 알게 되었고 만났다.

"난 초보야,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데... 좀 더 연습한 후에 함께 치자."

"괜찮아요. 저는 1년쯤 쳤는데 샷도 엉망이고 골프 잘 안돼요 언니랑 연습하며 골프 치면 좋을 것 같아요. "

무작정 함께 치자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만나서 연습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 하하호호 친해졌다. "난 골프 코치 선생님만 벌써 4번째 바뀌었어요. 그런데 언니는 코치 한분에게만 레슨 받고 진짜 잘 치네요. 정말 대단해요. 골프 신동이에요 ㅎㅎ"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라고 했던가? 기분이 좋다.



"남편이 골프 잔소리 대마왕이야. 집에서 소파에서 하다못해 침대에서도 어드레스부터 그립 잡는 거, 힘 빼는 거, 임팩트 구간까지 골프에 대해 귀신이거든 그래서 머리 올리고 필드 나가서도 엄청 혼나고 힘들게 터득한 거야" 한의원으로 물리치료실로 통증 크리닉으로 약 먹고 영양제 먹고 목숨 걸고 배운 골프라고 힘주어 말하며 호호호 하하하 골프는 미친 짓이여!! 하지만 지금 난 골프와 사랑에 빠진 게 확실하다. 스크린 가는 것도, 연습장 가는 것도, 필드에 가는 것도, 골프 갈 생각만 하면 설레고 신이 나기 때문이다.


처음 골프채를 중고로 받아두고 1년 묵혔고, 골프웨어를 사서 1년 묵혔고, 배울까? 말까? 여러 번 고민했고 , 늦었지만 이제야 날개를 달고 신나게 라운딩하고 있다는 게 기적이다. 게다가 보기 드문 황 씨! 를 하노이에서 만나 우리는 서로 골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서로 얻게 되었다. 실력도 당연 늘었다.

살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거라지만 함께 실수 샷에 웃어주고 잘 치면 춤춰주고 힘들 때 용기를 북돋우며 으쌰 으쌰 우리는 아마추어 골퍼지만 ㅎㅎ 늘 프로처럼 나이스 샷을 외쳐주며 꼬박 2년 넘게 골프와 함께 동고동락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따뜻한 칼국수를 먹었고 쨍한 날에는 필드로 나가 잔디를 밟으며 샷을 날리고 달달한 과일도 먹고 소풍 나온 사람처럼 즐겁게 라운딩을 하였다. 지칠 무렵 비타 5백으로 피로도 풀고 가끔은 골프웨어 색깔도 맞춰 입고 인증샷도 찍으며 엔도르핀을 저축했다.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버디도 파 도 해냈다. 맛난 함박 가스와 돈가스처럼 맛있고 달콤했던 시간들은 그렇게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2021년 1월 20일 보기 드문 황 씨 동생은 남편을 따라 6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난 가기 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미리 맛있는 밥과 편지를 건네주고 다음에 한국 가면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동안 고마웠어 동생아 ~함께 골프 치며 즐겁고 행복했어" 나이는 어리지만 늘 언니처럼 챙겨주고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던 마음 넓고 착한 동생이 벌써 그립고 보고 싶다. 가기 전 보스턴백을 선물해주고 갔다. 형부에게도 안부 전해 달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 언니 만나서 감사하고 즐겁게 보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가기 전 톡이 왔다.

우리는 그렇게 골프와 인연이 되어 동생은 한국으로 갔지만 빈자리에 내 새 골프채가 하노이에 도착하여 나를 반겨주었다. 꽁꽁 싸인 비닐을 뜯고 박스 속에 골프 풀세트가 반짝반짝 웃고 있었다.

우아~ 반짝임이 거울 같다. 아까워서 어찌 칠까나?? 너무 좋다. 진짜 좋다. 자랑하는 게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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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은걸 어쩌란 말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려다 패스! 생일선물로 받으려다 패스! 새해 선물로 받으려다 패스! 하고 고민하다 갖게 되었으니 이 정도 이해해 주리라 나를 위한 선물!! 명품백도 관심 없고 무언가 물욕 없던 나에게 골프채는 이상하리만치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최고급도 아니고 중저가 골프채란 사실!!

보기 드문 황 씨! 동생이 봤더라면 둘이 신나게 샷을 날렸을 텐데...


난 둘째라서 늘 언니 옷을 물려받아 입었고 그것이 당연한 거라 생각했었다. 남동생이 둘이나 있으니 늘 많은걸 양보해야 했고 내 꺼를 갖는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결혼 후, 나는 달라졌다. 남편과 아들에게 내 영역 표시를 확실하게 해 두었다. 예쁜 컵은 내 꺼, 금수저 세트도 내 꺼, 화장실이 2개면 한 개는 남성용 한 개는 여성용 엄마 꺼 등.. 이렇게 살기까지 난 조금씩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행복해졌다. 나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수록 남을 귀하게 대접하는 법도 터득했다.

사는 동안 내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 난 모든 물건들을 쓸 수 있는 것을 내어 놓거나 드림하면서 살았다. 누군가 내 것을 갖고 싶어 하면 나는 아낌없이 그 자리에서 그냥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또 새로운 물건들이 들어왔고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이번에 새 골프채는 그런 의미에서 주인을 잘 만나 하노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준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엄동설한을 뚫고 나에게 날아와 준 골프채가 너무 고맙고 좋다.


함께 골프 치던 보기 드문 황 씨! 동생이 떠난 자리를 누가 채울지? 의문이지만 분명 그 자리는 나에게도 새로운 그에게도 행복한 자리임이 틀림없다. 골프 치기 좋은 날 나는 새 골프채를 들고 필드를 누비며 보기 드문 누군가와 커피를 나눠 마시며 하하호호 웃고 있을 것이다. 골프는 컨디션 유지가 비법이다. 공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프로가 아니니 즐기면서 행복하면 되는 거다. 나도 보기 드문 황 씨! 언니가 되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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