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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Feb 24. 2023

블록퍼즐 테트리스 게임

나의 취미생활

"아들아, 내가 너를 닮았나 봐 ~

게임이 좋아졌어 ~~~"


"엄마, 또 게임해?"


"ㅎㅎ 말 시키지 마 ~

지금 엄청 중요하거든"


"밥은 먹었고?"

"네 "


"별일은 없었고?"

"네"


"음료수는 냉장고에 있어"

"아이고~"


아들이 야근하고 돌아왔는데

엄마가 눈도 안 마주치고  

게임에 푹 빠져 영혼 없는 질문만 합니다.

아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엄마, 적당히 해야죠~"


"알았어 이 판만 깨고 끝낼게"


"오늘도 엄청 피곤했어요"

"저는 일찍 자려고요"


"그래 어서 씻고 자라"

"엄마는? "


"조금만 더하고 잘게~"

"그러다 큰일 나요. 건강은??..."


"아니야 조금 후에 잘 꺼야 먼저 자. "

아들과 엄마의 대화가 바뀐 듯합니다.




7년 전 알게 된 테트리스게임은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나의 무료함을 달래준

취미생활이었다. 놀고, 먹고 쉴 때였다.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쉼표가 필요했고

남편을 따라 하노이로 터전을 옮기면서 난

드디어 야호! 신나게 놀게 되었다.


친구들이 날 보고

"너무 열심히 일했어, 넌 좀 쉬어도 된다~"

인정을 해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때다.

이유 없이 몸이 안 좋았고, 잠도 못 잤다.

그때 알게 된 테트리스게임은

나를 놀라게 했다. 엄청 재미있다?

나도 게임을 잘할 수 있구나!

한 줄을 맞추면 팡팡 터졌다.

 

뭔가 해낸 이 느낌... 뭐지?

블록을 잘못 넣거나, 순간 커서의 움직임을

오른쪽, 왼쪽, 좌우 살피지만 순간의 손끝이

게임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게임이 일찍 종료된다. 점수가 멈춰버린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닌데.... 망했다.


속상하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서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아 포기를  할 수 없다.

남는 게 시간이고 하루가 너무 길었다.

다시 다시 그렇게 실력이 늘어갔다.

어쩌다 밤도 새웠다.


어찌나 시간이 잘 가는지?

남편이 늦어지고, 아들도 야근하면

더 시간이 많아져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았다.


골프를 배우기 전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난 테트리스 중독자였다.

아무도 못 말리는...

1년쯤 놀다가 다시 논술 과외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테트리스게임이 날 반겼다.

밥도 대충 먹고, 티브이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옆에서 누가 뭘 먹어도 모르고

집중! 초강력 집중을 했다.

그러니 잘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난 천재인가 봐...'


"와우, 엄마 진짜 잘하네"

작은 아들도 인정했다.

"내가 엄마 닮았나 봐..."

한때 게임 (롤) 엄청 잘했던 아들이

이제는 게임할 시간도 없고

회사일에 푹 빠져 있다.


돈 모으는 맛도 알았고

게임보다 훨씬 재밌는 일을 찾아낸 것 같다.

게임을 해도 멈출 줄도 알고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스스로 알게 되었다.

끝이 안나는 승부 임도 터득했다.


승부욕 없는 나는 보통사람이었다.

내 안에 승부욕이 숨어있음을 깨웠다.

머릿속 회로가 꼬일 듯 하지만

나름 뇌운동이라 주장하며 남편에게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잉? 알고 보니

남편도 테트리스 게임 마니아였다.


지기 싫어하고 승부욕 강한 착한 남자?

긴 세월 아버지로 사느라 고생했다.

쉬엄쉬엄 게임도 즐기며 살라 했더니

눈 어두워서 이제 그러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생 좀 씁쓸하다.



주말 남편이 하노이로 오는 날이다.

테트리스 잠시 접고 요리를 하련다.

불량주부 말고 베스트 아내

최고 엄마 코스프레 하는 것도

즐거우니까...


가정에 펑화는 아내요 엄마의  몫이다.

두 아들 키우며 게임과의 전쟁을

한바탕 치렀다. 그땐 그랬다.

방과 후교사와 과외를 병행했던 때라

늘 집을 비워야 하는 저녁시간 때

아들들은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스스로

공부나 숙제를 해야 했지만 몰래 컴퓨터

게임을 즐기며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려고

키보드에 샤프심을 몰래 꼽아두고 나갔고

비밀번호를 바꾸고 마우스를 숨겨놓았으며

안방으로 컴퓨터를 들여놓고 안방문을 잠갔다.


그러나

키보드에 부러진 샤프심은 다시 꽂아두면 끝

비밀번호는 손쉽게 아들들에게 해킹당했다.

안방 문은 잠갔지만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이 있었으니 도둑고양이처럼

창문으로 들어가 몰래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게임을 어떻게든 하려고

호시탐탐 엄마의 동선을 살피며

 엄마가 집을 비운사이

두 아들은 머리를 엄청 굴렸으리라~~~

그러다가 학원 땡땡이치고 PC방까지...


난 컴퓨터를 한대 더 샀고

공부방에 두대의 컴퓨터를 들이고

피시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말이면 신나게

게임을 왕창 시켜주었더니 아들들이 처음엔

좋아했고 나중엔 백기를 들었다.


끊임없이 싸우는 방법보다는 실 게임을

시켜주며 라면도 끓여 넣어주고 방 안에서

최고의 레벨을 찍을 때까지 못 나오게 했다.

두통을 호소하고 속이 안 좋다고 방 안에서 나왔다.

그렇게 몇 번 반복을 하더니 슬슬 게임 횟수가

줄어들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계속되었지만 스스로

절제의 순간을 깨달았고, 스스로 지쳐갔다.

게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큰아들, 게임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은 아들


우리 가족은 게임 중독의 늪에서 힘겹게

빠져나와 보통사람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밥 줘 ~엄마"

"그래~ 아들"


테트리스 게임을 잠시 멈춘다.

직진하면 낭떠러지가 나올 수도 있다.

유턴해야 살아남는다.

인생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야

삶이 행복해진다.


당신의 두뇌를 운동할 시간입니다.

테트리스가 또 나를 부른다.

현재 5만 점이 넘었다.

아직 진행형 테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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