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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ug 11. 2023

베트남에서 살만 하니?

출간 작가님을 만나다.

 빗소리가 아침부터 청아하다. 시원한 빗줄기가 제법 굵게 쏟아지고 있다. '이러면 진짜 안되는데...'쯧쯧 혀를 찬다. 하노이는 연일 땡볕이었다. 반가운 손님이 오는 걸 어찌 알고? 빗님이 나보다 먼저 마중을 나갔다.


창밖을 수시로 내다본다. 비가 그만 멈추길 바라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비를 무척 좋아하는 듯하다. 더운나라라 그런가? 몇 년 전 사무실을 이전하던 날 비가 왔었다. '어찌 이사를 할꼬??' 심란했다.


한국에서 9년을 살고 하노이로 돌아와 통역사로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벳남 직원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마담, 비가 오는 날 이사 하면 부자 되는 거예요. 비가 내린 만큼 많은 돈을 번데요~  하하하"


'부자가 되는 비라고?' "한국사람들은 비 오는 날 피해서 이사하는데..."" 에이~여기는 하노이잖아요"비는 다행스럽게도 점 심지나 그쳤고 사무실 이사는 잘 마무리되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날 이후 난 비 오는 날이 좋아졌고 생각과 마음을 바꾸니 그럴듯하다.


비가 오는 날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으며 살게 되었다. 이곳 더위를 한방에 씻겨줄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을 잘했으려나...'하늘길이 걱정되었다.


2023년 8월 5일 오전

 비가 그쳐야 나갈 텐데.... 어쩌누?

중요하고 긴밀한 약속이 잡혔다.


베란다에 빨래도 거두어들이고 , 차곡차곡 개어두었다. 단색에 차분한 원피스 골랐다. 난 이제부터 행복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 화장도 하고 아침 겸 점심도 먹고, 드라마 한 편도 끝났건만 약속시간이 아직 멀었다.


거실 소파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비멍을 때린다. 남편은 점심 약속이 있다며 부지런 떨고 나갔다. 새로운 만남은 비 오는 흐린 날씨에도 마음속을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뜬것처럼 맑은 날을 유지시켜 주었다.


브런치 맑은 돌 작가님께서 느닷없이 출간소식을 알렸고, 한 달도 안 된 책(초판 7월 21일)을 들고 하노이에 나타나셨다. 짜잔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서 브런치 작가로 글 나눔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호찌민에서 하노이에 볼일을 보러 오시는 길에 잠깐 시간을 내어 출간한 책을 주고 싶다 하셨다. 하노이 미딩 한인타운에서 만났다. 다행히 빗줄기는 잠잠 해졌고, 작가님을 처음 만나 카페로 이동했다.


어색한 만남은 "고향이 어디세요? " "대전인데요 ㅎㅎ" "아하! 충청도 양반이네요. 저도요~"한국사람들은 대부분 태어난 고향을 묻거나 살았던 곳이 비슷하면 급 친밀감을 느낀다.(나만 그런가???)


"베트남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7년 차예요" "어머나! 저도요 비슷한 시기에 베트남에 있었네요." 선한 눈매에 온화한 성품을 가지신 작가님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타국에서 고향사람을 만난 듯 반가웠다.


만나자마자 책을 주신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순간이다. 베트남에서 살 만하니? 나에게 물어본다. 난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대답할 뻔했다. 좋을 때도 있었고, 안 좋을 때도 있었기에...

2023년 7월 21일 초판 인쇄한 책

따끈따끈한 이 책을 작가님께 직접 선물 받게 되다니... 어째 이런 일이... 겉표지만큼이나 빨갛게  판매 중 이란다. 베트남 살이의 애환을 담은 책, 코로나시기를 견디어낸 이야기가 종이책으로 편집되었고, 두 손으로 받았다.


출판기념 케이크라도... 꽃다발이라도... 사 드리고 싶었지만 날씨도 흐리며 비가 왔고, 이곳저곳 볼일을 보셔야 하는데 짐이 될까 염려스러워 나는 작은 텀블록을 선물로 준비했다.


식사라도 대접하려 했으나 커피 한잔으로... 짧은 만남을 대신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만난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기 시작했고, 3일 만에 완독 했다.


이미 브런치에서 읽었던 글도 있었고, 새로운 글도 있었지만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대충 스쳤던 글을 활자로 읽게 되니 더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책 사이사이에 호찌민의 모습이 담긴 칼라 사진도 있어 술술 읽혔다.


인상적인 음식이야기 중 지렁이 부침개... 지렁이 찜요리... 지렁이 계란국... 윽 윽 하며 차마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이 쓰여있다. 아~~ 베트남 스럽다.


작가님의 책 속에  기적 같은 만남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들이 한국 가는 아빠를 따라가고 싶어 트렁크 속에 숨어 있었던 귀여움, 7년의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물 흐르듯 써내려 갔다.


지금도 여전히 일을 하시며 베트남을 사랑하는 좋은 법인장님으로 생활하고 계신다. 첫 책을 내고 기쁨을 나누고자 달려오신 작가님, 훗날 나에게도 이런 출판의 기쁨을 나누며 달려갈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순수하고 맑은 눈빛의 작가님을 직접 만난 후 책을 읽으니 모습과 글이 닮아 있음을 느꼈다. 타국살이를 하는 입장이 같아서일까? 책을 읽으며 웃기도 했고, 안타까움에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구름멍 노을명 비멍 하늘멍 내자리





"베트남에서 살 만하니? "비가 개이고 노을이 아름다운 날 가끔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그저 지금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말이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어도 우리는 잘 견디어 왔으며 또 새로운 태풍이 온다 해도 마음 만은 맑음 을 유지하며 너무 겁내지 말고 잘 살아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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