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찬 열매 맺기!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의 행복 찾기

by 아이리스 H

'어머나? 귀여워라! 이게 뭐야?'


슈퍼에 가면 초록 알의 완두콩을 까서 판매한다. 눈에 띄는 순간 완두콩을 산다. 그런데 오늘은 내정원에서 한 개의 꼬두리 속 완두콩을 수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했고 일상도 쉬어 가면서 작년부터 이어진 나의 집콕 생활의 열매이다. '콩 심어 콩 나고 팥 심어 팥이 난다'는 옛말을 보기 좋게 증명해 주었다. 한 알의 완두콩을 심어 다섯 알의 완두콩을 만들었으니 횡재다.


난 흙을 사서 나르고 작은 화분이며 페트병을 잘라 여러 가지 씨를 심고 싹을 내며 나만의 정원을 가꾸었다.


볼수록 매력적인 아보카도 씨, 더디지만 조금씩 자라는 배 씨, 싹이 나서 죽을 듯하다가 소생한 감씨, 연초록 잎을 수북하게 보여주는 귤 씨, 커다란 빈 화분에서 앙증맞게 싹 틔운 레몬씨, 혹시나 해서 심었지만 역시나 하며 싹이 나고 잎이 커진 잿프릇씨, 반짝이는 자줏빛 잎사귀로 싹 튀우고 초록잎으로 변해가는 망고씨, 급기야 단호박 씨까지 다양하게 싹을 틔워 동거 중이다.( 아래쪽에 사진 )


정말 싹이 날까? 의심하며 호기심에 시작하여 점차 지경을 넓혔다. 무싹을 먹고 한 개 심어 싹이 났으니 작은 성공을 맛보았다. 그 후, 완두콩을 사서 밥을 하고 배 씨와 감씨네 화분 구석에 한 알 심어 두었다. 그리고 한참을 잊고 지냈다.


배 씨와 감씨는 뒤늦게 잎이 커지면서 완두콩 싹을 가렸고 무싹은 작은 페트병 두 개에 각각 심겨 분홍꽃을 피우며 쭉쭉 자라났다. 어느 날 32층 베란다에서 대롱대롱 열매를 맺어갔다.


가느다란 무싹을 타고 완두콩 싹은 무꽃을 받쳐 주었고, 엉키고 설켜 서로 의지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처음 났던 잎들은 시들고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뿌리내린 완두콩은 대롱대롱 묘기를 부리듯 허공 속에서

흔들렸고, 소나기에도 쨍한 햇빛에도 굴하지 않고 통통하게 열매를 맺어 다섯 알의 예쁜 완두콩을 짠~ 보여 주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야무지게 야심 찬 열매 맺기에 성공했다.


나는 시골 출신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아는 게 없다. 먹거리 상추도, 고추도, 호박잎도 그저 새롭다.

여하튼 무꽃만으로도 설레고 이뻤다. 무싹이 자라 꽃을 피우고 작고 앙증맞은 열매를 맺어 씨를 발취하는 작업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 애들은 땅콩이 나무에 열리는 줄 알고 있다며 며칠 전 웃었는데... 그럴 만도 했다. 화분 정리를 깔끔하게 하려고 하다가 발견한 완두콩 싹과 무싹을 보며 여리고 여린 줄기는 약함 속에도 강함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열매 맺기까지 혼신의 힘을 쓰고 작지만 앙증맞게 비바람을 뚫고 기쁨을 주었다.


아보카도는 날짜별로 물에서 흙으로 이사한 후 뿌리를 내리며 나무로 자라고 있다. 싹을 틔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싹이 나고도 한참 동안 잎사귀 하나로 볼거리를 제공하더니 쑥쑥 성장해서 나무 형태를 갖추어 갔다. 커다란 나무가 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도 나름 괜찮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개성 있게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으로 성장하고 있다.

서로 다르게 자라고 있다. 아보카도의 모습


이처럼, 화초를 돌보며 알게 된 나의 생각을 자식 바라기에 접목하여 써보려 한다.


때로는 바람처럼 그냥 지나가 주고, 가끔은 태양처럼 뜨겁게 훈육하며, 부드럽고 차가운 공기로 머리를 식혀주며, 힘들고 지칠 때 영양제를 주어 살려내고,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좀 더 큰 틀을 만들어 주고,


햇빛의 방향에 따라 휘지 않도록 화분을 돌려주듯 여유로움을 주며, 잔가지와 낡은 잎들을 정리하는 것처럼 과거의 모습들을 들추지 말고 정리해준다면 곧고 바르게 뿌리를 내리고 자랄 것이다.


자존심 대신 자존감을 키우며 어른의 생각만을 고집하며 "안돼! 무조건 이래야 해! "우기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아가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주었으면 한다. 부모의 그림자와 발자취를 따라 아이는 성장할 것이고 행여 열악하고 험한 환경일 지라도 그 안에서 스스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화초에게서 나는 자식 바라기를 배운다.


자식에게 못해준 게 많다고 생각했고 더 잘해줄걸... 후회하며 죄책감도 있었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련다. 운명이고 자신이 헤쳐나갈 인생의 숙제인 것을... 부모도 언제까지 자식을 다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다. 두 아들을 키우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키워 보려 했으나 그때그때 여건과 환경이 달랐다.


사랑한다~ 너를 믿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화분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썩는다. 햇빛이 너무 강해도 타서 죽고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면 뿌리째 뽑혀 날아가는 것처럼 너무 많은 기대와 지원은 자식을 힘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분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청할 때 그때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화분 속에서 배 씨와 감씨와 완두콩이 살았다. 좁다고 투덜거리고 불평을 하지 않았고,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나름대로 새잎을 내고 각자의 방식대로 자라났다. 가족이란? 서로 다른 씨앗들이 함께 살며 아름 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삶이 아닐까? 각자의 마음밭에 아름답고 착한 씨앗 하나 심어주고 싶다.




어른이 되고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나에게 물어본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 자신만이 그 답을 찾아가야 한다. 누구도 대신 내 삶을 살아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할까? 망설임의 시간을 길게 갖지 말고 자연의 순리에 나를 맡기며 마음속에 나만의 나무를 키워 간다면...


배 씨와 감 씨네 작은 화분에서 몰래 싹 틔워 열매 맺은 완두콩이 당당하고 야심 차게 열매 맺기에 성공한 것처럼 누구의 눈치 보지 말고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