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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독학이 가능하다고?
진짜? 정말? 이럴 수가
by
아이리스 H
Aug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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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분 좋은 날이 있다. 꿀잠을 자고 일어난 날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천정을 바라만 봐도
씩 웃음이 난다. 흐뭇하고 , 대견하고 , 사랑스럽고
옆에 있음 꼭 끌어안아주고
싶을 만큼...
구멍 난
장갑이 애쓴 흔적을 증명해준다.
아침 7시 10분 남들은 출근하느라 바쁜 시간이다.
나는 작은 골프백을 챙겨 연습장으로 향한다.
생수 한 병들고
터벅터벅 걸어서 5분이면 도착
거대한 초록 그물망이 보이는 곳이다.
아파트 옆 골프 연습장이 거리는 짧지만 연습하기
괜찮다. 공 백개를 치는 연습장 이용료 4천500원쯤
오전 시간을 이용하여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다.
오늘 목표는 짧은 거리 연습이다.
S(샌드)라 쓰여있는 골프채를 들고
대략 10미터~50미터까지
치려고 한다.
골프는 길게 쳐야 할 때와 짧게 쳐야 할 때가 있다.
롱펏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과
숏펏 (피칭, 샌드, 퍼터)
롱게임도 중요하지만 숏게임을 잘해야 고수다.
어프러치를
잘 치면(샌드로 그린에 올리는 것) 어신
퍼터를
잘 치면 (땡그랑 홀컵에 넣는 것)퍼신
최소 3년 차 골퍼라면 어신, 퍼 신정도의
별명을 받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아마추어라 해도 마음은 프로가 되어야 한다.
오늘은
컨디션은 굿이다.
공이 똑바로 똑바로 정주행을 하고 있다 ㅎㅎ
이런 날은 로또를 사야 하려나? ㅋㅋ
나 혼자 잔디밭에 있는 바구니에 공 넣기를
하며 이더 위에 공과 한판 승부를 하는 중이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바로 이때다.
공 넣을 확률이 높은 날 시작하자마자 공이
바구니 속에 쏙 들어갔다. 이런이런 3개나
티 내지 않으려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100개를 날려도 한 개도 안 들어가는 날이
허다했다. 오늘은 어프러치가 날개를 단듯하다.
음 ~~ 기분 좋게 100개를 더 치기로 했다.
땀이 줄줄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어휴~200개는 무리였나 봐... '
콧잔등에도 이마에도 가만히 있어도 땀나는
나라 베트남에서 아침부터 땀 내고 있다.
왜냐면? 맞짱 뜨자는 부부 때문이다. 이제 그들을
상대하려면 게으름 부리고
슬슬 치면 안된다.
실력이 녹슬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정말?
1년 전 한국에 있을 때였다.
난 막내 동생네 부부에게 골프를 가르쳐 주었다.
골프 선생? 하하하 지나가던 멍멍개가 웃을 일이다.
가르칠 실력도 안 되는 나에게 골프를 배우겠다고
달려들었던 골프 신동을 얼떨결에 받아주었다.
1번 작은 콩 선수
다부진 몸매에 운동신경 좋고
40대 중반의 여자
배울 자세, 성격, 마인드 좋지만 완전 초보
골프채도 없다.
2번 큐비트 선수
182센티의 훤칠한 키와 몸매
이제 갓 50대 들어선 남자
운동보다 독서, 그림 그리기, 티브이 보기.
거북이 물갈기 , 화초 키우기를 좋아함
골프 배우다 포기했던 이력을 가진 자
이들에게 공짜 골프 레슨을 시작하였다.
내가 배운 대로 준비운동부터 그립 잡는 법
경험에서 나오는
골프레슨은 나름 섬세했다.
그 후, 골프채를 구입했다.
1번 선수는 비싼 거(이왕이면 좋은 거)
2번 선수는 저렴한 거( 그만둘지도 모르니)
1번 선수와 2번 선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성실하게 연습을 했고, 골프레슨 없이 오로지
독학으로 골프 스윙과 골프 자세 (어드레스)
스탠스(발의 위치) 골프 용어들까지 완벽하게
소화시켰다.
정말 대단하다.
함께했던 추억만 고스란히 남았다.
골프 독학이 가능하다고? 그렇다.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내가 제일 잘한 일이
동생네 부부 사이를 골프로 꽁꽁 묶어 준일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부부가 특별히
나눌이야기가 줄어드는데 취미를 함께하거나
운동, 산책을
함께하는 것은 서로의 대화거리가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럴 수가?
난 하노이로 돌아왔고, 그들은 그 후로도
연습을 더더 열심히 했다. 장갑이 말해준다. 펑크가 났고 낡았다.
그리고 스크린 점수가 공개되었다. 이럴 수가? 정말? 진짜? 놀라웠다.
최고 기록이라며 보내왔다.
프로선수들의 점수를 따라잡았다.
그들의 땀과 노력과 열정을 보답받은 듯했다.
그들은 골프에
정말
미쳤다. ㅎㅎ둘이서 말수도 늘었고
자주 웃을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애교가 없던 아내는 웃고 있다. 아잉~~ 애교가 넘친다. 큰소리만 칠 줄 알았던
남편은 아내에게 지고 말았다. 하하하 호호호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뒤늦게 골프
바람 제대로 난 부부가
되었다.1년만에 여름방학이 되자 그들은 더 신나게 골프장 연습을 즐기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참 보기 좋았다. 주말이면 집안을 지키던 엄마 아빠가 골프 치러 나가니 아이들도 숨통이 트인 듯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들... 뜸 들여 밥이 되듯이 그들은 이제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것 같다. 삐뚤빼뚤한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고,
스크린이 아닌 필드 나들이에서도 잘 쳤다고 한다.
잠깐의 가르침이 그들에게 삶의 새로운 열정을 갖게 해 주었고, 골프 실력도 나를
뛰어넘었으니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청출어람(靑出於藍) 가르친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를 의미한다.
그들은 독학으로 배운 골프로 알바트로스에서
오스트리치라고 한다. 나는 여전히 실버 독수리에
멈춰있는데 그들은 피닉스 챔피언이 되고자
오늘도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
골프레슨을 꼭 받아야 한다고 우겼던 나에게
골프 독학도 가능함을 보여준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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