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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Oct 23. 2023

꽃을 받았다 불꽃으로...

피나클랜드

토요일 주말 오후


"엄마. 외출준비 하고 기다리세요"

"지금 집으로 가는 중 요~~"

꽃단장을 끝내고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엄마, 미안해요. 집으로 가던 길에 친구가

급하게 전화가 와서 잠깐 만나고 갈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뚝! 이미 세 시간째다.


볼일이 있어서 경기도에 갔다가 다시

충청도로 오는 길이 막힌다고 한다.

큰아들과 나는 전생에 무슨 사이였을까?

기다림에 지치게하는 아들임을 알면서도

늘 기다리는 건 쉽지 않다.


기분 탓인가?


베트남에서 한국에 오니 많이 춥다.

응급했던 아들이 상태가 좋아지니 내 마음이

구멍이 난 것처럼... 휑하다... 빠른

일상복귀가 좋았지만 뭔가 서운하다.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서 전화가 왔다.

"엄마, 진짜 집 앞이에요 내려오세요"

'삐진 척할까? 약속을 취소할까?'

마음의 소리가 갈등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갔다.


차에 비상등을 켜놓고  아들이 안 보인다.

또, 어디 간 걸까?

아마도 아들은 안드로메다쯤??

엉뚱 모드 큰아들은 화장실이 급했다며...

어슬렁어슬렁 느리게 걸어오고 있다.


급할 게 없는 느긋함에 웃고 말았다.

아들 차를 타기까지 기다림이 길었다.

"저녁은?" 

"좀 이따가요. 지금 갈 때가 있어요"

운전대를 집고 노래를 부른다.

2주 전 응급환자였던 아들이 맞나 싶다.

(이전글 세브란스에서 밤새브러스 참고 )


"어디 가는데? 밥부터 먹지..."

"일단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신나는 멜로디를 따라 아들을 믿어본다.




피나클랜드 수목원 불꽃축제~


삼천만 송이 국화꽃들이 어둠 속에서

불빛을 따라 소복하게 피어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에 가니

50프로 세일가격에 불꽃쇼만 감상할 수

있었다. 손을 잡고 꽃길을 걸어 올라갔다.

좀 더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피나 클랜드 국화꽃길

아들과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게 얼마만인가?

사진을 찍고 찬바람을 마주하며

잔디 광장을 걸어 올라갔다.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인파 속에 우리도

숨 고르기를 하고 불꽃쇼를 감상했다.

화려한 불꽃



용인 에버랜드에서 어릴 적 불꽃쇼를 보고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엄마를 위해

불꽃을 준비했다며 마음껏 즐기라고 한다.

생과사의 문턱을 씩씩하게 이겨내고

내 옆에서 핸드폰을 높이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 아~~ 와우~ ~어머나 너무 멋져!

환호성을 지르며 즐기고 돌아왔다.

행복한 시간은 언제나 짧고 힘든

시간은 늘 더딘 듯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여기까지 와 있다.


불꽃쇼(2023년 10월 21일)


하늘 위를 아름답게 수놓은 불꽃들이 팡팡

애타고 힘들었던 마음속 꽃들이 팡팡

속 끓이고 속 태웠던 시간들도 팡팡

기다림 , 만남, 그리움, 보고픔이 팡팡

어둠을 환하게 비춰주며 팡팡 터졌다.


5분 30초의 짧은 불꽃 쇼를 선물 받고

행복해질 수 있다니.. 음... 참 쉽다.

펑펑 아름답게 터지는 불꽃으로

내 마음속 응어리도 팡팡

터지는 듯 시원했다.




미워하고 화냈던 시간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을

저 하늘 불꽃이 터지고 사라지듯 ...

버리고 비우고 돌아오는길


멀리서 하트 뻥튀기가 보였다.


"하트 ~~~ 뻥이지  엄마!"


하하하 농담에도 빵 터지는 모자지간

다른 듯 많이 닮아있다.

어릴 적 자주 먹던 동그라미 뻥튀기는

오랜 세윌이 흘러 하트 뻥튀기로 변했다.


미음에서 죽, 그리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당연한 일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꽃도 받고, 불꽃도 받고 , 하트뻥까지

고맙다 아들아~~~

피나클랜드에서 추억하나 저장했다.


아들과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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