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어가도 괜찮아~

잠자리의 비상착륙.

by 아이리스 H


창공을 훨훨 날던 잠자리가 우리 집 거실 베란다 방충망 줄에 잠시 비상 착륙했다.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내 시선을 피한채 대각선 방향으로 말이다.


소파에 앉아 사과를 먹던 나는 시끌시끌한 도시 한복판에서 잠자리를 처음 보았기에 얼른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잠자리는 당황한 듯 휙~ 날아가버렸다.


아뿔싸~ 허공만 찍힌 사진을 쯧쯧 아쉽게 생각하며 먹던 사과 한 조각을 입안 가득 베어 물었다. 그런데, 잠시 후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나란히 나타났다. 살금살금 거실 창에 바짝 기대어 다시 찰칵찰칵 이번엔 성공!!이다.

하노이 집 2020년 9월

가느다란 두발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포즈를 잡은 채 한참 동안이나 꼿꼿한 자세로 쉬어 가는 중~~~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 두 달 즈음의 일이었다.


갑자기 한쪽 팔이 올라가지 않았고 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해외에 나와 살면 아플 때가 가장 힘들고 슬프다.


열악한 병원시설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병원 가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을 찾아가야 하고 의료보험이 거의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한국보다 2배 ~3배 엄청 비싸다.


코로나 상황이라 하늘길도 막혀서 한국을 오고 가는 것이 자유롭지 못한 시국이라 한의원에 갔다. 오십견이란다. 침대에 엎드려 침을 열방 정도 맞았다.


에고~ 눈물 나게 아팠지만 꾸욱 참았다. 부앙을 뜨고 빨갛게 햄 피자 가 된 내 어깨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넋을 놓고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잠자리의 비상착륙!!


"좀 쉬어가도 괜찮아~너도 나처럼

이렇게 잠시 쉬어가렴 ~"


잠자리가 나에게 그리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야 또 날 수 있음을 자연 속 잠자리에게서 배운다.

잠자리와 친구는 방충망 줄 하나에 의지한 채로 그렇게... 잠시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휘리릭 날아가버렸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마저 아픈 내 어깨에 날개라도 달아주듯 한동안 나의 집에 머물러 있었다.


살다 보면 갑자기 우리에게 어려움이 닥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어딘가에 비상 착륙하길 바란다. 숨을 고르고 쉬어 가는 동안 "토닥토닥 수고했어~ 좀 쉬어가도 괜찮아 ~"자신에게 말해주자.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32층 높은 곳인데... 비상 착륙한 두 마리의 잠자리가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 이곳까지 어찌 날아왔을까?? 무겁고 아팠던 내 어깨가 잠자리 날개를 단 듯 가벼워졌다.


그 후로도 3개월 이상 통증치료를 했고 주사도 맞았다. 운동요법도 병행했다. 당분간 무거운 것들 안 들고 집안일도 슬슬했다. 그리고 좋아하던 골프도 쉬었다. 코로나가 고맙기도 했다. 덕분에 쉼표를 길게 찍었다.


신기 한일은 내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잠자리가 나타난다. 우연이라지만 기막힌 타이밍에 잠자리의 등장으로 금세 기분이 업되고 친구가 찾아온 듯 반갑고 좋다.


하노이에서 두 시간 거리의 타이빈(세컨드 하우스)에 갔을 때이다. 비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려서 우울했다. 창밖을 보며 언제 비가 그치려나?? 그때였다. 잠자리의 비상착륙!! 비를 피해 쉬어 가는 중이었다.

겨우 한 개뿐인 화분 속 작고 여린 나뭇가지에 꼿꼿한 자태로...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타이빈 집에서 2021.3월

멀리 여기까지 오다니... 너도 고생이 많구나! 말해주는 듯 잠자리는 한참을 쉬었다가 날아갔다.


다음날 안개가 자욱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노이의 아침 방충망에 잠자리가 또 왔다. 세상에나... 작은 생명체에서 기운을 받는다.


나를 졸졸 따라와 미소 짓게 한다. 한국에서는 가을에나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었던 잠자리가 베트남에 오니 내 눈에 자주 띈다.


잠자리의 때 아닌 등장으로 쉼표 찍는 날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괜찮다. 좀 더 쉬어간들 어떠하리 ~


열심히 살다가 잠자리가 나타나면 쉬어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될까나??


유튜브로 바빠진 3살 꼬마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들도, 꿈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도,


돈 벌고 일하느라 바쁜 슈퍼맨 아빠 , 원더우먼 엄마들도, 너무 놀다가 허송세월 한 백수라도, 브런치에 날마다 글 쓰는 작가님들도, 구독자님도 , 그 누구나 잠시 쉬어갈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 너무 많이 힘들다면

잠시 비상 착륙하여 한 박자 아니

두 박자 아니 세 박자 마저 쉬고

창공을 훨훨 날아 가보면 어떨까??

더 멀리 더 높게 ~~ 새로운 봄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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