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55
댓글
20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이리스 h
Dec 29. 2022
드라마틱한 이야기 2
하노이에서...
"
여보 괜찮아?
"
"아니 아니
코도 목소리도 다 잠겼어
"
"어쩌나ㅠ?"
"
기침도
나고, 콧물도
나고, 감기약을
먹었는데도
가래도 여전히 있고
냄새도 못 맡아ㅠ"
날씨가 추워져 독감인가?
여름나라에서 감기에 걸렸다. 갑자기
아침저녁 추워지니 옷 입기가 애매했다.
이미 열흘이 지나가고 있으니
나을 때도
된 듯
한데
남편의
감기가 떨어질 생각이 없다.
통역사는
"
사장님
일단 의사
부를까요
?
"
"오잉? 뭐라고? 의사를..."
"병원에 가면 사람도 많고, 기다려야 해요"
친정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통역사는 자주
집으로 의사를 부르곤 한다며
우리에게
거래처 공장
사무실로 가자며 데려갔다.
잠시 후
출장의사가 진짜 나타났다.
청진기를 꼽고 진찰을 한다.
아무 의심도 없이 남편은 옷을 위로 올렸다.
2022년 12월인데... 1970년대를 보는듯한
이
모습은?
드라마틱한
2부 이야기다.
"이거 이거 믿어도 되는 건가?"
의심 가득한
눈으
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눈동자는
위로 아래로 스캔을 하는 중이다.
뾰족한 대안도 없지만 일단 사진을 몰래 찍었다.
행여나 생길 염려 방지
차원에서다
.
허름한 점퍼차림에 왕진 가방을 싣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 이분이다.
"나 떨고 있니? 아프겠지..."
통역사를 통해 몸상태를 듣고는 다짜고짜
주사기에 고농축 영양제를
두 개나 섞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여 의심의 빗장을 풀었다.
베트남 타이빈 왕진 의사 선생님과 가방
"정말 괜찮은 걸까?"
의심반 걱정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무방비상태에서 남편은 엉덩이에 주사한방을
맞았고, 귀여운 대일밴드를 붙였다.
웃음이
났
다.
남편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아픔이 보였다.
"웃지 마셩, 엄청 아파 당신도 맞아볼래?"
엉덩이를 연신 비비며 왕진비를 묻는다.
오토바이 기름값도 안 되는
십만 동(한화 5~6천 원)을
받으시고
왕진
오셨
던 분은 돌아갔다. 감기는
과연
도깨비방망이라도 잡은 듯 뚝딱 떨어질까?
어이없지만 여긴 베트남이니까
기다려보기로
했다.
졸릴 수도
있으니 운전하지 말란다.
우린 하노이로 가야 했지만 하루 더
타이빈에서
쉬기로 했다.
감기엔 영양보충이
최고! 라며
내가 좋아하는
연어초밥과 김치가락국수를
먹으러 베트남 속 일식집에 들렀다.
주사한방을 맞고 기분도 마음도 살짝
찝찝했지만 그런대로 상태는 양호했다.
타국살이는 가끔 의심이 생기는 일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순응해야 되는 일들
그래도 통역사의 왕진은 좀 효과가 있는 듯
우리는 굳게 믿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
나저나 ㅎㅎ
갈아입을 옷도
가져오지 않았다.
1박 하고 가려던 계획은 바뀌었고 2박을 하기로
했으니
옷가게에 들렀다. 여기는 여자들이
모두 쌀국수처럼 날씬하다
못해 말랐다.
보통 M사이즈나 L사이즈는
적어서
못 입는다.
최소 XL 정도는 돼야 한국인 여자 보통사이즈다
.
옷은 많은데 사이즈가 안 맞아 사기가 힘들다
.
백화점이나 큰 매장에 가면 옷을 살 수 있지만
남편이 주사를 맞았기에 일식집옆 허름한 옷가게
에서 벳남여인이 추천하는 옷을 샀다. 괜찮다.
신호등도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고
싸구려 옷을 사들고 신이 났다.
그래도 땀내 나는 옷을 하루 더 입기보다는
싸구려 새 옷이 훨씬 좋다
.
핑크빛
촌티 나는
티셔츠에 검정바지를 사고 양말도 샀다.
주사도
맞고 영양보충도
했으니
꿀잠을
잔다
.
그다음 날
한번 더 왕진을 오셨다.
두 번째 만나니 의심보다는
감기가 뚝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바쁜 일정을 두루두루 챙기며
따라다녀보니
애쓰고 있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그 와중에
국화꽃
향기가 차 안에
가
득했다.
먹다 남은 작은 물병에
꽃을 꽂아두었다.
차 문짝에 세워두었더니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두었다.
22일에 받은 꽃
28일 아침
생생하게 소국이
향기를 발하며 화병에 꽂혀있다.
드라마틱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맨스 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남편의 감기는 덕분에 좋아졌고
연말을 잘 보내고 새해 맞을 준비로
바쁘게 살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연말연시가 되시길
늘 함께해주시는 구독자님, 작가님
감사합니다.
keyword
감기
마음
의사
아이리스 h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회사원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공유합니다.
구독자
54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가끔 내 삶도 드라마틱하다.
그런 사람 어디 있나요?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