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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an 26. 2023

만세! 만세!! 만만세!!!

설연휴의 일상 속으로...

연휴가 이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떡만둣국도 미리 끓여 먹었고 아들들은

한국에서 우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무런

스케줄 없이 10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벳남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은 명절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떠나니 하노이 한인타운이 조용하다.

문 닫은 식당이며 가게가 많았고, 방학과 겹쳐진 구정은 어디론가 여행까지 간 듯 텅 비었다.


우리는 하노이를 지키기로 했다. 여유로운 자금도

없고 예비비가 있긴 하지만 막 쓸 수 없어서 알뜰

설을 지내기로 했다. 최소한으로 아껴 쓰며

버티기를 해보려는 생각이었다.


설날 하루 전


이곳 베트남 토끼띠가 없고 고양이띠 있다. 바로 2023년 올해는 고양이띠 해라고 한다.

설날에 받아둔 백화점 상품권을 들고 쇼핑에

나섰다. 백화점에도 손님이 별로 없다.


고양이 모형 인형들이 백화점에 가득하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모습으로 포즈를 잡았다.

토끼대신 고양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눈길이 간다. 어릴 적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지만

난 그리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는 베트남에서 고양이 해를 맞이했으니

좀 다른 시각과 느낌으로 사랑해 보려 한다.

행운의 마스코트 고양이 만세!! 나도 만세다.


야옹~야옹 냐아옹~~ 그나저나

맘에 드는 것을 사려니 돈을 더 추가해야 한다.

상품권에 맞춰서 사보려고 이곳저곳을 누빈다.


가방 살까? 아이고 비싸다.

액세서리를 살까? 너무 싸다.

그럼 뭘 사지?

빙빙 돌고 돌아 아이쇼핑을 끝낸 후 신발을  샀다.


어릴 적 설빔에 털신은 눈 속을 뛰어다닐 만큼

좋았던 기억이 난다. 날씨가 추웠던 설날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면 새 신발이라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새 신발을 공짜로 받은 듯 신이 났다. 새 신발을 신고 어디라도 가고 싶었다. 베트남살이 7년 차지만 온전히 설연휴 집에만 있기는 처음이다.


폭죽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쿨쿨 자는 남편을

깨웠지만 실패하고 나만 불꽃놀이를 신나게 구경했다.

펑펑 터지는 형형색색 폭죽처럼 올 한 해 좋은 일이

팡팡 팡팡팡 터지길 기도했다.


자다 말고 일어난 남편은  "우리도 떠나자!"짐을 챙기란다. 갑자기... 지금? 아니고 내일 예배 후

어디로든 떠나자며 싱크대속 먹거리를 챙기고

여벌옷과 양말 그리고 전기요까지... 챙겼다.


어디로? 가는 건데...

일단 나만 따라오라니까...

무계획에서 급 계획변경의 달인 남편을 따라나섰다.

드디어 집안일에서 벗어났다 만세! 만세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새롭고 설레는 반면

아는 곳을 다시 가는 여행은 고향집을 찾아가듯 편안하다. 한국에서는 강원도가 그랬고 충청도가

그랬듯이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만만한 삼선바닷가

와 하이퐁 바닷가가 그렇다.


바다가 그리울 때 자주 찾아가던 곳이다. 하노이에서

2시간 30분쯤 걸린다. 잠시 눈을 감고 잤는데 삼선

바닷가도착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이다.

익숙했던 곳인데도 낯설다.


바다는 여전히 잘 있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했다. 이곳에 묻어놓은 추억이 떠올랐다.

코로나 이후 문 닫은 식당도 호텔도 많았다.

새로 지은  풀빌라도 새롭게 보였다.

설날아침 예배를 마치고 바다로 향하길 잘했다.


골프여행 아니고 온전히 휴식 여행이기에 더

편안한 마음이 든다. 단 둘만의 여행이다.

가격을 조금 추가해서 오션뷰를 잡았다.

인터넷으로 본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가격대비 괜찮다. 한화(7만 원 정도)

원래가격에서 50프로 세일된 가격이다.


오케이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맘에 들었다. 이곳은 삼선 Dragon sea 호텔이다.

베트남 삼선 드레곤 호텔

넓고 긴 창으로 탁 트인 뷰가 멋지다.

우아~~~ 바다한눈에 보인다.

 마음까지 뻥 뚫린다. 이 맛에 바다에 온다.

베란다에 등나무 의자에서 바라본 뷰


2023년 1월 22일 오후

파도치는 다가 넓게 보이는 방에서 바다를

보고만 있어도 좋다. 급 변심하기를 잘했다.

나름 바리바리 챙겨 온 것들을 꺼내서  

미니 슈퍼마켓을 만들어 놓고 웃음이 났다.

이중 블루베리가 젤 비싸다.

시댁도 친정도 내 집도 아닌 호텔에서 설날

떡국대신 인스턴트 먹거리로 신이 난 불량주부다.

전, 잡채, 갈비 없는 설날을 맞이하게 되니 새롭다.

설날 이래도 되려나?? 만세! 만세! 만만세다.


침대에 누워 출렁이는 바다뷰를 감상해도 좋고

작은 베란다 등나무에 누워도 좋지만

눈앞에 보이는 바다를 직접 가는 건 더 좋았다.

길만 건너면 된다. 모래사장에 서너 마리의

얼룩말이 반겨준다. 사진을 찍느라 즐거운

벳남 사람들을  구경만 해도 즐겁다.

바다야 내가 왔노라 모래사장에 글씨 쓰기

앞태 뒤태 마구마구 찍어본다. 둘이서 신이 났다.

늘 그렇듯 바다에 오면 즐거움이 생긴.

나만 그런 거 아니겠죠?

이런 거 꼭 해봐야 바다에 온 거다.


모래밭  낙서

어린아이처럼 파도와 친구하고 멋진 사진도 찍었다.

흐렸던 날씨가 조금 나아졌고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훨씬 좋아졌다. 하늘 향해 힘껏 만세도 했다.

오른발 왼발 뒤쪽으로 들었다 놨다. 목에 두른

목도리를 들고 에헤라디야~춤도 추며 말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결혼 30년 만이다.

30년차 부부의 동심

저 바다는 나를 알고 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 오면 나도 바다를 닮는다.

이곳 바닷바람이 차지만 가을 같은 벳남 날씨다.

우리는 한 동안 바다와 친구 되어 놀았다.


게들이 만들어 놓은 동글동글 모래집들이

보인다. 잠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미안해.

멋진 모래집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무심코 꾹꾹 밟지 않았는지? 뒤늦게 사과한다.

니들도 참 애쓰며 살고 있구나!

게 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

신나게 놀았으니 뱃속을 채울 차례

회나 찜 게를 먹으려 초고추장도 준비해 갔건만

문 열어놓은 식당이 안 보인다.

ㅠㅠ 바다만 실컷 보고 아쉬움에 열어놓은

카페를 겨우 찾아 오렌지주스를 한잔씩

시원하게 마시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에 보리쌀 넣고 해 놓은 밥을 비닐팩에 담아왔다.

얼마나 다행인지? 김치에 된장깻잎에 멸치볶음으로

배고픔을 달랬다. 컵라면까지...  시장이 반찬이다. 반찬투정 없는 저녁밥상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호텔방구석에 미니 슈퍼마켓을 털어 먹는 맛 쏠쏠~

ㅎㅎ 그리고 마무리 맥주 한잔도 ~~

한국에서 공수해 온 배를 선물 받아 한 개 가져욌다.

깎아서 냠냠 진짜 배가 부르다. 더 이상 한도초과다.

기쁨, 행복, 사랑까지 이곳에 가득 찼다.

음~~ 좋구나 기분도 마음도 오늘만 같아라.


여행은 늘 추억을 만들어 준다.

간직했던 기억에 새 추억을 추가했다.

같은 곳 다른 느낌 그리고 편안함을 느꼈다.

명절 증후군대신 타국에서 명절 그리움을

이겨내며 만세 창을 외친 아이리스다.


모두 설 연휴 잘 보내셨죠?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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