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Dec 14. 2022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이?

궁금하면 글 따라오세요~~

어머나?

무슨 일?

노랑 장미 받는 사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요?

누구랑 누가요?

들어 보실 래요?


일단 물을 한 모금, 입안을 적셔 주세요.

목 넘김이 부드러워지셨다면 이제

두 팔을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어 보세요.


머리를 잡고 위로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지그시 목 주변을 두 손으로 꼭 눌러주세요.

목을 둥글게 좌 우로 여러 번 돌려주시고요.


윗입술 아래 입술을 푸푸푸풀 푸푸 부르르

풀어주셔야 해요. 안되신다고요 입술에

힘을 빼시고요. 네 ~~ 참 잘하셨어요.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니쥬~~~

어머나? 겉옷을 벗었어요. 날씨가 너무 덥군요.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었는데요.

여인들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어요.


하얗게 씌워진 의자 위에 자리를 잡은

미모의 여인들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직 눈치 못 채셨다고요?

하하하 호호호


'도오나 노오비스 파아챔 파아챔 ~'

Dona Nobis Pacem,Pacem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발성연습이 끝났어요.

짧았지만 긴 여정을 함께 했네요.


 

자, 이제 한마음으로 공연을 해야 하거든요.

첫사랑의 느낌과 아름다운 나라 두곡을

베트남 하노이  한인타운  야외 거리에서

두둥 ~~ 그날이 드디어 오고야 말았어요.


2022년 12월 11일 일요일 오후 5시 ~


각자 색깔이 다른 아오자이를 입었지만 

여럿이 함께 호흡을 맞춰 조화로운

멜로디를 만들어야 하는 합창단


가사를 외우고 , 음을 익하는 사이

서로 정도 쌓였고, 함께 밥도 먹었으며

차도 마시며 친분이 두터워졌어요.


누가 더 키가 큰지 작은지?

똥배가 더 나왔는지? 날씬한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아오자이를 입고

무대에 올랐거든요.


며칠 전부터 긴급 다이어트를...

다들 무대 서기전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몸매 관리를 했건만 쉽지 않았죠  ㅎㅎ


냉장고에 가사를 써서 붙였어요.

한때는 이런 수고 하지 않아도 한두 번에

암기를 했을 정도지만 지금은 돌아서면

까먹기에 색색 펜을 동원하여 외워 보았죠~


냉장고를 열 때마다 가사가 눈에 들어왔어요.

작사자의 마음으로 빙의해 보기도 하고,

앞 글자에 동그라미도 그려보고

초성도 따 보았어요. 우야면 좋니?

까마귀 고기 안 먹었는데 자꾸 까먹어요.


입안에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가사들...

ㅎㅎ 우리는 함께 틀리고 웃고 웃는 사이

가물가물 가물치가 되어가는 그런 사이랍니다.


박자도, 음도 불안전하니 연습 또 연습해도

헷갈리는 곳이 있지만 실전에 강해요.

그렇게 우리는 최선을 다해 무대공연을

준비했어요. 거리공연에 목소리는 공중분해

되겠지요? 걱정도 염려도 많았고,

열악한 무대에 섰는데 빛나는 

조명 아래 관객이 많았어요.


'아이고 떨려라' 후들거리는 다리랑

콩닥거리는 마음도 잠시 전주를 듣고

지휘자님의 지휘에 목소리를 내봅니다.


어휴~~~ 한곡을 무사히 끝내고

두 번째 곡 마음이 벅차오르네요.

애국심이 불타오릅니다. 아름다운 나라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높여

차가워진 저녁 공기를 달궈 놓았지요.


태극기가 뒷배경이 되었네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이 땅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키높이 구두로 키를 한껏 키웠지요.

조심스럽네요 넘어질까? 발가락도 고생이고

불편 불편했지요.


화장도 분장 수준?

서로가 누구세요? 할 정도로요~ㅎㅎ

속눈썹까지 아름답게 붙이고,

머리도 깔끔하게 스프레이  뿌려 고정하고,

몸매 드러나는 아오자이까지

생쇼를 해봅니다.


무대매너도 배워 볼까요?

허리 펴고, 가슴 펴고, 얼굴 펴고 웃으라네요.

걸을 때는 모델 워킹으로 당당하게

무대 입장 후엔 파리나 모기가 와도

차렷 자세 유지요.

에고에고~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인사법도 하나 둘 셋 넷 박자와 리듬에 맞게

우리는 그렇게 칼주름을 잡아가며 아마추어지만

나름 합창단원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무대에 올라 한껏 재능을 기부했지요.


오늘 주인공은 나야 나 ㅎㅎ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인사를 하고

살짝 아쉬움을 내려놓고 무대를

재빨리 벗어났어요.

빛나는 별이 되려는 건 아니었고요

은하수처럼 여럿이 모여 빛을 냈어요.


그렇고 그런 여인들이 모여 환상의 하모니를


우리는 멋지게 공연을 마쳤어요.

이런저런 작고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귀한 설렘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30년째 그렇고 그런 사이로 살아온 남편이

노란 장미꽃을 사들고 왔네요.

하노이 여성 합창단


주말 , 그렇고 그런 사이 2탄이 이어질 예정요~~

작가의 이전글 하하하 웃어보소 어이없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