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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05. 2022

공짜가 팡팡 터진 날

배앓이 ~~

6월을 보내기가 못내 아쉬웠나 보다...

4년 차 골퍼는 에어컨 빵빵한 골프스크린 장으로 주말 나들이를 갔다.


버디 잘 잡는 골드 순, 미모 담당 오드리 양, 구력 최고의 따박진, 열심히 따라가는 투투유 이렇게 4명의 골퍼들이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만에 수다 떨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시원하게 공을 날릴생각에 들떠있다.


미모 담당 오드리 양은 선물을 챙겨 오느라 조금 늦었다. 귀임하는 골드 순에게 꼭 필요한 가성비 좋은 선물을 챙겨 왔다. 얼떨결에 나도 공짜 선물을 받게 되었다.


골프스크린장에서 공짜로 주는 삶은 계란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챙겨 먹고 라운딩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은 내 맘을 몰라준다. 오랜만에 왔다고 이러는 건가? 공이 좌 우로 해저드로 벙커로 자꾸 빠진다.


난 필드보다 스크린을 잘 못 친다. 기계치? 시야가 뻥 뚫린 필드에 가면 기분 탓인지 공이 더 잘 맞는다.

구력이 많은 멤버들에게 늘 미안하지만 꼴찌 자리를 지키는 것도 즐겁다.


굿샷~,나이스 샷, 와우 멋져!, 역시나 잘 치네, 어머나, 어떡해, 아이코, 뭐야, 아이고, 와~~~ 러키 샷, 뒤땅, 도로 협찬...

너스레를 떨어주며 재미있게 라운딩을 즐기느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배꼽시계가 요란하다.


한국 귀임 전, 골드 순은 멋진 샷으로 버디 4개를 잡았고, 점심을 쏘기로 했다. 기분 좋게 스크린을 마치고  매생이 수프, 탕수육, 짜장, 짬뽕, 치킨요리, 해물볶음.. 중국음식을 공짜로 거하게 먹었다.


몇 달 만에 먹는 짜장면 이던가? 후루룩 쩝쩝 냠냠!


귀임 준비로 바쁜 골드 순은 점심을 쏘고 손님맞이로 바빠서 집으로 갔고 우리 셋은 스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짜 후식으로 커피나 주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나는 망고 패션푸르츠를 마셨다. 빈대 붙었다(공짜로 얻어먹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배가 너무 부르다면서  야무지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주말 남편은 거실 소파에서 티브이보다 낮잠을 자고 있고, 아들은  방에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낮잠을 자고 있다. 거하게 점심을 먹고 온 게 살짝 미안했지만... 전날 소불고기를 두둑하게 재워둔 것을 먹은 흔적이 있으니 다행~싱크대에 설거지가 가득하다.


아들이 배가 슬슬 고팠는지? "엄마, 언제 오셨나요? 간식시켜먹을까요? 

사실 나는 배가 엄청 부른 상태였지만 아들이 공짜 간식을 쏜다는 말에 "오 홀 ~그래 먹자 콜~"


미숫가루에 감자 토핑 핫도그에 치즈볼을 배달시켰다.

 배가 부른데... 하면서도 그걸 다다 먹었다. 하루 종일 공짜 선물에 공짜 점심에 공짜 주스, 공짜 간식까지 공짜가 팡팡 터진 날이었다.


저녁을 패스했어야 했는데.... 쩝쩝 8시가 넘어서 출 줄 했다. 된장찌개를 맛나게 끓여서 남편과 햇반을 반반 나눠 또 맛나게 먹었다. 골프방송을 보며 소파에 기대어 앉아 3 있는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이미 남편은 꿈나라 아들은 친구 만나러 가고 혼자  소화제를 챙겨 먹었다. 공짜 점심, 공짜 주스, 공짜 간식 너무 좋아하다가 배탈이 난 듯했다. 뱃속도 시끄럽고, 인상도 구겨지고,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배가 아프고 더부룩하고... 그때였다 배앓이에 쓰는 거라고 받아온 공짜 선물이 생각났다.

이걸 꼭 사용해 보고 싶었나 보다... 전기를 꼽고 5분 후 핫팩이 뜨거워졌다. 색깔도 산뜻하고 물방울무늬 무늬가 너무 맘에 든다. 크기도 한 뼘 크기 무게도 가볍다.


배 위에 올렸다. 따끈따끈 너무 좋다. 조금씩 속이 편안해졌다. 오드리 양 선물 진짜 고맙네 ㅎㅎ밤이 지나 아침은 금식하고 따뜻한 보리차로 속을 웠다.


밀가루에 튀긴 음식을 잘 안 먹는 편인데 입에 달다고 공짜라고 꾸역꾸역 먹고는 과식에 소화불량 오래간만에 많이 아팠다. 뭘 먹고 탈이 났는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은걸 추적조사해보니 역시나 밀가루 과잉섭취였다.


'잘 먹고 잘살자' 그래도 공짜라고 넘 많이 먹는 건 좋지 않았다. 배앓이 찜질팩이 유용했다. 어릴 적 배탈 나면 엄마가 손으로 배를 살살 둥글게 쓸어주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배앓이가 멈추곤 했었다. 엄마는 주문을 외우듯 한참을 눕혀놓고 배꼽 주위를 문질러 주곤 했었다.


"00이 배는 똥배 엄마손은 약손

맛나게 먹었으니 쑥쑥 내려가라"


노랫말처럼 반복되는 문장들을 나도 두 아들을 키우며 배앓이할 때마다 사용했다. 하노이에서 함께 합창도 하고 골프도 치던 동갑내기 친구가 한국으로 이번 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별은 서운하지만 추억은 남아있고 덕분에 배앓이 선물을 함께 받았으니 어디에 있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뜻있는 선물이다.





보내는 마음과 남는 자의 마음은 애틋하다. 타국살이를 하며 이방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게 정을 쌓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사 배앓이처럼 아팠다가 괜찮아지는  이별은 그런 것 같다.


공짜밥은 좋지만 이별을 위한 공짜밥은 추억이다. 배앓이는 선물 받은 핫팩과 호박죽으로 다행히 멈췄다. 한동안 생각이 나겠지만 한국에 가서도 자주 연락하고 잘 지내길 ...


누군가에게 공짜밥을 쏘며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는 한 주가 되길 바란다. 밥을 사주고 선물을 사주는 것은 마음이다 부자라 서가 아니라 사랑이고 정이다.


공짜밥 ,공짜 차 ,공짜 간식. 공짜 선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그 공짜는 모두 사랑이었다.

사랑이 너무 과해도 배탈이 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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