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Jul 01. 2022

이 더위에 전기가 나갔다고?

별일 아니에요~^^

14일 만에 다시 찾아간 타이빈은 새롭다.

남편의 일터지만 하노이로 이사 정리가 대충

끝났고 난 여행자처럼 그곳에 따라갔다.


수요일 아침 회사로 향하는 길 통역사의

다급한 전화 한 통이 페이스톡으로 왔다.

공장 직원 (벳남어로 꽁년 )들이 공장 밖에 

우르르 나와 망고나무 아래 앉아 웃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장님 어떡해요? 전기가 나갔어요 "

"뭐라고? 전기 담당하는 곳에 연락해봐"

"법이 없어요 기다리래요"

"아이고? 어쩌냐? 큰일이네"

"일단 기다리고 있어요. 괜찮아요"


에고~ 40도가 넘는 열대야에 옷을 만드는

공장에  전기가 나갔으니 꽁년들은 일을 

할 수도 없고 에어컨도 선풍기도 멈추었으니

자연바람이라도...

회사 앞 망고나무 그늘로 피신을 했단다.


발만 동동 거리는 상황에 그들은 웃고 있다.

사장님은 엑셀을 세게 밟았다. 씩씩 거린다.


"워워 좀 쉬어가라네요~"


회사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ㅠㅠ

이럴 땐 아이스크림이지 ~~~

 아이스크림 가게에 내려달라고 했고 

굳게 잠긴 지갑을 열고 돈을 풀었다.


코로나 이후 꽁년들이 줄었고, 일도 좀 줄어들어

나가야 할 옷들은 급하게 작업하던 중 전기까지

나갔으니 화가 날만 하다. 같이 오길 참 잘했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공장으로 달려갔다.


이미 망고나무 아래에서 기다리던 꽁년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었다. 넉넉하게 샀다.

난 통역사에게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조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공장  앞 망고나무 아래서 공장 직원들...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니...

날도 더운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일을 하는 꽁년들에게 나는 한여름에

나타난 산타할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싱가이 싱가이 (예쁘다 ) 나에게 하는 말?

콩비엣 콩비엣(몰라요 몰라)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그들과 나는 웃고 있었다.

통역사는 긴 머리를 한국스럽게 땋았다.ㅎㅎ


다행히 구름이 잠시 해를 가렸고 하늘은 파랬다.

어른들이 아이스크림을 받고 해맑게 웃는 나라

이런이런 잠시 일을 쉬게 된 것도 좋을 것이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점심 도시락이 배달되어

오늘은 먹고, 놀고, 쉬는 날 


이래 저래 놀고 먹는 타이밍에 그저 웃음이

사장님도 나도 속은 탔지만 웃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오케이! 오케이!  합창을 했다.(윗 사진)

전기가 나갔는데 행복한 미소라니 하하하


망고나무 아래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땀을 식혔다. 

직원들이 빨간 의자를 갖다 주며

길가에서 도시락을 먹자고 말했다.


" 또이 콩안 ( 나 밥 안 먹어 )"


난 이미 아점을 먹은상태였다.하마터면 

여기서 도시락을 먹는 한국여인이 될뻔...


빨간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있다.

밥은 먹지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벼가 베어진 들판을 반찬삼아 웃었다.


소풍 나온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하하하

이들의 순수함을... 사진에 담아두었다.

이날을 기록하며 또 웃게 되었다. 

한국사람은 남편과 나 둘 뿐인 이곳에서


우리는 

이들의 삶을 책임지고 있음에 감사했다.

오전 7시 30분 출근이라 다들 점심식사 후

합법적으로 낮잠을 자는시간이다.

그때였다.


"오늘 모두 조퇴다."


하는 순간 전기가 파바박 들어왔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냉장고가 돌아가고

꺼져있던 전구가 들어왔고 에어컨도 가동되고

미싱 소리가 즐겁게 다시 돌아간다.


늘 당연하고 익숙해서 고마움을 몰랐던 전기다.

이 더위에 전기가 5시간 동안 멈추었었다니...

조퇴 대신 늦은 시간까지 잔업을 하게 되었고

옷 박스는 차질 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베트남은 가끔씩 전기공급이 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러려니 기다린다. 

아무 통보 없이 전기가 나갈 때는

아무 통보 없이 전기가 다시 들어온다.


그들만의 대처법을 오늘 처음 보게 되었다.

답답하고 힘든 상황들이 많지만

별일 아닌 것처럼

느긋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이해할 만큼

나도 어느새 벳남 여인이 되어 있다.


더운 여름 행여 전기가 나가더라도 

아니 선풍기가 고장 나고, 

에어컨이 말썽을 부려도

자연의 바람과 대화하는 인내력을 가져보련다.

한국은 비가 많이 내리고 이곳은 해가 쨍쨍하다.

모두가 다른 여건 다른 상황이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웃는 주말이 되길 바란다.


더워 죽겠다 말고 더워도 살겠다를 외치며...

밥 먹고 가요~~

날도 더운데 전기도 나갔는데...


밥 먹고 가요~~(베트남 타이빈)




작가의 이전글 로컬 미용실에 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