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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Feb 28. 2023

내 맘대로 번데기 소면요리

뻔뻔~~

"옴마야~ 이걸 어떻게 먹어?

"이거 이거 번데기잖아~~~"


"몸에 좋은 거야~ 어서 먹어봐"


"너무 못생겼어~ 벌레 같아~"

감기 걸려 콜록대던 나에게 보양식이라며

엄마가 시장어귀에서 사 오셨다.


김이 모락모락, 냄새도 살짝 나고...


"한 번만 아니 한 개만 먹어볼게? 

음 ~~~ 어라 구수하고 먹을만하네"


번데기 먹고 나은건지? 나을 때가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날 이후 감기가 뚝 떨어졌다.


내 어릴 적 시장이나 골목길에 누런 양은냄비에

번데기가 바글바글 끓어 김이 났다. 야릇한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곤 했었다.


뾰족 원뿔을 뒤집어서

아이스크림 통처럼 생긴 곳에 번데기를

담아주면 끝까지 먹기도 전에 종이가

쭈글쭈글 해져 펑크가 났었다.


짭조름한 국물맛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뻔~뻔하며 큰소리로 번데기를 팔던 아저씨

아스라이 추억속에 서 있다.



부산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족들과

민속촌에서... 남편과

번데기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결혼 후,

남편은 자주 번데기탕 요리를 해주었다.

통조림을 사다가...

소주 한잔 캬~~~ 남편이 유일하게 해 주던

그 번데기탕을 아이들도 좋아했다.


'식성도 닮아가나 보다....'


하노이 마담이 된 후,


"여보~ 번데기요리 준비했어요"

"오 홀 그래 일찍 갈게"

"아들아, 오늘저녁 번데기 요리야"

"아하, 오늘은 야근 없어요~~"

두 남자 귀가를 서두르게 하는 번데기 요리는

참 쉽고도 간편한 요리이다.


옥수수콘을 넣고 나만의 번데기요리를

만든다. 번데기 통조림을 사서 소면은

삶고, 옥수수캔도 따고, 고추랑 당근 썰고

마늘 듬뿍 넣고 프라이팬에 볶는다. 끝

번데기 요리

작년이맘때쯤 ~

한국에 갔을 때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 남편이

입맛이 떨어져 음식을 잘 못 먹었다.

그때 나는 재래시장에 가서 번데기를 발견했고

집 나간 입맛을 번데기 한 컵으로 돌려놓았다.


종이컵에 수북하게 담아 2천 원이었다.

호숫가에 가서 번데기를 꼬치로 찍어 먹으며

추억을 야금야금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추억의

음식을 먹으면 좋아진다.


우린 자주 재래시장에서 번데기를 사먹었다.


번데기 먹고 좀 뻔뻔하게 살아보는 것도

세상 사는 비법 아닐까?

겸손하게, 착하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가끔 버거울 수 있다.


화요일 화내지 말고

화사하게 웃어보시길요~~

봄이 문턱을 넘어 달려 옵니다.

번데기앞에서 주름잡지 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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