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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31. 2022

그런 사람 어디 있나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나 생일이야~~"


마이크라도 들고 광고를 해야 하나?

내 생일이 지나가야 항상 연말이 온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다들 바쁘다 바빠

크리스마스 보내고 연말이 되기 전

내 생일은 그사이에 끼여 있다.


아들선호사상이 강했던 충청도에서

둘째 딸로 태어난다는 것은 그리 축하

받을만한 일이 아니었나 보다...

이미 태어난 딸이 하나 있었고,

아들을 바라던 때였기에 둘째 딸은

환영받지 못하고 세상에 오게 되었지만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아 냈다.

나의 글

'아들이면 어떠하고 딸이면 어찌할꼬?'

 

생일이 의미 있게 다가온건 50대부터다.

생일을 온전히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난 소중하니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누가 뭐래도... 사랑으로 태어난 건 확실하다.

1년 중 딱 하루 생일, 태어남을 많이 많이

축하받아도 되고, 이곳저곳 소문내도 된다.


'나, 생일이라고...'




언니?

골뱅이무침에 해물파전 어때요?

모일 거죠? 모여야죠? 모이기로 했잖아요.

모이세요~~ 단톡방에 불을 지핀 동생 덕분에

내 생일 하루 전날 낮 11시 30분에 얼떨결에

생일파티 겸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비타 5백 한 박스에 고소미랑 카스타드 사들고

동생네 집으로 다. 집으로 손님  7명을

흔쾌히 부르는 그런 사람 어디 있나요? 여기요.

솜씨 좋고 씩씩하고 당찬 동생이 있다.

(찐 동생 아니고 합창단에서 알게 된 동생)


"어서 오세요. 언니가 1등이네요"

"뭐야?? 오늘 맞지? 시간도맞고..."

"언니가 주인공 이니까요 ㅎㅎ"

본인의 집을 오픈하여 생일파티를 해준다니

너무 감동 아닙니까? 하노이 타국에서...

만난 지 만 4개월 만인데 이토록 정겨울 수가


딩동! 딩동! 딩동!


2등 동생은 케이크를 들고 입장했다.

3등 동생은 큰 쇼핑백을 두 개나 들고 왔고

4등 , 5등 , 6등, 7등 동생들까지...

모두 바리바리 무언가를 챙겨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센스쟁이 7인방이다.

잊을 수 없는 생일파티 2022년 12월 27일

골뱅이 소면에 부산해물파전 최고다!

주황방울토마토에 비싼 딸기까지...

준비한 손길이 벌써 고맙고 사랑스럽다.

커피 향도 좋다. 한국산 반건조 오징어를

가져온 기쁨조 동생까지...


입도 즐겁고, 뱃속도 채워지니 웃음도 빵빵

터진다. 옷핀모양 보이십니까? 하하하

구기자를 품고 온몸을 풍덩 빠트린 차 한잔에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집안을 들썩인다.

구기자차가 우러나는 중


케이크에 초를 세 개만 꼽기로 했다.  

축하해, 사랑해, 행복해 3 글자니 초세개

얼마만의 생일파티인지?

곰살맞게 챙겨주며 언니 언니 불러준다.

타국살이 중 이런 생일파티는 처음이다.


게다가 취향저격 생일선물까지... 받았다.

아름다운 낮이다. 골뱅이에 소주 한잔 캬~~

아니고, 커피 한잔과 구기자차에도 취한다.

기분 탓인가 보다. 그런 동생들 덕분에

2022년 내 생일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

계피나무로 만든 작품

계피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베트남은 개미가 종종 있어 계피를 이곳저곳에

두면 개미가 못 들어온다고 한다. 대문안쪽에

걸었더니 열고 닫을 때마다 향기롭다.


조폭언니, 꼰대언니, 밉상언니 말고

좋은 언니, 귀여운 언니, 친구 같은 언니,

볼수록 매력적인 언니, 안 보면 보고 싶은 언니가

되어 동생들과 함께 잘 지내고 싶다.


그런 사람 어디에 있나요?


고맙고 감사한 마음 듬뿍 담아 수다 한 바가지

웃음 보자기 가득 채워 돌아오는 길  행복이

감사가 나른하게 스며들었다. 발걸음도 가볍다.




엄마와 아들 그리고 남편

 

"내일부터 연말 회식이 줄줄이 있어요  "

"아~~ 그래? 몸 상하지 않게 적당히..."

"생일파티 해드리려고 이것저것 샀어요"

"나도 당신 생일에 하노이로 갈게"

그런데 시간이 없다며 여러 가지 풍선과

장식품들을 식탁에 내놓고 아들이 출근했다.


자축하라는 거다. 스스로 풍선도 달고,

글씨도 달고, 아이참 내 ~~ 낮에 생일파티

하고 왔으니 다행이지 나 혼자 눈물 날 뻔했다.

저녁이 훌쩍 지난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 케이크를 남편이

사 왔고, 아들은 야근 후 겨우 집에 왔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다고 했지만

애써 생일파티를 하루 전날밤 하자고 한다.

작년엔 큰아들과 함께 한국에 있어서

못했다며 작은아들은 애써 엄마를 챙긴다.

사실 고구마 케이크를 먹고 싶은 듯했다.

내일 아침은 너무 바쁘니 밤에 하고 먹자고 한다.


셋이서 야밤에 생일파티를 했다.

고구마 케이크는 그날밤 폭풍 흡입되었다는

소식을 알린다.

우리 집 밤 10시 생일전날 파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런 사람 추가했다.

남편과 아들 ㅎㅎ내 찐 생일은 내일인데...

듀엣으로 불러주는 생일노래가 감미롭다. 

아~~~ 행복한 밤이다.




두둥 ~생일날 아침


하늘에서 반갑지 않은 단비가 주룩주룩

날 잡아 내리고 바람도 친구 되어 쌩쌩 분다.

베트남 하노이는 춥다 추워 진짜 춥다.


원래 지름길은 비포장길이고

원래 골프는 고생길이고

원래 생일은 신나게 노는 날이다.

원래 수요일은 회사일이 바쁜 날이지만

원래 사장님이  땡땡이쳐야 직원들이 숨통 트인다.


생일 골프 필드예약은 선택 아니고 필수다.

날짜변경 못하고, 예약취소 불가능하다. 

날씨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너무했다. 오마이갓뜨~~~~

20프로 소나기였던 날씨는 하루종일

얄궂게  비가 내렸다.


복이 비처럼 내린다고?? 그건 아닌 듯 하오만

풍선은 비를 맞으며 나와 동행중이다.

하루전날부터 동행중

풍선도 달고, 생일 글씨도 달았다.

골프는 뒷전이고 대기 중이던 카트를

꽃마차로 변신시켰다. 하하하~

유치함이 주는 즐거움 호호호~

누군가 폭풍우 속에서도 춤추라 하지

않았나? 생일날 비를 맞으며 라운딩에

진심이다. 그런데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빗속을 뚫고, 뿌연 안갯속을 지나 공은

어디로 갔는지? 확인이 어렵다.

공도 비 맞고, 골프채도, 나도 함께한 우리는

공을 치면서 모두 비 맞은 생쥐꼴이 되었다.

골프에 진심인 건지? 오기인 건지?? 


어쩌누? 생일날 불려 나와 생 고생을 하는

그런 사람 여기 또 있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들...


야구선수 출신의 남편 후배는 나에게 물었다.

"형수,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 달란다.

하하하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저 마음

편하고 좋은 사람으로 뽑혔을 뿐이다.


장갑이 흠뻑 젖어 벗겨지지도 않는다.

골프티에 점퍼에 우비까지 뒤집어쓰고

곰돌이가 되어 날 다람쥐 흉내를 내며

공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여보, 잊을 수 없는 생일이야!"


생일이 딱 하루 1년에 한 번이라 다행이다.

못 치겠어 ㅠㅠ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자에서 장갑에서 물이 흐른다.

9홀까지 치고, 포기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더 이상 못 치겠다고 악수를 하고 떠났다.


그들이 부러웠지만 우리는 30분쯤~~

휴식을 하고 간식을 먹은 후 다시 도전했다.

비바람 속에 젖은 잔디를 밟으며...

18홀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다.


남편의 감기가 다시 시작되면 큰일인데...

그 비를 다 맞고 정말 괜찮다.

휴~다행이다.


'생일날 다시는 골프장에 오지 않으리라.'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

고생시켜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새해엔...


비를 맞고 라운딩한후 맛있는 저녁은

뜨거운 꽃게탕과 몸보신 훈제오리로 생일

마무리를 하던 중 식당에서 생일 축하 노래와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 감동이 비처럼

행복이 비처럼 하루종일 그렇게 내렸다.


2022년 힘들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행복했던 날들을 만들어준 그런 사람들이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었기에 행복했노라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본다.


브런치에 시시콜콜  잡다한 일상을 일기처럼

끄적거리며 살고 있는 갱년기 아이리스의 글을

응원해 주신 작가님, 구독자님 너무 감사합니다


2023년 계묘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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