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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25. 2023

싸구려 행복을 맛볼 시간

 300번째 이야기

오늘


지금 여기

행복이 있고


어제 거기

추억이 있고


멀리 저기에

그리움 있다


알아서 살자


- 나태주 -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좀 떨어진 시골입니다. 300번째 글은 하노이가 아닌 타이빈 지역에서 쓰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구독자가 444명이 되었습니다. 싸구려 행복을 맛보러 가실 준비되셨나요? 렛츠 고!!



아이스께끼(하드) 하나 들고, 베트남 타이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싸구려 단맛에 빠졌답니다. 그 안에 딸기잼까지 듬뿍 들어있으니 달아도 너무 달달 합니다. 제가 골랐습니다만 이런 단맛은 처음입니다.

 

베트남 타이빈에서

보이시나요? 이거 불량식품 아닌가요?

온몸이 형광색으로 칼라풀합니다.

그저 시원하고 달달 한 맛


" 먹어봐야 맛을 알까요..."


착한 가격 덕분에 요런 맛을 낼 수 있었으려나??

배탈 나지 않았으니 다행입니다. 싸다고 맛없는 건 아닙니다. 심하게 달달했을 뿐... 피곤하고 지친 나를 

웃게 해 주고,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남편이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괜찮습니다. 호호호 남편의 딸기 아이스크림까지 빼앗아 먹었더니 싸구려 행복이 원 플러스 원 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새우죽 사 올게~

아침 준비 하지 말고 기다려"


ㅎㅎ 마담놀이란? 자고로 손에 물을 묻히지 않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잠시 후, 도라에몽 종이컵에 새우죽이 도착했습니다. 어머나! 귀여운 포장에 플라스틱 숟가락 한 개 포함 천 원입니다.


곱게 갈린 밥알에 새우마저 곱게 갈아져 새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새우죽이  술술 넘어갑니다. 건더기가 전혀 씹히지 않습니다. 속이 아주아주 편안합니다. 남편이 차려주는 아침 밥상입니다. 참 허술합니다.

아동용  새우죽 1000원

싸다고 맛없는 거 아니고, 비싸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힘들여 수고하지 않았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닿고 천 원(2만 동)을 지불하고 먹는 새우죽이 생각보다 맛이 있습니다.


도라에몽 종이컵이 맘에 듭니다. 안에 담긴 새우죽으로  저렴한 아침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소박한 새우죽이 내 안에 들어와 뿅뿅뿅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고, 웃음꽃으로 변했답니다.





남편회사는 의류업체입니다. 바지 페턴에 문제가 생겼고, 원단도... 사이즈도 골치가 아픈 일을 해결하러 따라 나선길 남편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일을 잘 모르는 하노이 마담은 그저 시골풍경을 따라가며 공짜행복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우아 ~세상이 이토록 평화롭게 느껴지다니...

코끼리가 연상되는 하천 길

길 따라 흐르는 하천을 지나가다 보니 자연이 만든 동물모양의 나무들이 신기합니다. 구름도 하늘도 다다 공짜 구경입니다. 내 것이 아니지만 자연을 보는 건 늘 공짜였는데... 정신없이 돈 버느라 즐기질 못했습니다.


오후 2시쯤,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웠습니다. 문제가 생겨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며 점심을 거른 채 공장으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뭣이 중한데.... 다 돈 벌어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남편도 나도 꼬르륵꼬르륵


남편은 이곳을 지나면 먹을 곳이 없다며 차에서 내려 깜깜하게 불 꺼진 가게 문을 똑똑똑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기척이 나며 소파에 누워있던 남자 두 명이 주섬주섬 일어나 불을 켜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 배달위주 피잣집입니다. 직접 만드는 피자라며 메뉴판을 보여 줍니다.  한화 7천 원쯤~우린 하와이안 피자를 골랐습니다. 하노이 보다 이곳이 훨씬 쌉니다 퀄리티는 좀 떨어지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치즈 듬뿍 ㅎㅎ궁금하다 궁금해 싼 피자맛이?

하와이안 피자 7000원

벽면 가득 인디언풍 여자가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하하~ 비주얼은 조금 엉성했지만 나름 햄과 파인애플, 치즈 토핑이 올려졌고, 치즈도 듬뿍 피자도우는 얇게 잘 구워져 나왔습니다.


배고픔에 가난한 피자를 앞에 놓고, 오래된 연인은 피자맛이 좋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기포 가득 올라온 콜라는 피자와 짝꿍이니 '음~ 꼭 함께 해주는 게 진리입니다. '이것저것 많이 올린 비싼 피자도 좋지만, 담백하고 싼 피자도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했습니다.


일은 일이고 일단 배고픔에 3쪽이나 먹었습니다. 나이 어린 청년 둘이서 한 명은 서빙과 계산을 담당하는 듯하고 한 명은 피자를 만들고 구워 주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브레이크타임에 깨우길 잘했습니다.


돈이 많다고... 비싼 것을 소유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며  돈이 없다고... 싼 것뿐이라고... 불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좀 구질구질해 보여도 그 안에 행복도, 웃음도, 사랑도 있음을...





어스름한 저녁,


뭘 먹을까? 간단하게 치맥? 따라간 곳은?

어머나! 길거리 호프집입니다. 꼬지에 닭발과

날개를 꽂아 숯불에 올려 구워 줍니다.

닭 날개 숯불구이


시원한 맥주캔 두 개와 날개(윙) 꼬지를 3개를 사고, 목욕탕 의자에서 선풍기도 없이 원어민들처럼 즐기기엔 조금 불편하여 우리는 포장을 하여 10분 거리 호숫가로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 닭날개를 들고 붉은 조명에 쇼쇼쇼를 합니다.


"네가 정녕 닭날개라고??"

불을 품은 날개꼬지


차 안에서 닭꼬치를 들고 인증숏을 찍습니다. 날개가 어찌나 큰지요? 이것이 닭 날개랍니다. 벳남 여인이 되어버린 아이리스는 신이 났습니다. 하하하


혹시나 맛이 없음 어쩌지?


의심 많은 아이리스는 3개만 사라고 부탁했고, 가격은 3개에 6만 동 (3천 원쯤 ~) 한 개 천 원꼴입니다.

차 안에 퍼지는 닭꼬치는 스멜스멜스~ 좋습니다.


호숫가에 차를 파킹하고 닭꼬치를 한입 물어뜯습니다. 쫌  현지인스럽게~~~ 어머낫!  맛이 좋습니다.

캬~~~ 맥주 한 모금 이것이 행복이었어~ 낯선 도시 속 나그네가 되어 둘만이 즐기는 여유로운 저녁 푸짐함 이 빠지고 단순함이 되어가는 우리는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양보는커녕 냉큼 하나를 잡고 말합니다. "당신은 다음에 또 드셩~ 난 처음 먹는 거니까" 깔끔 떨기 대마왕에게 넘어온 닭날개는 진짜 맛이 있었고 호숫가 불빛과 분수대는 분위기를 잡아 주었습니다.


타이빈 닭 날개 맛집 인정입니다. 하노이 마담의 예민한 혀를 만족시키고, 당당히 10점 만점을 받아 낸 닭 날개 꼬지는 참 저렴한 행복 맛보기 였습니다.비싸고 좋은 것만 행복인 줄 착각하며 살았습니다.


차 안에서 치맥을 즐기다니... 하하하 이제 운동할 시간입니다. 서로 발폭을 맞추어 호숫가를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돌고...나니 싸구려 행복이 투플러스 원이 되었답니다.

후숫가 풍경

만약 내가 한국을 떠나 올 용기가 없었더라면... 베트남 하노이 마담이 되어 타이빈 시골에 와보지 않았더라면...우물 안 개구리로 편안하게 잘 살았을까?


싸구려 행복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고, 비싼 행복만을 갈구했을지도 모릅니다.뜨거운 태양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백만 불짜리 미소를 알지 못했을 것이고,글을 쓰려는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그리움을 쓰고, 이런저런 삶을 이야기를 풀며 브런치와 함께 하는 동안 참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큰아들....


많은 작가님들의 삶의 이야기를 엿보며 위로받고 공감하며 용기 내어 글을 쓰는 동안 300번째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행복은 싸구려 음식을 먹어도 가치로운 삶의 깨달음을 줍니다.


값비싼 보석과 명품보다 소소하고 잔잔한 행복을 즐기며 나만의 멋을 누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중임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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