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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08. 2022

아들과 함께 돌아온 귀요미들

받아줘야지 어쩌겠나...

"엄마, 나 돌아갈래"


"엄마, 나 외로워"


"엄마, 미안해 살려줘"


"엄마, 짐좀 부탁해"


"엄마, 진짜로 사랑해"





둘째 아들은 취업 후 혼자 살겠다고 월세집을 얻어 나갔다. 코 시국에 혼자만의 시간을 3개월 정도 보냈고 또다시 3개월이 흘렀으니 딱 6개월 만에 독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릴 적 아빠가 출장 가면 엄마를 지켜주겠다며 안방 침대에 올라와 쫑알쫑알 떠들던 녀석이다. 친구들을 불러 파자마 데이(1박 2일 잠옷 바지만 입고 집에서 노는 날)를 해달라고 떼쓰며 사춘기를 보낸 아들이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 3박 4일 졸업여행을 다녀와서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던 우리 집 막둥이다.


대학 때 어학연수를 몇 번이나 보내려 했지만 엄마랑 떨어지는 게 싫다고 한국을 고집했던 철없는 아들이다. 군대 갈 때 엄청 씩씩한 척하더니 헤어지는 순간 엉엉 울던 180센티의 키가 부끄러울 정도의 겁쟁이다. 조교 출신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마음이 약했던 아들이 무사히 전역을 한 게 신기하다.


 하노이로 온 이유는 단순했다. 엄마랑 함께 살고 싶어서? 그랬던 아들이... 어학연수를 고 그 후 남편과 함께 회사의 심부름꾼 막내로 일을 하며 베트남 살이를 했다.코로나로 인해 이런저런 많은 일을 겪고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현지 채용으로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독립을 하고 싶어 했다. 이제는 그럴 나이(27세)가 된듯하여 흔쾌히 허락을 했다.하지만 지금 엄마품으로 돌아오려고 애쓴다. 이걸 받아줄까? 말까? 새로 이사한 집 겨우 짐 정리가 끝났는데... 아들과의 합체가 나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갑자기 들어온다는 통보를 받았고 고민이 되었다.


엄마랑 살겠다는데 받아줘야지 어쩌겠나...


다행히 월세집은 다른 후임자가 바로 나타났으며 손해보는일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막무가내로 짐을 조금씩 정리한듯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더니 평일 이사를 감행했다. 생각보다 많은 짐들이 다시 거실에 베란다에 방에 한가득 쌓였다.



'어쩌지! 이놈의 자식을...'


혼자 사는 짐이라 우습게 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들을 따라온 1. 열대어(모모) 3년째 혼자서 아들을 지켜주었다. "모모야 너도 혼자서 너무 외로웠지? 그래 어서 오렴 어항의 물부터 갈아야겠다."

모모

 

새로 산 컴퓨터와 노트북 그리고 새로 산 옷들이 박스에 담겨 들어왔다. "꼭 필요한 것만 가져오고 다 버려라" 했건만 2. 스타들 (라이언) 인형들 한 가족 세트가 줄줄이 들어왔고 3. 아기곰 두 마리도 쫄래쫄래 따라왔다.


석쇠 위에 삼겹살 구이도 아니고, 빨래 건조 대위에 통구이 바비큐 모양의 아기곰 두 마리가 나란히 누워있다. 자꾸 보면 정들었던 4. 테디베어는 세탁소에 맡겼는데... 가져갈 친구가 있는 듯하다.

라이언가족 &아기곰

ㅠㅠ베란다에 화초를 사서 꾸미려 했는데 아들 짐으로 박스가 아직 남아있다.


차곡차곡 쌓인 짐들을 하나씩 풀어서 정리하는 건 언제나 내 몫이다. "아이고 힘들다 힘들어" 하면서도 끼니도 거른 채 정리를 마치고 나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아들이 퇴근 후 집으로 오니 좋았다.


혼자 살아보겠다고 하더니... 불 꺼진 집을 혼자 들어가고, 옷가지들을 세탁하고, 침대 정리며 모든 것들을 혼자서 해내며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내 맘대로 사는 거? 독립이란 ?아무 때나 먹고, 맘껏 친구들을 부르고,  청소도 안 하고, 잔소리도 안 듣고 편하게 사는 게 좋은 줄만 알았다 평일엔 출근과 퇴근을 하고 늦은 야식도 실컷 먹고, 좋아하는 게임도 신나게 하고, 잠도 덜 잔 상태로 다시 출근을 하고,  어질러진 거실과 주방을 치우느라 애쓰고 사는 게 행복이 아니었다.너무 힘이 들었다고... 엄마가 해주던 밥상도 그립고, 따뜻한 불빛이 그리웠다고 말한다.


'우쭈쭈 우쭈쭈 울 아들' 엉덩이 두드려주는 사람도 없고, 회사일도 혼자서 끙끙 모르는 게 천지란다. 물어볼 사람도 속풀이 할 사람도 없으니 답답했다고 한다. 돈을 버는데... 일을 하는데... 우울감이 밀려왔고 무조건 엄마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울먹인다.


정신 차리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다'훗날 결혼하게 되면 어차피 진짜 독립을 해야 할터인데 아직은 아니었다며 돌아오고야 말았다.



"아이고 내 새끼 잘했다 잘했어~"


"네가 그럴 줄 알았다'  대신에 넉넉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었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으니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월세 돈도 아끼게 되었고, 생활패턴도 안정화되어 갈 것이다.


아들이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집안에 물건들이 많아지고 어수선하지만 아들이 돌아오니 집안에 생기가 돌고 뭔가 꽉 찬 이 느낌은 뭘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넓은 집을 구했을 텐데... 작고 아담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돌아온 귀요미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백기 들고 들어와 맛있는 간식도 한턱 쏘고 스크린 다닐 때 쓰는 작은 골프백도 선물해 주었다. 보너스 같은 느낌 겨우 아들방과 거실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짐 정리후 받았다.


"미안해 엄마, 힘들게 해서..."

"괜찮다 살다 보면 그러고 싶을 때가 있지

나도 혼자 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ㅎㅎ


무조건  혼자가 편해 보이고 좋아 보일 것 같지만 외로움을 이길 힘도 자신감도 필요한 것이라면 난 혼자보다 둘이 좋고 셋이 좋고 넷이 좋은 사람이다. 긴긴 세월 함께 살았던 가족이 어느새 뿔뿔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베트남 타이빈과 하노이를 오 가며 일하고 있고, 큰아들은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독립된 생활을 하는 중이다. 작은아들은 하노이 코시국에 베트남을 잘 지켰고, 외로움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택했다.


가족이란 뿔뿔이 흩어져 있어도 존재감을 확인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끼는 사이다. 아들이 벗어놓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뽀송하게 말려 차곡차곡 개어 장롱에 정리하고 나니 아들이 돌아옴이 실감 다.


남편은 괜히 한마디 한다.


"그 녀석 독립만세는 부르고 온 거야? 뭔 독립을 한다고.. 큰소리치더구먼...


혼자서 월세를 내고, 관리비를 내고, 의. 식. 주. 다다다 챙기기엔 아직 준비가 덜되었다. 야무지고 똘똘한 둘째의 계산법은 월급을 받아 혼자 사는데 생각보다 지출이 많아진 것이 아까울 수도 있었을 테고 급 부재중이었던 아빠 엄마의 빈자리를 경험하면서 외로움도 부쩍 느낀 듯했다.


아직도 정리할게 많이 남았는데... 남편은 아들과 함께 돌아온 인형들을 무참하게 다리를 올리는 데 사용하며 편안히 쉬고 있다. 하하하 아들을 따라온 귀요미들이  심플하고 단순했던 집을 이곳저곳 볼 때마다 미소 짓게 다.


세상 속에서 지치고 힘들 때 찾아갈 곳이 있다면 참 다행이다. 벤자민 브랭 클린의 명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코시국을 겪으며'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이 명언을 뒤집었다.

ㅎㅎ 그래도 가족은 뭉치는게 행복이다.아들이 돌아온 주말 이사 파티라도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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