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5
행복편지
내가 먼저 좋은 생각을
가져야 좋은 사람을 만납니다
내가 멋진 사람이 되어야
멋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품어야
상대도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답니다.
참 좋은 날에 그리움을 써보려 합니다.
사계절 꽃밭에 꽃들이 너울너울 피어있고, 연초록빛 풀밭에 디딤돌이 깔려있고, 내 키만 한 감나무와 사과나무 사이로 아담하고 예쁜 전원주택이 보입니다. 큰길을 지나서 좁은 외길을 따라 시골 풍경이 아름다운 충청도 당진의 작은 마을에 가면 입구 쪽에 빨간 우체통이 손님맞이를 해줍니다. 새소리와 함께...
양지바른 거실 창가에 목마른 길양이가 기웃거리고, 오색빛깔 꽃길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면
거실 한편에 장구와 전자 오르간이 있고 커다란 티브이와 푹신한 소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둣빛 타일을 사이에 두고 하얀 싱크대가 깔끔함과 싱그러움을 선사합니다.
주방 쪽 작은 창문 뒤엔 앵두나무 한그루가 철마다 꽃을 피워 빨간 앵두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10명쯤이 함께 앉아도 될만한 긴 식탁이 있고 구석엔 노래방 기계가 있습니다. 원목 나뭇결이 살아 숨 쉬는 식탁은 언제나 바쁘게 손님을 치러 냈는지 손 때 묻어 반질반질합니다. 행복과 사랑이 싹트는 이곳의 주인님은 분명히 좋은 사람일 겁니다. 저도 한눈에 반했으니까요.
하늘거리는 하얀 커튼 사이로 자연이 숨을 쉬고 깔끔하고 단정한 침대와 드레스룸이 인상적인 안방과 예쁜 딸방이 있으며 빨간색 포인트를 준 예쁜 욕실과 2층 계단을 오르면서 볼 수 있도록 가족사진을 배치해 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넓은 원탁과 탁 트인 시야로 숲이 보입니다. 와우~절로 글감이 떠오를 만한 공간이었죠~~
한 번쯤 누구나 꿈꾸는 전원주택. 나도 이런 집에 살고 싶었는데... 그곳엔 시를 쓰는 여류 시인이 살고 계십니다. 초대를 받아 몇 번 갔는데 내 기억 속에 이토록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2018년 한국에서 하노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우연히 앉게 되어 알게 된 시인 언니를 소개하려고 이 토록 뜸을 들였습니다. 너무나 소중하고 귀해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말해봅니다.
고운 목소리와 소녀 같은 단발머리는 얼핏 보면 제 또래의 친구처럼 보일 정도로 동안 외모였으나 저보다 언니였습니다. 나는 한국 볼일을 끝내고 혼자 하노이로 돌아오는 중이었고 언니는 부부동반 베트남 여행을 하려고 하노이로 가는 중이었답니다.
처음엔 어색하게 목인사를 나누었고 피곤했던 나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안대를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요? 비행기는 이륙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어 음료수를 주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좌로 우로 왔다 갔다 하며 잠에 푹 빠져 들었는데 내 팔을 톡톡.. 난 안대를 내리고 오렌지 주스를 마셨고... 언니는 우유를 마셨습니다.
사실, 비행기 안에서 우유를 먹는 사람은 거의 드물었기에 난 "혹시 배가 고프신지요? "물어보게 되었고 언니는 처음 만나 말을 건네는 나에게"아니에요 , 제가 워낙 우유를 좋아해서요" 우리의 만남과 첫 대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눈빛과 말투, 그리고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 좋은 사람??
우리는 그렇게 마음 문을 열고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소곤소곤 비행기 내에서 둘만의 대화를 이어갔고 착륙을 알리는 멘트가 나오기 직전 급기야 전화번호를 서로 공유했습니다. 핸드폰이 꺼져 있어 펜을 들고 어둠 속에서 내 수첩 맨 끝장에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아쉽게 바이 바이를 했습니다.
어느 날, 난 수첩 속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톡을 보내 보았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친절하고 상냥한 언니의 목소리가 어찌나 정겹게 들리던지요?"어머나? 아우님, 소식 기다리고 있었어~" 언제라도 한국에 오면 놀러 오라며 집주소를 자세히 보내 주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딱 한번 비행기 안에서 만나 두어 시간 대화한 게 전부였는데.... 어찌 이토록 친절하신 걸까??
언니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내가 남의눈에 사기꾼이나 나쁜 인상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나 봅니다... ㅎㅎ 아니면 그 언니의 넓은 마음에 풍덩 빠진 물고기는 아니었을까요?
어쨌든, 그 후 나는 한국에 갈 때마다 시간을 내어 언니에게 전화를 했고 새로운 만남이 설렘을 주었지요 알고 보니 늦깎이 대학원생이시며 시인이셨습니다. 시모임 동호회도 있고 강의도 나갈 정도의 능력자에 재주 많으신 훌륭한 분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충청도 내 고향을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 당진이라는 곳이라 더욱 정이갔고 그 후, 사시사철 꽃과 사진들을 보내 주셨고 때로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으로 나의 잠자던 감성을 깨워 주었습니다. 하노이 생활이 지루해질 때면 한국으로 힐링을 다녀 올 정도로 난 언니와의 행복한 만남을 즐겼습니다.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를 따주시고 주방 창가 쪽에 앵두도 따주시고 동글동글 방울토마토를 따서 쟁반 가득 담아 주셨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타국 살이 힘들었지? "하시며 귀한 갖가지 나물들을 손질하여 말린 후 저장해 두었다며 "이건 아우님 꺼~ "정말 감동입니다.
하늘에서 나를 돌봐주라고 보내 준 천사가 아닐까요? 분명 사람 맞는데... 정말이지 아낌없이 주는 마음을 난 얼떨떨하게 받아들이며 언니의 삶을 닮고 싶어 졌답니다.
함께 있으면 오래된 지인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편하고 좋았습니다. 친정엄마처럼 챙겨주시고 농사지었다며 곱게 갈아 놓은 빨간 고춧가루도 담아 주셨습니다.
받기만 해도 되는 건지?... 아! 귀한 만남 그리운 언니가 많이 보고 싶네요. 보글보글 된장찌개와 여러 가지 반찬을 손수 다 만들어 두고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한 상차림을 준비해 주었답니다.
진짜 신기하고 믿을 수 없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은...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코로나가 시작되고 벌써 꽤 오랜 시간 한국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우님 보고 싶어 언제 와?" 기다림은 길어졌고 약속했던 날짜는 미뤄지고 연기되어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리움만 한가득.
새해가 되었고 시와 멋진 일출광경도 보내 주었습니다. 때때마다 절기마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시를 보내 주었으며 예쁜 속옷도 선물 받았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어쩌면 좋을까? "언니의 베풂과 사랑에 난 그저 감탄만 하다가 아직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겨우 벳남 커피정도만 건네주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아무 대가 없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입니다. 어느새 만난 지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참 좋은 사람이 세상엔 있구나! 그저 나누고 베풀고 돕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 만나면 좋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가고 소식을 묻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있습니다.
나의 가족들도 그곳에 초대해 주셨고 급기야 언니와 나는 허물없는 좋은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눈이 오던 날, 인천의 맛집에 가서 중국요리를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눈이 그칠 때까지 왕수다를 떨고 돌아왔던 일 , 한적한 바닷가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으로도 행복했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더욱 그리워집니다.
노래방 기계를 틀어 마이크를 들고 신나게 가수 놀이도 하고, 집 앞 잔디에서 달빛에 골프공을 굴리며 한바탕 웃었지요~ 시를 쓰는 2층 작업공간에서 함께 마신 국화차 향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언니의 집에서 처음으로 1박을 하던 날 내 작은 소원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밤하늘에 별이 아름답게 빛이 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그리운데 비행기 타고... 언제쯤 맘 편히 그리움을 치유하고 오고 갈 수 있을까요? 엊그제 박사학위를 받았다시며 꽃처럼 활짝 웃고 계신 언니의 사진 한 장을 받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진심 어린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늦깎이 공부를 완성하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무슨 사이?? 비행기 옆자리에서 우연으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는 시인 언니와 초보 작가로 서로를 응원하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좋은 사람! 나는 예쁘고 고운 시인의 마음결을 노크한 한송이 꽃이었을까요? 나비였을까요? 참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3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