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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y 22. 2023

파키스탄 요리를 맛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인도 음식점을 찾아서 꼬불꼬불 호떠이를 빙빙 돌고 돌았다. 인도 음식점을 겨우 찾았건만 손님이 없다. 게다가 직원이 하품까지 하며 손님맞이를 한다. 비도 보슬보슬 내리고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 졸음이 올 법도 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버린 이 상황 어쩌지...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곳은 패스! 다음기회에... 오케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뭐라고? 그냥 나가자고? 응 하며 난 슬며시 돌아 나오고 있었다.

왜냐면 일단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고 손님이 없다면

맛도 보장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왜? 인도 음식 먹는다더니..."


"아니야 아까 오다 보니까

 초록 간판 식당이 눈에 들어 오더라고"


"아, 그래? 그람 거기로 가자고? "


"그렇지... 내 돈 내고 먹는데 기분 좋게 어때?"


두리번두리번, 기웃기웃, 갸우뚱갸우뚱?? 영어인지? 벳남어인지? 알 수 없는 꼬부랑글씨들... 우리는 일단 차를 파킹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키가 아담하고, 턱수염이 채플린 같이 귀여운 남자가 밖으로 나와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기에 우리는 고민 끝, 망설임 끝, 흔쾌히 파키스탄 요리를 선택하게 되었다.



"새로운 맛을 즐길 기회 지금이야 ~~"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배가 많이 고팠다. 꼬르륵꼬르륵... 아무것이나 줘도 맛있게 먹을 준비 완료다.

빨리만 주면 좋겠다. 파키스탄이 낯설지 않은 것은 브런치 작가님 중 파키스탄에 거주하시는 분이 계셔서?


그리고 식당 앞 분홍수국의 끌림이었다. 자석에 쇳가루가 당겨가듯 스르르 끌렸다. 태어나서 파키스탄 요리는 처음이라 기대반, 설렘반, 의심반... 마음의 빗장을 열기까지 잠시 뜸 들이기를 했다.


메뉴판에 영어와 벳남어가 빼곡히 적혀있다. 남편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가 능숙한 편이지만 메뉴판을 고를 때는 너무 신중하다. 한참이나 고르고 고르느라 애쓰고 있었다.


"여보, 메뉴판 공부하라고 준 게 아니거든요

이리 줘봐~~ 내가 고를게"


먹음직스럽게 찍어놓은 사진에 집게손가락을 펴서 톡톡 치며 오케이?? 엄지와 검지를 만나게 동그라미를 만든다. 그리고 직원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고개의 움직임을 살피는데 5초도 걸린다.


그 후, 다시 집게손가락을 한 개 세우면 끝이다. 하하하 이렇게 쉬운걸...  해외에서 말문이 막히고 생각이 안 나면 겁먹지 말고  바디 랭귀지를 쓰거나 단어 몇 개 큰소리로 말하면 다 통한다.


난 먹고 싶은 메뉴 두 개를 5초 에 골랐다. 남편은 그 후로도 영어로 묻고, 따지고, 5분쯤 지나서야 메뉴 1개를 겨우 골랐다. 난 늘 먹던 대로 오렌지 주스, 남편은 고민 고민 끝에 워러(물)를 택했다.


소심한 a형 답다. 그게 매력 ㅎㅎ


주변 환경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일은 늘 내담당이다. 기록하고 추억하고 생생하게... 우리는 어색함을 늘 웃음으로 에피소드를 남기고 오는 편이다. 짝꿍이 이래서 좋다.


너무 많이 시킨 건지? 어려운 음식을 시킨 건지? 옆테이블 음식이 더 빨리 나왔다. 눈이 파랗고 머리가 노랗고 영어인지? 프랑스어인지? 알 수 없는 언어들이 공기 속에 떠돌아다녔다.


그 안에 공기는 무겁다. 한국말은 우리 둘 뿐 새털처럼 가볍게 소곤소곤 말했다.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공짜로 나온 과자가 바삭하니 베리베리 굿이다. 배가 고프니 다 맛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유과 속 과자처럼 얇고 부드럽고 바삭하다. 음 ~~ 이것도 파키스탄 요리 인가? 알 수 없다. 검색도 없이 우연이 들어간 곳이니 그저 한국의 맛과 별 차이가 없음에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린다.


파키스탄 음식종류는 다양했다.


첫 번째 음식은?

Roti

화덕에 구운 빵(납작함)

로티와짜파티는 주식이다.

우리가 쌀(밥)을 주식으로 먹듯이

파키스탄에서는 로티가 주식인 셈이다.


앙증맞은 냄비에 담긴 음식맛이 궁금하다.

뜨거울 줄 알았는데... 차갑다.

감자맛도 나고 살짝 느끼한 맛도 났다.

따끈한 로티 위에 버터처럼 발라 먹었다.


오잉? 찐 새로운 맛이다.

서로 눈으로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음 ~~ 괜찮네'



두 번째 음식은?

Paratha Mutton Roll

얇게 구운 빵에

야채를 넣고 김밥 말듯이 말아

두 개의 소스를 찍어 먹는 거?

오 홀~ 이것도 맛이 괜찮다.

배고플 때 와서 그런가? 갸우뚱?

한국 강원도 밀전병? 메밀전병을 닮았다.

ㅎㅎ 위와 장에 부담이 없다..

모든 음식에 선입견을 버리니

먹을만했다.


세 번째 음식은?


겉 바싹 속 촉촉하고 도톰한 빵에 카레 닭고기

얹어서 한입에 쏙 ~~ 먹었다.

음 ~~ 소스가 견딜만하다.

고기가 좀 질겼지만 괜찮다.

로티를 뒤집어보니 탔다 탔어 쯧쯧

탄맛에 먹는 건가? 한 장 남겼다.


카레향과 구운 빵이 묘하게 잘 어울렸

거부감 없이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다른 메뉴도 많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외살이 중 해외음식을 차별 없이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

지금을 즐겨주는 센스가 필요했다.


들어가는 입구 쪽 간판과 모습이다.


난앤 케밥 할렐식당
모자를 쓴 주방장이 일하는 모습

칼라풀한 벽장식 파키스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친근한 파키스탄의 감성을 느꼈다. 코밑수염과 턱수염 짙은 눈썹이 매력적인 요리사가 눈에 들어왔다.

주방 내부가 조금 보이며 요리사의 표정도

볼 수 있는 오픈 주방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등도 이국적이다.

알록달록 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은은하게 조명을 켜둔 듯 따스함을 주었다.

파키스탄 다녀올 수 없으니

간접체험 대비 가성비 굿이다.


고급진 의자보다 칼라플한 나무 의자와 칼라플한 식탁의 조화도 눈길을 끈다.


식당 이미지는 주인장이나 요리사의 얼굴빚으로 좌우한다. 수염은 덥수룩 하지만 나름 깔끔했다. 세 가지 음식을 둘이서 먹고 계산했는데 한화 2만 8천 원 정도 나왔다.


베트남에서 파키스탄 요리로 흐린 날씨를 밝은 웃음으로 인도요리대신 파키스탄 요리로 대체했지만 맛이 비슷했다. 매일 먹는 식보다 특별한 나라 음식도 먹으며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담백한 빵과 음식들이 잘 소화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 ~~~ 김치와 고추장이 생각났다.' 오래되고 깊은 맛 된장이~~~~ 새로운 맛은 설렘이지만 흔하고 흔한 한국의 맛은 그리움이다.


비가 오는날에....

화덕에 구운 따뜻한 로티가 생각나면

또 나갈 채비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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