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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19. 2022

잘할 수 있어? 응

마음을 녹이는 말

카톡 카톡 카톡


한국에 눈이 온다더니...

세상을 새하얗게 덮었다

이곳저곳에 있는 지인들과 친구들이

눈 사진과 눈 소식을 전해주며 안부를 물으니

핸드폰이 하루 종일 바쁘다. 

덩달아 나도 답장을

써내느라 바빴지만 기분이 참 좋았다.

꽁꽁 얼어버린 겨울왕국에 오고가는 따스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녹인다.



카톡 카톡 카톡


하얀 세상 참 이쁘다. 

그리고 소복소복 쌓여가는

흰 눈송이는 아름답게 변신을 했다.  

모든 이의 마음을 새하얗게 만들어 주었다.

차가워진 마음이 얼음덩이로 변하기 전에

조각내어 녹여주고 싶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카톡 카톡 카톡


"언니 번개팅 할까요?"

"새롭게 개업한 호프집으로 오세요 "

"오늘 저녁 미리 송년모임 7시요"

"아~~ 그래 알았어~"

이곳 하노이도 아침저녁 바람이 차갑다.

한국의 가을 날씨쯤 된다지만 체감온도는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카톡 카톡 카톡


"언니 어디쯤이에요? 제가 마중 나갈게요"

초행길에 행여나 헤맬까 봐 저만치에서

손을 흔들며 나타난 동생의 말 한마디가

햇살처럼 포근하게 들린다.

가끔은 아는 길도 동행자가 있으면 

외롭지 않다.누군가의 배려는 정이다.


패딩점퍼에 스카프를 두르고 나선길

하노이에서는 "어휴 추워~" 이 한마디는

'아~~행복하다.' 란 뜻이다. 여름이 길어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 

어깨를 움추리고들어선 식당안에는

벌써 여럿이 모여 수다중이다.


취향저격 어묵탕 (오뎅탕) 시켰다.

어묵탕 (오뎅탕)


우아~~ 분위기도 좋고 좋은 사람들과

한잔이라니 얼마만인가? 술은 못하지만

이런 야심한 저녁에 송년모임은 술보다

수다요 안주빨이다. ㅎㅎ

과일 안주가 서비스로 나왔다. 지인챤스

서비스 과일안주


학창 시절  학교 앞 작은 분식집 코너에

뽀얀 김을 풀풀 풍기며 어묵이 나무젓가락에

꽂혀 날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방과 후  배고팠던 시절 든든한 간식이었으며

그중 겨울이면 종이컵에 국물과 튀김 부스러기

그 안에 어묵꼬치는 행복 이었다.


추억의 맛 ~~음음

어묵탕 바로 그 맛을 하노이 한인타운

개업 집에서 맛볼 수 있었다.

 다음 날 마트로 달려갔다. 모둠 어묵을

샀다. 대파도 한단 깐 마늘도 ....


집으로 돌아와 냄비에 생수를 넣고

비법소스를 넣고 마늘콩콩 대파 쏭쏭 넣고

끓이다가 꼬지에 꼽아놓은 어묵을 넣었다.

오 홀~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글자

 보이십니까? 돌아다녔다.

끓는 물에 따라 이리저리   거리며


 을 보는 순간 생각나는 큰아들

카톡에 을 제일 많이 보내던 내 아들

응응 친구처럼 답장을 보내곤 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응

날씨 춥지? 

힘들지? 

괜찮아? 

별일 없니?

건강 잘 챙기고?

문단속은 잘해야 한다?

잘 지내라 ~


어느 순간부터 만 대답하는 큰아들

 말고 다른 답변을 원했지만....

큰아들은 원래 말도 많고, 노래도 잘하고?

개그감도  뿜 뿜 넘쳤었다.


코로나를 지내며 졸업과 취업을 한 후

많은게 달라졌다.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로

말수도 줄고, 에너지도 말라가고, 마음도

겨울처럼 얼어붙었다.

 

그저 영혼 없이 대답하는

아마도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스스로에게 절박했던 많은 문제들을

혼자서 해결하면서 만사가 귀찮아진 듯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회사에 들어갔고

그럭저럭 버티기를 강요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혼자만의 힘든 시간들을

 이라는 한 단어로 풀어내고 있었다.


아들아?

힘들면 힘들다 말해라?

사실 아들은 중2 때부터 중국 유학을 했고

중국어학과 졸업할 때까지 중국어를 했지만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는곳에서 인턴쉽을

지냈고 전공과 무관한 이과 쪽 컴퓨터 공학 쪽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였고 이직은

더더 쉽지 않았기에  운이 좋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에 들인 시간과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영 마음에 걸렸는지

이직을 몰래 준비하고 있었나보다...


착한 심성의 아들은 로뎅이 되어갔다.

생각하는 사람 로뎅... 오뎅 아니고...

그저 잘 있으려니 걱정도 하지 않았다.

 12월 16일 가족 톡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카톡 카톡 카톡 


사진 두장이 첨부된 합격소식이었다.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회사에 용기 있게

지원서를 냈고 1차, 2차 면접까지

자서 다 다 해냈다는 소식이었다.


놀라움도 잠시 아들은 카톡에 만 쓰더니


"엄마 아빠 고마워 날 믿고 기다려 줘서..."

너덜너덜해진 아들의 마음이 보였다.

"아들아 참 잘했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너의 용기와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어묵 국물이 정말 끝내줘요~~'

뜨끈한 국물 속 응 한 단어가새롭게 다가왔다.

아들도 엄마도 알수없는 눈물을 흘렸다.

아들아? 잘할 수 있지?


힘들었던 시간들 잘 지내왔고

이제 니가 원하는곳으로 갔으니 

그 길에서 두려워 말고

한껏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서로의 마음을 녹이는 말들이

가족 톡방에  소복소복 눈처럼 쌓여 갔다.

꽁꽁 얼었던 대지가 녹기 전 

아들은 다른 이들보다 이른 봄날을 만나

모든게 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직 겨울의 시작이지만 매서운 추위와

아들은 또 한 번 싸우러 나갈것이고

분명히 잘 해낼 거라 믿어본다.

뜨거운 국물 속에서 어묵이 응 이라 대답한다.

사은품에 유의하세요 짝퉁 어묵탕이

가족들의 입속에서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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