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May 30. 2023

사랑이 꽃피는 하노이 ~^^

선생님과 제자

선생과 제자가 무슨 일이꼬?

우리는 서로 배를 만지는 사이다.

그람 안되지요~~~

어머나? 부끄럽게....

서로의 배를 내밀고 집어넣고 만져본다고?

와그라는데 ? 진짜!


꼭꼭 숨겨둔 뱃살 우짜노?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 하는데...

도망갈까? 두발이 바닥에 붙었다.

 흠 ~~ 스스스스 흠 ~~ 스스스스

들이쉬고 내쉬고~복식호흡을 따라한다.


윗입술 아랫입술 힘 빼고 푸푸 푸푸?

가뭄 들어 아이들이 푸푸하면 비가 온다지만

어른들의 푸푸는 침이 튈까? 조심스럽다.

ㅎㅎ 입술에도 힘을 빼야 한다네.... 푸푸


이런 게 사랑이라고?


어금니 딱 물고 양손으로 볼을 살짝 눌러

바람을 푸푸 불어 윗입술 아래입술이

마찰이 생길 때 푸푸 를 힘차게 불어 내면

입술이 파르르 파르르 떨리면서 호흡도 되고

입술 마사지도 되며 발음이 좋아진다고 한다.


세상에 쉬운 이 없다.

아이고 ~푸푸도 어렵다.


뒷목 팔다리 좀 주물러 주시고요~~

머리도 살살 통통 두드려 주세요

몸통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위한 준비작업이 

합창을 하기 위한 기초라는 선생님~~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노래를 불렀는데

50 중반이 되어서야 내 몸뚱이가 악기였음에

감동이다. 아아아~ 내 목소리가 소중해졌다.


목을 완전히 뒤로 젖혀 주세요 1초, 2초, 3초

가끔은 몸을 꼬집어 아플 때 나는 소리 아악~

맘껏 소리도 질러 주세요 ~~

몸통에서 소리가 나가야 하니 온몸 근육이완이

먼저 란다. 열정을 다하는 지휘자 선생님

복식호흡을 위해 자신의 배를 먼저 만지게 하고

후에 우리들의 배를 돌아가며  만진다.


복신호흡 확인 중??

사랑이 싹트고 있다.


처음엔  웃었다가 이제는 긴장한다.

무엇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함을....

아아아아 에에에 에 오오오오... 예!!

발성연습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긴 머리에 원피스 룩이  단아하고 예쁘신

지휘자님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한 사람씩

꼼꼼하게 출석 체크도 하고, 

눈 마주침도 해준다.

2시간 동안 애쓰며 노래를 가르쳐 주신다.

선생님이었던 나는 합창단원이 되었고

타국땅 에서 제자로의 삶을 사는중이다.


나만의 지휘자님 사랑법은 아무도 모르게

옥수수수염차를 매주 피아노위에 올려놓는 것

작고 소소한 사랑을 전했는데...

어느날 들켰다.


스승의 날 5월 15일 


솜씨 좋은 단원은 수제 케이크를 직접 꾸미고

앙금 꽃장식하여 가져 왔다. 우리는 분홍빛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떡을 함께 준비하여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며 고마움을 전달했다.

지휘자님과 단원들


마음을 표현하며 사는 삶은

모두에게 기쁨이었.


하노이 여성 합창단은 알맞게 익어가고 다.

프랑스 거리가 생각나는

'오! 샹젤리제'도 부르고

Season of Love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

귀한 시간들~을 노래한다.

지휘자님의 센스 있는 곡 선택으로

우리는 구세대, 신세대를 넘나들며

노래를 배우고 있다.


'아 목동아 '~~

잔잔하면서도 애틋한 곡도 부른다.

난이도 높은 '걱정 말아요 '곡이

제일 걱정이 되지만

연습 중 녹음도 하여 듣고

또 들으며 연습중이다.

신상우 작사작곡

'인생'의 가사가 마음을 울렸다.



........
 숨 막히게 더운 여름  
지쳐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참아내고 보니 어느새
가을이더라.....

중략...

이것... 인생이라


노래를 부르며 나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해외살이 중 친구 따라 합창단을 오게 되었고

무료한 일상 속 활력소를 찾았다.


노래는 그렇게 내 삶에 스며들었다.




작년 12월 연말 공연

 

공연준비로 무거운 스피커를 매주 들고 오던

단원이 면역성 체계에 문제가 생겨

피부트러블로

마음고생 하며 행여 민폐가 될까 봐?

합창단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난 그녀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겠노라 약속을 했다.


치료차 한국을 다녀온다며 밝은 목소리로

괜찮다며... 씩씩했다. 속앓이를 했을

그녀를 직접 만나러 갔다.


면역성에 좋다는 꿀을 사들고 ....

얼굴까지 올라왔던 트러블이 다행히

많이 좋아졌고 집콕만 하다가 나를 만나기 위해

살짝 화장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청국장에 비빔밥

그녀는 겨우

청국장에 밥을 먹겠다며 내 지갑 사정을

겸손하게 막아 주었다.

오래간만에 맛난 점심으로

웃을 수 있으니 좋다며 하얀 치아와 목젖이

보이도록 시원하게 웃었다.


카페로 자리를 옮겨 자몽 에이드를 마셨다.

본인이 사겠다며 애써 밀치는 그녀에게

나도 수긍했고 우리는 오랜만에 수다를 떨며

하하 호호 웃다가 눈물이 글썽글썽 해졌다.

서로가 울컥 감동의 도가니였다.


그녀의 건강을 위해 짧은 만남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돌아왔다. 치료를 잘 받고 방학 후 다시

합창단에서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합창단에서 알게 된 인연이 지인보다 가깝게

느껴지다니...




결혼 후, 10년만에 임신을 하고 합창단에

들어온  아기엄마는 작년 12월 공연을 마치고

올해 아기를 순산했다. 똘똘한 아들이다.

어느 밤늦은 시간에 긴 편지글을 보내왔다.

합창단에 가고 싶은데... 아기랑 함께?


합창단 단장님과 임원들은 긴급회의를 했고

그녀와 아기를 연습실에 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임신 중 태교를 합창으로 했으며 매주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아기는 유모차를 타고

헤드셋을 끼고, 한껏 멋을 부리고...

23번 축구선수 마이클 조던 로고가

찍힌 빨간 옷을 입고 엄마와 합창단에 짠~~


얼마 만에 신생아를 보는 건지?

너무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노이 여성 합창단에 신생아가 온건 처음이다.

게다가 남자가...  ㅎㅎ

젖병을 물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


사랑이 꽃피는 하노이 여성 합창단 에는

사람의 향기와 사랑의 향기가 오버랩되었다.


지휘자님의 밝음에 어두웠던 마음이

밝아지고 우울했던 마음이 웃음으로

지하세계에 있던 컨디션이 엘베를 타고

오르듯 쓩쓩쓩 ~~ 올라간다.

도레미파 솔 ~~~~쯤을 유지하며 말이다.


서로 불협화음 없이 각 파트별 하모니를

조화롭게 이루어 가야 하는 합창... 여럿이

한 목소리를 내며 한마음이 되어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파키스탄 요리를 맛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