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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27. 2022

로컬 미용실에 가는 이유?

두 번째 이야기

편안(便安)하십니까?

괴롭거나 아프거나 힘들지 않고 편하여 좋다.

또는 불안함이나 걱정거리가 없이 편하여 좋다.

영어로는 FeeI at home.


뒷목에 편안할 안을 새긴 여자를 만나러 갔다.

집안에 여자가 있으면 편안함이라죠~~


소통이 자유롭지 않아도 손짓, 발짓, 몸짓, 눈짓으로 통하는 해외 살이 6년 차이다. 코시국 2년 중 한국에서 1년 즈음 지내고,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로컬 미용실에 다시 가기까지 2년쯤의 시간이 흐른 듯하다.


"마담, 마담, 마담~"

"씬짜오? 안녕하세요?"


긴말과 문장이 필요치 않은 사이다. 알고 지낸 지 3년이 넘어갔으니 서로 코로나에 무탈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촉촉이 젖은 서로의 눈빛으로 편안함을 알렸다. 베트남 미용사 부부를 만나 이런 마음이 들다니...


그들도 나도 그저 잘 있었음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난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헤어 스타일 사진을 미리 준비하여 보여 주었고 미용사는 나에게 "오케이" 한마디를 한 후 가위를 잡았다.


소중한 나의 머리카락이 가위손에 의해 싹둑싹둑 잘려나간다. 늘 하던 대로 '레이어드 컷 스타일'이다. 변한 게 있다면 길어진 내 머리요~ 두 팔에 문신이 눈에 들어왔지만 눈을 감고 편안하게 변신을 맡겼다.  


이곳은 내가 베트남에서 3번째 살았던 아파트 1층 상가에 있는 베트남 부부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다. 지금은 내가 사는 곳과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만 난 미용사 부부의 손길이 맘에 들어 이곳을 찾아온다.


남편은 편하게 한국 미용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머리 손질을 하는 게 좋다.  하노이 오자마자 바빴던 일정을 쪼개어 그들을 만나러 갔다.


혹시나 그들이 폐업을 했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찾아갔다.

다행히 그들은 그곳에 잘 있었고, 밍이 (미용사 부부의 딸)까지 함께 있었다.


제법 어린 티를 벗고 많이 컸지만 눈빛이 그대로다. 나는 밍이 손을 잡고 나를 기억하는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체를 한다. 숫자로 베트남어를 가르쳐주던 아이가 이제 영어까지 하고 있다. 7살이다.


밍이 아빠는 그동안 두 팔에 문신을 아름답게 했다. 장미꽃을 꽃병에 꽂을 것이지 ~~ 에궁 팔뚝에 장미꽃을 아름답게 그리고 색칠까지 했네... 밍이 엄마는 뒷목에 문신을 했다.


순수하고 맑은 벳남인 들인데... 문신은 조금 거슬렸다. 코 시국의 복병을 이겨내고자 했던 마음이 전해졌다. 마스크와의 전쟁 , 코로나의 위험, 미용실의 존폐위기, 모든 상황으로부터의 안전과 편안함을 간구하는 마음이 빨간 장미꽃과 편안할 안 한자가 담겨 있었다.

베트남 미용사 부부의 문신(타투)


사진을 찍어보겠노라 부탁을 했더니 해맑은 미소로 응했다. 여전히 나를 적대시하지 않았고, 타국에서 만난 외국인이라는 선입견 없이 늘 백만 불의 미소와 따스함으로 대해주었다.


그들은 코로나의 습격을 문신으로 대처한 듯 내 눈엔 편안해 보였다.


예전 나의 글

'로컬 미용실에 가는 이유'에서 말했듯이 미용실에 가는 이유는 행복이고, 사랑이고, 이다.

손님이 원하는 데로 척척 가위질을 하는 베트남 미용사 부부와 딸의 만남은 늘 설렌다?

변신을 꿈꾸는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기 때문일까?


삶이 오르락내리락 변화무쌍했음에도 이겨냈기에 지금 나는 웃을 수 있고, 안부를 물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그들에게 일일이 다 말하지 않아도 그저 편안함을 미소 한방으로 끝냈다.


머리 컷이 볼수록 맘에 든다. 드라이기를 잡은 부부의 눈빛과 새어 나오는 미소가 아름답다. 벳남어로 둘이서 소곤거린다. 다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내가 오랜만에 다시 오니 너무 반갑고 좋다는 뉘앙스다.


"땀비엣 런 사우 갑"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 바이"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벳남 로컬 미용실에서의 변신은 오늘도 성공적이다. 베트남 미용사 부부가 밍이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이에게도 과자값을 건네고 왔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또 자라나 변신을 꿈꿀 때쯤 나는 또 베트남 로컬미용실을 찾아갈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레이어드 컷을 잘하는 가위손 밍이 아빠가 있는 미용실이 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문신을 온몸에 해도 무섭지 않고 선한 눈빛을 가진 그들이 있어 난 행복한 변신을 하며 살고 있다.

벳남 스타일 ㅎㅎ

사진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짓는다.


문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깨지던 날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그 또한 자신만의 선택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는 저걸 왜? 하며

마땅치 않은 시선으로 대했다.

개성있게 돋보이는 타투(문신)가

조금 편안하게 받아 들여졌다.


두 팔에 타투(문신)을 했든 안 했든

나의 헤어스타일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변신은 좋지만 문신은 아직도 낯설다.

선한 그들의 마음을 문신을 통해 보게 되었다.


6월과 7월이 교차하는 한주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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