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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r 21. 2023

Blue daze 꽃처럼....

하노이 여성 합창단 이야기

아~아 ~~~아 ~

이~이~~~이~

에~에~에~에~에~

미오미오미모미오미~~


이 청아한 소리는

피아노 음을 따라 발성음을 따라 하거나

소리를 내어 오디션을 보는 중입니다.


내 이름 석자가 적힌 목걸이를 걸고

1대 1 (지휘자님과 나) 

피아노 앞에 섰습니다.


'아~이런 날이 올 줄이야~~'


어느새 합창단 6년 차가 되어가지만

오디션은 처음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파트에서 연습했고 무대에 섰는데...


두 달 반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3월 개학을 하니 반가움도 잠시

한 명씩 목소리를 테스트받게 되었습니다.

기존단원과 새로 들어온 단원들 모두

대기실에서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한 사람씩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바짝바짝 침이 마르기도 하고 떨렸습니다.

이 나이에...오디션이라니....

합격, 불합격도 아니고, 음역대에 맞는 파트를

나누는 일인데... 마음이 콩닥콩닥 뛰고

심장도 바운스 바운스... 이런이런 ㅎㅎ


다리도 후들후들 ㅎㅎ 이게 뭐라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던가?

가위 바위 보를 하려다가

내가 먼저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고...


어려서부터 합창단, 중창단 그리고

나름 독창무대에도 섰던 나의 목소리는

오늘 감기 탓이라 돌리고 싶을 정도로

고음이 나지 않습니다. 우야꼬??

저음만 잘 나옵니다.


학원강사와 과외수업으로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막 쓰다가 성대결절이 생겨

치료도 받았었고, 쉰 목소리로 여러 날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두 아들을 키워내며

고왔던 목소리는 살짝 다운되었습니다. 인정!


핑곗거리를 찾아 합리화를 시켜보지만

오디션은 치러졌고 그날, 나는 고음불가?

저음을 질러 내보라고 합니다. 

가성 말고 진성으로 자꾸만 쥐구멍을

찾아 소리가 기어 들어갑니다.


나만 그랬을까요? 궁금합니다.


합창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내 목소리를

줄이고 살살 목소리를 맞추었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일단 오디션에 탈락은 없어 다행입니다.

나름 소프장으로 4년쯤 봉사를 했습니다.

늘 소프라노만 고집하며 애썼는데....

오디션을 받고 나온 결과는 메조소프라노나

알토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난 메조소프라노가 너무 어색합니다.

쥐어짜 낸 목소리로 프라노 하기보다는

한 톤 낮추어  메조소프라노의 음역대를

소화시키는 게 좋을 듯하다고 합니다.

뭔가 새롭기도 하고 편안합니다.


소프라노에서 메조나 알토로 이동하거나

알토에서 소프라노로 바뀐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기존단원들의 움직임으로

합장단은 비로소 조화를 이루고 섞여서

맛깔난 목소리를 내리라 기대해 봅니다.




어쩌면 는 삶에서도 소프라노로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살지는 않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고집을 부리고 우기며

내 맘대로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오디션을 통해 잠시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조용하고 잔잔한 알토음색이 매력적이란

사실을 잊은 채 고음만을 지르며...


알토... 음 잡기가 어렵지만

연습에 연습을 통해서

편안하고 매끄럽게 다듬어지면 익숙해져

아름다운 알토가 됨을 모른 채 말입니다.

 

삶에서 마주한 많은 장애물들....

두려움으로 나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요?


함께 어울려 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무료한 일상 속 즐거움을

찾으며 오늘도 하노이 마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매주 월요일 10시~~12시까지 


목관리는 기본이고, 몸매관리도 기본이며

어떤 어려운 곡도 소화시켜 내려고 도전 중~

하노이 하늘아래 한국마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질 것입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탈락은 없습니다.

오디션은 있지만 나를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떨지 말고 졸지 말고 나오시 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앞 길가에

보랏빛 꽃이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길가 잡초더미에 피어난 꽃이라니...


기품을 자랑하는 난 꽃도 아니고,

깊은 산속에 숨어 피는 야생화도 아니며

향기 짙고 아름다운 장미꽃도 아니고

우연히 가로수밑에서 어쩌다 뿌리를 내리고

겨울을 이겨낸 푸른 잉크가 번진 듯

앙증맞은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자세히 보니 참~ 예쁩니다.

소프라노로 가신분

메조소프라노가 되신 분

알토로 이동하신 분

우리는 모두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함께 합창단을 하는 동안 좋은 추억

쌓으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휘자님 애쓰셨습니다.

아메리칸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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