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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02. 2023

12시에 만나요~~

브런치 카페에서...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하노이... 5월의 마지막 날이다.

"12시에 만나요~작가님~~"

"네~조금 후에 만나요"


하노이에서 브런치 작가님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다.

"누구일까요?"

글 따라오시면 알게 됩니다.


뭘 입고 갈까? 옷장을 열었다.

꽃무늬 원피스?

청바지에 티셔츠?

흰색 블라우스에 스커트?


망설이다가... 늦장을 부리고 있었다.

날씬해 보이는 블랙 원피스를 골랐다.

기온이 40도에 육박했기에

꽉 끼는 블랙원피스를 입은 걸 후회했지만

이미 그랩택시를 타고 가는 중이다.


12시에 도착 할똥 말똥? 애매하다.


초면에 약속시간 5분 지각이다 ㅠㅠ

차 안에서 뛰어갈 수도 없고...

발만 동동 구르며 신호등을 지났다.

' 5분이 왜 이리도 긴지... '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택시 아저씨께

팁으로 주고 내렸다.


급할수록 워~워 해야 한다.

허둥대다 넘어지면 더 늦을 수도 있으니..

차분히 숨을 고르며 걷는다.


'윽 ~~ 덥다. 정말 더워 헥헥'


하노이 미딩 딩톤 골목

파이브 스타 브런치 카페에 도착했다.


마스크를 쓰고, 은테 안경을 끼고 메뉴판을

보고 있는 작가님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촉이 살아있다.

작가님과 나는 처음 만났다.

낯설지가 않았다.

서로 브런치 구독자이며 작가라서...


인사를 나누고 2층으로 올라갔다.

에어컨 바람을 등지고 창가 쪽에 자리를...

베트남 하노이에서 브런치 작가님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ㅎㅎ궁금하시죠?"


그녀는

혼자서 씩씩하게 하노이유학을...

한국어 교원이며 작가로 활동 중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엄마의 우울증 치료 이야기가

내 마음을 울렸다.


6월에

귀국한다는 소식에 따뜻한 밥 한 끼

사주고 싶어 연락을 서둘렀다.

그렇게 만남은 즉시 이루어졌고,

오케이를 받았다.


'음..., 어쩔까..?'


하노이 땡볕더위에 그녀를 불러냈다.

생각보다 너무 젊어서 놀랬다. ㅎㅎ

세대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말이 잘 통했다.

충청도가 고향 이란 공통점을 찾았다.


글쓰기도 글 읽기도 좋아하며 브런치를 통해

이미 서로의 상황들을 잘 알고 있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청포도 에이드 똑같은 걸 주문했다.

베트남어를 역시 잘했다. 젊기도 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니 그런 듯했다.

난 8년 차 생존 베트남어만 쓰고 있으며

여전히 바디랭귀지가 더 빠르다 ㅎㅎ

얼음 가득 청포도 에이드

'찜통더위야~잠시 물러가라'


한 모금... 두 모금... 청포도맛이

입술을 젖히고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내려가니 휴~살만 하다. 시원함이...

햄버거 종류와 메뉴판에 음식이 다양했다.

우리는 3단 트레이 A 세트를 시켰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하시죠~~"


음식이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들이댄다.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1.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

2. 마약옥수수& 포테이토 또띠야

3. 케이준 치킨 샐러드가 나왔다.


허리가 꽉 끼는 블랙 원피스는 진짜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배가 부른 게 티 나니 말이다.

접시를 비우며 속을 채우니 기분이 좋다.

3단 트레이 A  set


하하하... 호호호...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했던 작가님의 표정과

웃음에 나는 풀었던 머리도 대충 올려 묶었다.

몽골을 거쳐 후예, 그리고 하노이까지

작가님의 삶의 열정을 칭찬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도 야무졌다.

여전히 꿈꾸는 50대 아이리스와

꿈을 이뤄가는 30대 한국어 교원 작가는

하노이 미딩 뒷골목에서 만났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배도 채우고, 마음의 빗장도 풀었다.

"이제 그만 갈까요? "아니다 너무

아쉽다 ㅎㅎ계산을 마치고 우리는

근처 와플이 유명한 예하(Yeha)로 카페

2차 수다를 떨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라테는 말이야 ~~ 아이스로...

노란 카페 대문과 배경이 예쁘다.

노란 해바라기도 우리를 반겼다.

둘째 딸로 사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녀도 둘째 딸이었다. 세상에 둘째들은

중간에 끼어서... 애씀을 토로했다.


글로 다 쓰지 못한 사연들을 말하며

"그것도 글감이 될 것 같아요 작가님..."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며 웃었다.

창가에 해바라기 10송이


힘들 시간들을 보내고 또 힘든 시간이

올까 봐 불안해하는 그녀를 위로하듯

해바라기 10송이가 활짝 피어있었다.


"살아보니 이렇더라~" 꼰대가 되기도 했다.

인생선배로서 해주는 말도 귀담아 들어주었다.

어머나! 12시에 만나 4시가 넘었다.


5시가 되기 전 헤어져야 한다.

이곳도 차가 막히기 시작하므로...





인생 속 부모는 자식들의 우산이고,
자식들은 부모의 양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헤어짐은 늘 아쉽지만 새로운 만남을 약속하며

뜨거운 태양을 가리는 양산을 함께 쓰고

우리는 발폭을 맞추어 어느 만큼 걸었다.


"한국에 오면 연락하세요 꼭요~~"


뭔가 흐뭇함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집으로 돌아오니 뜨거웠던 태양이

눈부시게 내려오며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고 있다.

굿 타이밍을 잡았다.

2023년 5월 31일


 인생길 가다 보면

다음에... 나중에... 하다가

기회를 놓칠 때가 있다.

만날까? 말까?

오지랖은 아닐까? 고민했지만

그녀가 고맙다고 말해주니...

오늘도 잘 한것 같다.


아름다운 노을은 집안 깊숙이

식탁 안으로 들어와 5분 정도

그림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굿 타이밍!! 찰칵!

5월의 마지막날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 올랐다.


어느새 유월~~

작가님의 귀국 후 모든 일정과

새로운 계획들도 순조롭게 잘 되기를 바란다.

한국어 교원 작가님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본 적 없지만 엄마의 건강도 함께 말이다.


선생님으로 살아갈 가치로운 삶도...


아름답게 지는 노을 멍을 바라보며

힘겨운 날들은 바람처럼 지나갈 것이며

태양은 다시 떠오를 것이니...

너무 염려 걱정 말고 6월도 힘차게

모두 파이팅 하길... 바란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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