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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13. 2023

미션 클리어~~^^

할 수 있다. 해냈다.

"아이고~ 다리야" 

"에궁~ 멍들었네 무릎이..."

"어머낫~ 또 까먹었어"

"에구야~ 틀렸어 다리가 꼬였당께"

"에휴우~ 나 좀 살려줘~~"

" 오 마이 갓뜨 바쁘다 바빠"

" 쩌이 어이"

"또 또 연습이야~~"


"며칠 남았지? 디데이?"


이 소리의 근원지를 따라가 봅시다.


충청도 작은 마을에 교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앞집 친구 따라 교회에 갔다.

시골 초등학교 옆 그 교회는 나의 쉼터이고

놀이터였다. 언제나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했다.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맛난 것도 주고,

재미있는 성경 이야기도 해주고, 나를 이뻐라

해주는 선생님도 있었다.


피아노와 풍금도 있었고, 집과 다른 느낌이지만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리곤 했다.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기적 같았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단짝 친구와 함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교회에서 보내며.... 즐거웠다.


부활절, 크리스마스행사에는 연극을 하였고, 

율동(춤)을 추며 우리는 한때 교회의 마스코트였다.

그런 시절이 새하얗게 잊혀 흐릿해졌다.




2023년 4월 9일 부활절


베트남 하노이에서 부활절을 맞으며...

주일학교 교사로 일요일마다 봉사 중이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이토록 애쓰는지?

미처 몰랐다. 해외에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되거나 믿음이 생겨나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한다.


해외살이속 어려움을 토로할

비상구를 찾아나선 인간의 나약함이 아닐까?

절실하고 간절하고 절박한 문제들을 끌어안고

어디에든 풀어놓고 말할 수 있는곳 말이다.


모든것이 술술 다 풀리는건 아니지만

마음의 평화를 찾기위한 선택과 의지로

나는 기도를 하고 있다.


교사들의 특별 준비가 시작되었다.


'설마...'

'설마.... 나는 빼주겠지....'

나이도 있고, 관절 팔팔한 30대 40대가 있으니

50대는 패스가 아니던가?

그러나 예외 없는 곳

이곳이 정녕 교회 학교 아니던가?


4주 전 탕탕!!

제발 대사 없고 쉽고 간단한 걸로

부탁부탁 했더니 ~~~ 무언극이란다.

내레이터와 영상이 가미된 연극이니

걱정 말라고 한다.


대사가 없다고 함부로 볼게 아니었다.

몸짓으로, 눈빛으로, 손끝, 발끝을

이용하여 대사를 이끌어 내야 했다.


'신이시여~어찌 나에게 이러시나이까?'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다시 부활하여 세상에 오는 거

세상사람들을 구원하고, 사랑하는 배역이

나에게 당첨되었.


예수님, 그 무겁고 어려운 역할을 내가 

바로 내가 부활절 주인공 이라니...


연극을 하면서 한 번도 주인공을 해본 적 없다.

늘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이나

엑스트라였던 나에게...

올해 부활절 무언극에서 예수님 역할을

맡기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역할이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차분히 순종 했다.


'그럼 , 워십(춤)을 빼달라 해야지...'

워십댄스: 다시오실 그이름

그러나 흥과 끼가 내 안에 있었나 보다

노래에 맞춰추는 춤 동작이 눈에 들어왔다.

반박자 느리게 올라가는 팔

어쩔까나?

꼬인다 다리가 다이야몬드 스텝이...

어쩔 꺼야?

팔과 다리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연습 또 연습을 해보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포기할까? 말까?


지독한 막바지 코로나에 걸린 선생님

직장생활이 바쁜 선생님들 빼고나니

무조건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이고~~

포기하겠다고 상담 갔다가 개인지도만 받고 왔다.


"이렇게 요렇게 하시면 동작이 편안해요"

거실에서 나 홀로 연습 또 연습을 하며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찬양을 하며 몸에 리듬을 익혔다.

그럭저럭 따라갔다. 애쓴다 애써....


주중 연습을 하러 갔더니...

야무진 먹거리에 홀딱 반했다.

 정도는 센스만점 아닌가요?

춤을 추려면 몸이 가벼워야 하니까  ㅎㅎ

연습을 위해 거실을 내어준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부활절 하루전날 총연습과 리허설 


실수연발이다. 티 나지 않았다지만 나만 안다.

자꾸만 틀린다. 에휴! 포기했어야 했어ㅠ

그렇게 하루전날까지 틀렸다.


무언극과 춤 총지휘로 수고한 선생님의

카리스마와 응원이 힘이 되어 우리는 해냈다.

무언극을 빛내준 조연들 엑스트라역도

너무나 충실하게 잘해주었다.


무언극에서 나는 (예수님 역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며 넘어지고

자빠지는 신을 리얼하게 해야 했고,

십자가를 지고 고통스러운 연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야 했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음을 따라 이동하며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연기까지...


어쩌면 좋아 ㅠㅠ


무릎보호대를 양쪽에

차고 난 실감 나게 온몸을 던져 연기를 했다.

예수님이 되어 고난의 십자가에 오르기까지

감정몰입을 하며 연습한 대로...


초등부 아이들 앞에서 나의 연기는 서툴고

어색했을지라도 분명 내면에 감동을 주었을거라

믿어본다.


그렇게 부활절의 무언극과 춤은 박수와

함성으로 막을 내렸다. 뭔가 뿌듯 했다.

할 수 있다. 해냈다. 40일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절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미션 클리어!!




무릎에 파스를 붙였다.


두 개나... 넘어지는 장면 리얼하게

하다가 온몸 이곳저곳이 멍들었다.

연기를 하라 했더니...

부상을 입고 진짜 다쳤냐며...

남편이 웃었다.


"엄마, 예수님 잘했어요?"

침대에 누워있는걸보더니

파스투혼 하셨군요

"살아나신 거죠?" 아들도 빙그레

웃었다. 나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삶에 주인공으로 잘 살아 내고 싶다.

배역을 거절하지 않고 해내길 잘했다.


초등부 전도사님과 모든 선생님들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애쓴 우리는 부활절이 지나서야

두 발 뻗고 쉴 수 있게 되었다.


연기파 배우처럼 우리는 해냈고.

동작이 딱 딱 맞는 소녀시대도

울고 갈 줌마시대ㅎㅎ 충분히 잘했노라고...


우리끼리 만든 활절 영상은

우리끼리만 간직하기로 했다.

혹시 방송국에서

섭외 들어올까 봐~ 하하하하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하자!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가자!

살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사지 말자 ㅎㅎ


푹 ~~ 쉬고 났더니 주말이 코앞이다.


영광의 멍자국이 사라지고 있지만 추억은

고스란히 내마음속에 남아있다.

주차장앞 연못으로 산책 다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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