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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Sep 08. 2023

말! 말! 말!

향기로운 대화

"음... 어묵 볶음이 맛이 없네..."

 "이거 내가 한 거 아니고 사 온 건데..."

"아~그랬구나~맛이 없더라니 누구야?"


"그나저나 내가 뭐 좋아하는지 알아?"

"음 ~~ 테트리스 (게임)"1초 만에... 

"뭐라고? 

"아이리스 테트리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 ~"

나 없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 땡! 아니거든요..."

"아 ~~ 또 있다. 브런치 스토리?"

틈만 나면 폰과 노트북으로 연애하는 사이

혼자 웃기도 하고, 심각해지는...."


"호호호, 내가 그랬었나..."




"여기는 오토바이 많아서

 나란히 함께 걸으면 위험해!"


그러니 뒤에서 자기를 따라 오라며

한 줄 걷기를 하자고 말한다.

뒤태를 보아하니 헐렁한 반바지 차림에

종아리와 엉덩이가 보인다. 오랜만이다.


"어이!

앞에 가는 사람 엉덩이 좀 봐~~"

말하고 나니 웃음이 났다. 갑자기 길에서

과하게 흔들리는 엉덩이를 졸졸 따라갔다.


어두운 길목에 들어서자 갑자기

함께 나란히 걷자고 말한다.

"왜? 갑자기?"

"나? 무서워..."

"어허! 참내... "

어깨에 손을 올린다.

무거운 손까지 내가 책임지고 걸었다.


 "하하하 내가 좀 무겁긴 하지..."



"짐 싸"

"왜?"

"여행가게"

"어디?"

"바다"

"진짜?"

"응."

"조아조아"


참 짧은 말.

싱거운 부부에게 소금이 필요하다.

그날 오랜만에 바다에 갔다.

짠내 나는 바다에 가서 속풀이를 했다.

파도에 밀려온 물거품이 흩어지고 모아지며

커다란  바다로 다시 돌아갔다.

2023년 9월 6일 그림자 놀이중

"짐 싸"

"벌써?"

"하노이 가게"

"지금? 밤인데..."

"가자"

"오케이~"


진짜 쉽다.

No가 없다. Yes뿐이다.

그날 밤바다를 등지고

하노이로 가볍게 돌아왔다.


"새우 살까?"

"응"

"꽃게는?"

"두 마리 만"

"알았어~"


팔딱팔딱 살려달라고 비닐봉지 속에서

생새우가 난리법석이다.

"내버려 두어 그러다 말아~~"

"새우찜 되기 전에 도망갈 태세인데..."

"걱정 마, 꽁꽁 묶어두었어"


그날밤 생새우로 포식을 했다.




"차에 기름 넣어줄까? 빵빵하게..."

"아니, 빵빵하면 차가 배불러서  터져

소식해야지... 하하하


"꽃 사주세요~~"

"차라리 밥 사줄게~~"

"아니 꽃이 좋은데..."

"꽃만 보고 밥은 굶을 거야?"

"아니, 꽃과 밥 함께 먹음 배 부를 거야~"


"나 지금 화났거든요~"

"어허~꽃 사 왔는데..."

" 어머나! 꽃이네..."


"꽃이 좋아? 내가 좋아?"

"음 ~~ 글쎄... 둘 다 좋아~"

말에도 향기를 담아냈다.




"여보~ 먹고 싶은 거 맘껏 골라봐

내가 다 사줄게 ~"

오 홀! 진짜?

여기 약국이다. 약사가 웃는다.

남편이 약을 너무 좋아한다. 

잠시 아팠던 기억이 스쳐 간다.

웃기고 슬프다.


야심한 밤에 산책을 나갔다가

뽀로로 음료수를 6개 샀다.

슈퍼 아줌마가

우리를 쳐다보며 눈치를 살펴 웃는다.


"왜요?"


"나이도 있는데 뽀로로 음료수만

6개 사니 웃음이 나네요~"


"푸우~하하하..."


"이건 내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간식인데요 하하하"


"아하! 두 분이 나눠 드시는 줄 알았어요"


"허 참, 또 그러면 어때서... "

돌아오는 길 색깔별로 나눠 마실까?

괜스레 서로 웃는다.

뽀로로 음료수 간식


30년 차 부부의 말! 말! 말!

향기로운 미니멀 라이프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진심이 담긴 말은 짧아도 좋다.

길고 장황하게 말하지 않아도

속내가 전해지니 말이다.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하는 말

딱 3글자다. 이렇게 말해보자.

말해봐~

알았어~

오케이~

파이팅!

진정해~

잘살자~

다녀와~

보고파~

먹자!

미안해~

떠나자~

고마워~

사랑해~

좋아해~

잘했어~

건강해~

예쁘다!

멋지네!

훌륭해!

행복해~

차한잔~

대단해!!

...


9월, 가을의 시작은

미니멀한 3글자로 구구절절 말하지 않기

아셨쥬? 참 쉽죠? 아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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