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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16. 2022

그렇고 그런 사이 맞아요?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붕어빵이 좋아? 내가 좋아?"


"그야~ 당연히 당신이 좋지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파 서리"


"허~참, 그러니까~붕어빵 사려고

줄을 섰는데... 줄이 하도 길어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중요해? 붕어빵이 중요해?


"그야~ 공연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남들도 다 붕어빵에 줄을 서 있더라고"


" 아~그래서 붕어빵 맛나게 드셨나요?"


"아니, 아니 억울해 재료가 소진되어

내 앞에 선 사람까지만 ㅠㅠ

붕어빵을 더 이상  수 없었어"


"하하하, 결론은 붕어빵도 못 먹고

와이프 합창공연도 못 보았다는 거?"


삐뽀삐뽀! 머리에 빨간불이 켜졌답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주말 저녁시간에

합창 공연을 하겠다고 마누라가

밥도 안 주고 나갔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간식이라도 먹으려고 붕어빵을

기다렸건만... 냄새만 맡고 구경도 못한

이 남자 꽃을 사들고 

아내의 합창공연을 보러 왔다가

그만 배도 고팠고, 공연이 끝난 줄도 모르고

구구절절 하소연만 늘어놓습니다.


겨우 10분 공연을 놓치고 말았답니다.


공연장 근처에서

배회하던 남자와 여자는 둘 다 화가 났고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 알았는데...

텔레파시도 안 통하고 대기실도 못 찾고

겨우겨우 만났습니다.


그 예쁜 노랑 장미꽃을 공연이 끝난 후

바로 받았어야 했지만... 원래 주인공은  늦게

나타나는 법이라죠  에휴~~~


"그렇고 그런 사이 맞을 걸요?"

2022년 하노이 여성합창단 송년의밤 축제

이렇게 아름다운 10분 공연을 아쉽게

못 보게 된 남자에게 사진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던 야외공연장에서

김서방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변신한 아내를 찾기도 힘들었을 거예요


공연보다 배고픔이 먼저라고요?

아니 아니 아니 됩니다.

붕어빵에 밀린 합창공연이라고요?

더더더더 아니 되지만

노래를 좋아하고 공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자는 그만 배고픔 앞에서

어쩔 수가 없었나 봅니다. 하하하




빵집 앞 차가운 대리석 의자에 앉아

둘이서 어이없어 웃고 있었답니다.

붕어빵에 밀리기는 처음이지만

가수 섭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니....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그렇고 그런 사이

맞고요 빵집에서 급구한 딸기 케이크와

오렌지주스를 먹고서야 기분이 조금

풀어졌습니다.


하노이 미딩 송다 한인타운에서

한. 베 문화 우정의 거리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우리가 달궈놓은 무대에

가수 변진섭 씨가 올라왔고

내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으로 시작된 노래는 우리 둘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습니다.


합창단원들은 다 흩어져 구경을 했답니다.

가수 변진섭 무대 2022년 12월11일 하노이 미딩

아끼지 말고 사랑해 주기로요 ㅎㅎ


나는 애창곡도 따라 부르고 추억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답니다. 노래는 삶의 활력소이며

추억 속 그때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너에게로 또다시

떼창을 하며 핸드폰을 들어 손을 흔들며

20대처럼 함성을 지르며 50대 중반을

달리는 여자는 울컥, 심쿵, 행복했노라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 좋더라~

..... 중략...

여보세요
날 좀 잠깐 보세요
희망사항이 정말 거창하군요
그런 여자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변진섭의 희망사항 (1989년)


한때는 이 노래를 줄줄 외워 불렀었고

그 가수의 노래들을 여전히 좋아합니다.

기분 좋게 하늘로 날아가는 헬륨 풍선을

올려다보며 어느 만큼 의 시간 속에

잠시 머물러 있었답니다.


누구나 한때는 그렇고 그런 사이를

속삭이며 살지만 이제 서로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소중함을

잃고 살지는 않았는지? 지금 가까이에

있는 그렇고 그런 분에게 고마움과 소중함을

전하는 주말 되바랍니다.


앙코르 3번을 흔쾌히 받고, 하노이를 후끈

달아오르게 노래를 해준 가수 덕분에 공연을

못 본 아쉬움과 붕어빵 사건은 먼지가 되어

추억만 남겼습니다.


오래간만에 하노이 속 한국 같은 느낌의

풍물놀이까지 너무 멋진 거리축제는

행복했던 시간이었음을...

애쓰고 수고하신 한인회에 많은 분들과

하노이 합창단원과 지휘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변진섭이 좋아? 내가 좋아?"

"그야 당연히 당신이지만...

그래도 노래가 여전히 너무 좋더라"

붕어빵 대신 솜사탕을 나눠먹으며

"그래도 다음엔 꼭 공연이 먼저입니다." 

김치볶음밥이라도 해놓고 공연 갈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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