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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20. 2023

주먹밥 사랑~~~^^

동글동글 사는 삶


매운 고추 참치캔을 힘차게 잡아당겨 열고

숟가락으로 기름을 꾹꾹 눌러 빼낸다.

그 후 마요네즈와 미팅을 시켜준다.

음 ~~ 매운맛 살짝 잡기다.


꼬슬꼬슬한 쌀밥에 참기름 한 방울 참깨 두 스푼

넣고 한방에 섞어 요리조리 비벼 놓는다.

위생장갑을 끼고 손바닥 위에 쌀밥을 동글 동굴

굴려서 엄지손으로 가운데를 꾹 눌러

웅덩이를 만든다.


그 안에 고추참치를 채우고 다시 하얀 골프공을

만든다. 그 위에 김자반을 처벅처벅 올려 단단하게

검은색 공으로 변신시키면 끝이다.


아이리스표 주먹밥 완성이다.

주먹밥

누구를 위한 이쁜 짓인가?


단단하게 뭉쳐지면 도시락통에 담고 시집을 보낸다.

너무 맛있다고 싸우면 아니되옵니다.

넷이서 2개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새끼주먹밥도 2개씩 아셨쥬~~~


새벽 3시다.ㅠㅠ


새벽 첫 필드 5시 40분 비즈니스 골프란다.

꼬끼오 ~새벽닭도 아직 자는 시간에

남편은 도시락을 들고 출발했다.

이 더위에  나이스샷~~


고마움을 알랑가 몰라~~



멜론

게다가 과일은 서비스다.


멜론 한통을 썰었다. 두 통을 만들고

포카리스웨트 4개 꽁꽁 얼려주었다.

박카스 젤리까지... 새벽골프 가는 남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다시

잠이 들었다.(해준 거 티 내는 중이다.)



"형수, 주먹밥 예술이에요~"


"와 ~~ 주먹밥 정말 맛있어요"


" 뭘~~ 이런 걸 다 보냈나요?"


영혼 없는 칭찬에 일손이 바쁘다 바빠~

배고픈 골프 말고 배부른 골프를 위한

특별 서비스였는데... 칭찬에...

주먹밥을 또 또 만들고 있다.


골프를 배우기 전 나는 평일이나 주말

골프 가는 남편에게 잔소리하기 바빴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쓰고 삐졌다.

남편이 나가고 나면 이불킥을 하며 아이고

내가 몬살아 ~~ 씩씩 거렸다.


일만 하는 남편에게 쉼표가 되고, 힐링이

되는 골프를 나는 이해 하지 못했다. 그저

가족과 함께 있길 원했던 건 아닐까? 괜한

오해를 하고, 골프에게 질투를 느꼈다.


어느새 나도 골퍼 5년 차, 와이프의 일상은?

주먹밥을 싸고, 포카리음료를 얼리고

과일에 이것저것 챙겨준다.

더위 먹지 말고, 든든하게 먹고

즐겁게 골프 치고 오라고 말이다.


미워할 때보다 사랑할 때

무관심보다 관심 있을 때

훨씬 삶의 질이 높음을 알았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남편을

내 맘대로 조종하려 했었다.


주말 골프 가지 말라고 잡던 때가 엊그제 같다.

주먹을 쥐고 금방이라도 주먹질을 할 듯

미웠던 적도 있었다. 주말  혼자만의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했는데 말이다.

이제는 사랑의 주먹밥을 싸주며

남편의 나이스샷을 응원하며 살고 있다.


주먹밥으로 남편의 마음에 퐁당 하트를

날렸다. 거한 것도 아니고 비싼 것도 아니다.

저렴한 주먹밥 펀치다. 사랑은 주는 거?

받는 거? 쌍방교류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


가끔 주먹밥 사랑을 표현한다. 까만

김자반을 덮어쓰고 속살이 하얀 담을

지나 살짝 매콤한 참치마요맛을 느낄 즈음

행복도 사랑도 차오름을 알고 있다.


동글동글 주먹밥처럼 그리 살아가는 게

네모반듯한 삶보다 훨씬 조으당~^^

남편이 코로나백신 부작용으로 아플때

골프는커녕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진심 어린 사랑이고 응원임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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