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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09. 2023

정전이니까... 부부동반?

베트남 하노이

또....

또......

또........ 정전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려나...

기다리는 비소식 대신에 정전이라니...

전력이 딸린다. 딸려... 시도 때도 없다.

기계를 돌려야 무엇이든 생산되는 공장들

음식을 팔아야 하는 식당 카페에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애를 태운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도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도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호소한다.

전기 없이 어찌 일을 할까?

급기야 출근을 안 하는 회사까지 속출했다.


3일 출근, 하루 쉬고

오전출근, 이른 오후 퇴근이라니...

오락 가락 하는 전기 때문에

이곳은 울상이다. 어찌하랴...

남편도 타이빈에서 하노이로 평일에 왔다.


사실 내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오게 되었는데

정전이라 덜 미안했다. 냉탕, 온탕을 오가며

에어컨 바람을 많이 쏘인 탓에 그만

몸살이 났다. 신경통과 근육통약을 다량

복용 후 이틀 동안 헤롱거렸다.


이 와중에 생일을 맞은 Y동생을 위한

N동생은 갑자기 부부동반 생일 파티를 제안했다.

정전이라 남편들이 집안에 있거나 이른 퇴근을

하게 되니 오후 5시에 이른 저녁을 먹자고 했다.

어쩌지....? 잠시고민 중이다.


몸살에 정신을 겨우 차리고 나니 오후 2시였다.

그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오케이를 했다.

와이프가 아프니 밥도 챙겨주고, 약도 챙겨주고

정전으로 일도 못하는 상황에 속상했을 남편에게

오후 5시 생일파티에 가자고 했다. 갑자기...


 "당신 괜찮아?"남편이 물었다.

"응 잠시  나갔다 와도 될 듯한데..."

 다들 부부동반 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가서 저녁만 먹고 오는 걸로... 갑시다.


뿌시시한 머리를 겨우 감고,

나름 꽃단장을 했으나 핼쑥하다.

생일 선물을 사러 나갈 기력은 없다.


집 앞 마트에 들러 칠레산 와인 한 병과 초콜릿을

사들고 모임장소로 향했다. 합창단 N동생, Y동생

 W친구, 우리 부부는 나란히 고궁모였다.

하노이 경남 오래된 한정식 집이다

서로 오랜만이거나 처음 보는 사이도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호구조사 후 형님, 동생, 누님으로 호칭을 불렀다.  

타국살이 하는 처지에 부부가 나와있는 경우이니

서로의 입장과 환경을 잘 안다.

오늘은 정전이야기가 이슈가 되었고,

발전기 대여와 판매까지...

안타까운 현실에 쯧쯧... 혀를 찼다.


베트남 정전이니까 부부동반이다.




케이크를 사들고 온 W부부

와인에 초콜릿을 사 온 아이리스부부

투명한 유리잔에 스벅 보온병을 들고 온 N부부

거하게 식당 예약을 하고 생파한 Y 부부


생일파티라기보다는 부부동반 모임에 가깝다.

 고등어 김찌찜에 돼지갈비를

시키고 각종 밑반찬으로 속을 채웠다.

서비스로 나온 해물파전이 예술이다.

고등어김치찜 &서비스 파전

들고 간 와인을 따고

한식에 와인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베트남 하노이 속 속풀이 대잔치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찌하랴ㅠㅠ

고궁에서 와인&소주

타국살이 애환을 술잔에 담았다.

그저 어이없음에 너털웃음이 나온다.

한잔 술에 잊으려 한다. 두 잔 술에

잊지 못한다. 세잔 술에 취한다...


다들 고생이 많다.

근육통, 신경통이 싹 달아났다.

남자들의 애환도, 여자들의 애씀도 다 안다.

휘청거리는 오후다.

케이크 파티를 해야 한다며 2차 갑시다


이런이런 아픈 사람 맞나요??


케이크 파티를 하러 62층 인터콘티넨탈

호텔 라운지로 올라갔다. 이곳은 가끔

이별과 만남의 장소로 자주 왔던 곳이다.

인절미 빙수와 생맥주를 시키고

따뜻한 라테 한잔을 시켰다.

인터콘티넨탈호텔

2차 케이크 파티를 하며 하하 호호 웃었다.

웃음 치료가 보약이 되었는지 아팠던 온몸에

혈관들이 살아난 듯 괜찮아지고 있었다.

9시까지 수다는 이어졌다. 급 피로감이

왔지만 헤어지기 아쉽기만 했다.


행복이란?

현재를 잘 사는 것

머리로만 사는 것이 아나라

몸으로 느끼며 그리 사는 것임을....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이다.


더불어 함께하는 삶

그 안에서 답을 찾아가는 것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다들 힘겹게 하루하루를

잘 버티어 내고 있는 중이다.


정전으로 불평을 하다가

전기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되었고

정전 때문에 어이없지만 부부동반모임을 통해

부부들은 그렇게 쉼표를 가졌다.


인생을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처럼 즐기며 살아가라!


Y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혹시나 정전이 될까 봐 염려했는데 다행히

정전은 우리를 위해 잠시 멈추어 주었다.

내일이면 정전으로 인해 속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해피데이다.

어젯밤 천둥번개와 소나기가 한차례 하노이를

시원하게 해 주었다.


여보 대신 여보오옹~~  N동생의

애교에 한바탕 웃었다.

한식에 와인을

인절미빙수에 생맥주가

안 어울릴 듯 하지만 잘 어울렸다.


트남과 한국 많이 다르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정전 속에서좋은 날들을 기다리며....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베트남에서 애쓰는 한국인들 파이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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