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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r 10. 2023

보통사람이 아니여~

생활의 달인

"못키로 바우니오 띠엔?"

(1킬로 얼마예요?)


"못키로 바무"

(1킬로에 3만 동)


"하이키로냐? 코옴"

(2킬로? 아니요)


"조또이 못키로 오케이~~"

(1킬로 주세요)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미딩~

가는 말 오는 말이 짧지만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 없이 과일사기에 성공합니다.


보통사람이 아니여~ㅎㅎ


미딩 한인타운 브레드 팩토리아 앞

빨간 모자 아저씨와 통통한 아줌마의

과일 가게가 길가에 나란히 있습니다.

한국마담들은 이곳에서 주로 과일을

삽니다. 좋은 과일들을 저렴하게 팔며

많이 샀을 때에는 배달도 가능합니다.


빨간 모자 아저씨를 모르면 하노이 마담이

아닙니다. 한국마담의 마음을 읽어주는

센스와 입담과 과일값을 한국말로 듣기 쉽게

말해주며 덤으로 더더 주기도 합니다.


그 옆, 통통보다 뚱뚱 에 가까운 아줌마는

"마담, 마담, 마담" 애타게 가는 길을 막고

사과한쪽을 주며 유인합니다. 얼떨결에

받아 든 사과를 먹으며 오늘 들어온

과일과 야채들을 살펴봅니다.


아줌마의 미소에 오늘도 넘어갔습니다.


그 아줌마 보통사람이 아니여~~


두툼하고 거친 손으로 고구마를 봉투에

막 담아 저울에 올리더니 3만 동을 외칩니다.

어머나! 저울이 정확히 1킬로를 가리킵니다

어머나! 이곳에 달인이 있었습니다.

엄지 척을 해주니 아줌마는 신이 났습니다.


방울토마토 보다 크고 찐 토마토 보다 작은

중간크기의 벳남 토마토를 사기로 합니다.

이번에도 대충 담아

저울에 올리자 1킬로가 정확합니다.

어머나! 과일을 마구잡이로 담아도

척! 척! 척! 1킬로가 됩니다.


보기만 해도 신기합니다. 저울바늘이

멈춥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말입니다. 사진을 찍겠다며

저못쭛(잠시만)하고 말하자

아줌마는 웃어줍니다. 그리고 서비스로

몇 알 더 담아줍니다. 인심도 후합니다.

하노이 한인타운 길가

보이십니까?

벳남 하노이 미딩엔 저울에 과일을

올려서 1킬로를 정확하게 맞추는

생활의 달인 아저씨와 아줌마가 있습니다.

오늘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정확합니다.


하하하~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언제나 밝은 미소와 눈빛 그리고 저울손에

믿음과 신뢰가 오고 가는 현장에서 흥정을 하며

토마토와 고구마를 구입했습니다.


항아이 항아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눈을 감고도 과일의 무게나

고구마의 크기를 저울에 올려 1 킬로 또는 2킬로를

정확하게 맞추는 두 분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그곳에서 과일을 팝니다.


두 분은 보통사람이 아니여~~


누구나 반복되는 일상이 힘들고

지겹다지만 그 안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달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분명 보통 사람인데... 어느새 해외살이

7년 차에 접어들었고 어쩌면 변화무쌍한

베트남 적응의 달인이 된 ? 합니다.


그러니 보통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노이 미딩 길가 과일가게 모습

맨 앞에 보이는 노르스름한 것은 참외

빨간색은 사과, 그 옆은 귤, 노란색은 망고

용과, 애플 망고, 수박, 토마토, 옥수수

고구마, 계란, 등등 그날그날  다릅니다.


늘 먹어보고 살 수 있게 맛보기를

시켜줍니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모든

과일을 저울에 달아서 살 수 있고

낱개로 한 개도 살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맛도 좋은 편입니다.


여행객으로 와도 바가지 쓸 염려 없이

싱싱한 과일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근처 빅시가든지하에서는 열대과일을

맘껏 구경하고 맛볼 수 있으며 그곳도

저울로 사고 싶은 만큼 담으면 됩니다.


길가에 저울이 열일을 합니다.





남편이 운영하는 의류 회사에는 저울이

엄청 큰 게 있습니다.  의자처럼 앉아서

실을 고르고 있던 샘플실 직원 때문에

하하하 웃고 말았습니다.


못쭛(잠시만)

그대로 있으라 했더니

직원은 무슨 일인지? 놀라며

저울에서 벌떡 일어나려 합니다.


콩 싸오(괜찮아)

겨우 45 킬로그램의 작은 몸을 다시

저울에 의지 한채 실뭉치들을

골라내고 있습니다. 의자도 많은데

실뭉치 앞 그램수를 나타내는 저울이

그 직원에게

잠시 편안한 의자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인 직원은

부지런하며 일도 잘한답니다.

게다가 몸무게도 보시다시피 잘 유지했으니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여~~


보통사람의 표준 몸무게는? 적당한 키에

알맞은 몸무게라지만...

건강검진 후 비만이라는 단어가 들어옵니다.

웬만하면 다 비만이 나온다고 합니다.

나만 그런가? 눈으로 보기엔 보통인데...

비만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보통사람이 아니었던 갈비씨 시절이 지나고

보통사람으로 살았던 짧은 기간이 또 지나고

보통사람이 아닌 몸무게에 예민한 시절을

살고 있는 저는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충청도 작은 마을에서 나는 전교에서

제일 가벼운 여자 (중. 고 시절)였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다 알고 있지만.... 지금은 몸무게

쉿 ~비밀입니다.


표준 몸무게를 유지하는 일은 너무

인간미가 없는 게 아닐까요?

과일은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비쌉니다.

 ㅎㅎ 사람도 그러면 좋을 텐데....


사람들은 가벼워지려고 날씬해지려고

애씁니다. 뛰고, 달리고, 운동하며,

살을 뺍니다 건강을 위해서.... 저도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노이는 벌써 옷들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샬랄라 원피스를 입으려고

고구마와 방울토마토를 먹어봅니다.

이 허전함을 달랠 수 없어서

주말엔 고기를 저울에 올려서

넉넉하게 사 올까 합니다.


몸은 좀 무게가 나가도

마음은 가볍게 만들 수 있으니...

난 보통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웃으며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며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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