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Oct 18. 2023

1004호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안녕? 친구야~


산다는 건 내 맘대로 내 뜻 데로 되지 않아서...

더 살아갈 이유가 분명한듯해. 계획대로

살려고 노력했지만 수시로 계획을 

변경하고 수정하며 살아왔어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불행을 딛고 

일어나 보니 세상은 두배로 더 큰 

행복을 알게 해 주더라

세상에서 나만 왜 이리도 힘든 건지?

슬퍼하며 우울할 때가 아니었어


충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았고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기까지...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너를 친구로

만나게 된 건 정말 축복이야

돌아보니 내 인생도  인생도 참으로

드라마틱하지 않았니?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꿈꾸었어

베트남에서 7년을 살아냈고

한국을 오고 가며

또 바쁜 생활을 하게 되었고 소소한 일상 속

글쓰기를 하며 그리움을 달랬지


큰아들의 응급상황에도 이렇게 편안함을

유지할  있는 비결은... 음...

세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단순함과 간절함으로 불행을 

이겨내 본 경험치 때문이라 생각해 

그리고,

한결같이 내 옆에서 날 응원해 준 네가 있었지




병원에는 더 힘들고 아픈 환자들이 많더라

난 그동안 참 편하게 잘 살아왔나 봐

병원을 몰라도 너무 모르니 말이야

민폐인줄도 모르고 병원에서 맘대로

소리를 지르고 욕하는 막가파 환자도 보았어


5인실 병실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열거하자니 왠지 씁쓸하구나


머리가 아파서 응급실 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바보, 똥개, 미친 ×... 등의 헛소리를

반복하여 내뱉었고, 우리  커튼하나 사이로

곰삭은 김치냄새를 풍기시며 식사를 하셨어

우리는 둘 다 금식이었는데... 참 배고프더라


시시때때로 바.. 보 소리가 새어 나오고

처음엔 웃다가 조금씩 스트레스가 되었어

나에게 바보라고 하는 게 아닌데도 자꾸 들으니

바보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빙빙 돌더라고...


공공의 장소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니?

나는 보호자라 그나마 복도로 휴게실로

피신을 잠시 할 수 있었지만 온전히 자리를

지킨 아들은 너무 힘들어했어


또 다른 침대에는 간경화 말기 환자로 술 조금만

마셔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몰래 병실로 술을 들여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변경하여

대화를 다 듣게 하다가 그만 급 퇴원을 하더라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무법자들을 보았어

병실이 없어 대기하고 , 응급환자를 케어하는 곳

이곳이 정녕 병원인데 말이야

간호사들의 24시간 밤샘일과를 함께하며

정말 애쓰는구나 처음 알았다.


금식을 해야 하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며 혈압을 체크하고

이것저것 정신없는 병실에서 아들과 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어

아들과 나는 강제 퇴원을 원했고 , 각서를 쓰고

다음날 12시 병원을 탈출했지 무작정...


너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면서...




병원을 나서면서 살짝 두려움도 있었다.


의지했던 링거을 빼고, 누워있던 침상에서

직립 보행을 너무 빨리 선택한 건 아닐까?

병원생활이 처음인 우리는 그저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어


아들의 선택에 동의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불안감에 병원가까이에 

살고 있는 너에게 도움을 청했고...

집 비번까지 알려주며 오라고 꼭 와서 쉬었다

가라고 말했을 때 눈물이 핑~돌았어


아픈 아들을 데리고 큰 트렁크와 병원짐을 어찌

다 들었는지 내 안에 모성애가 강함을 알았어

따뜻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베풀어 준

사랑에 감동을 받게 되었고 가족보다

더 큰 우정을 감사했단다.


는 우리를 보듬어 안아주었고...

쌀을 담갔다가 흰 죽을 정성껏 끓여 주었지

우리는 병원에서 어설프게 설칠 잠을 그제야

편안히 잘 수 있었다. 긴박했던 시간들...

그리고 불안감에서 벗어나 쉼을 취했어


상처가 보이지 않는 속을 다스리기 위해

흰 죽만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참기름

한 방울에 고소함을 느끼며 살았구나! 했어

난 한국에 와서 3일 만에 집밥을 처음 먹었어

입맛도 밥맛도 없는 상황이었지


네가 끓여준 김치찌개와 고춧잎 무침

가지런히 붙여낸 전을 먹으며 마음은 

하염없이 울고 있었어

나의 삶이 파도타기 할 때마다 내 곁에서

구명조끼를 입혀준 소중한 내 친구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뽀송하게 말려서 

다시 웃음을 돼찾아준 내 친구야


천사의 집 (1004호)에서의 하룻밤은  

나와 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 정말

고마웠어~ 슬프고 힘든 시간은 참 더디고

행복한 시간은 늘 짧지만 오래오래 남더라




서울에서 충청도로 내려오던 날


아들친구가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주었어

아들에게도 천사 같은 친구가 있음을...

혼자가 아니라 주위에 좋은 벗들이

아들 곁에 있었기에  넘어지고 쓰러질 때마다

아들을 일으켜 주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어


아들은 속이 아물 때까지 죽으로 버티며

일상복귀를 하고자 노력했고 좀 쉬어가도

되련만... 벌써 회사에 출근을 했단다.

건강이 최고란 걸 일찍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는 마음으로

조심조심할 거야


친구야 ~~

슬픔도 기쁨도 함께하며

인생길 두루두루 편안하길 기도해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행복 하자 우리

그럴 자격 충분한 거 알고 있지...

고맙고 사랑하고 축복한다.



작가의 이전글 11살 인생 미로 찾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