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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그녀와 나 2

도시락이 배달되었다고?

by 아이리스 H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노래가사처럼 깨어나고 싶었다.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시계를 쳐다보니... 5시 30분

현실은 몸이 천근만근 ㅠㅠ

어제 필드에서 너무 달렸나?

알람을 끄고 다시 꿈나라로 가고 싶었다.


반쯤 감 긴 눈에 풀어진 입술 멍한 이 느낌

침대 끝에 앉아 머리를 질끈 묶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비비와 선크림으로

단장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니

5분 화장이 끝났다. 초스피드다.

그런데 우리가 꼴찌다.


"얼른 내려오세요. 형님, 형수님..."


에구야~ 젊은이들 따라 댕기기도 벅차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뻔뻔하게 골프옷을 챙겨

입었다. 호텔조식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지...

조식을 포기하고 잠을 더 자고 싶었으나

단체생활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 굿모닝? "


하룻밤 사이 다들 지쳐 보인다.

그들도 나처럼 피곤했을 터인데 생생하게

접시에 이것저것 챙겨 와 겨우 뜬눈으로

젓가락질과 포크질을 한다.

남편은 역시나 쌀국수를... 난 빵과 과일을

이 새벽에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가다니...


삶은 잘 먹고, 잘 사는 거다.

삶은 계란? 아니고....

"금방 알을 낳았나 봐요. 따끈따끈 해요"

한 개씩 나눠주며 즐거운 라운딩 고고!

"여러분, 버디 합시다. 뻔뻔뻔 하지 말고..."


어제 사라진 해가 '까꿍' 아침 인사를 한다.

저 산마루에 아름답게 걸려있다. 어머나~~


나란히 대기 중인 카트 위로 해가 떴다.

6시 10분.


골퍼들의 발걸음과 나란히 대기 중인

카트와 케디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세상 게으른 내가 참 부지런한 새가 되었다.

골프채를 들고 풀밭에 나와있으니 말이다.

새들이 먼저 와서 풀밭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두 마리 새의 움직임

"내가 너를 지켜 볼게 ~~

어디 잘 쳐보세요~~"

"내버려두어라 난 안 보련다 ~~

보나 마나 뻔하지~~"

새들의 움직임이 말을 거는 듯하다.

나이스 샷으로 첫 홀 문을 활짝 열었다.

감이 좋다. 왕언니 아이리스는 어제와 다르다.


"옴메 기죽어~"

동생들도 따라쟁이 되어 나이스샷을 했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두 손을 모아 본다.

그녀와 나는 뻔뻔한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오 홀~ 살아남기 신공들의 재주가 용하다.


오비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착한

공값을 벌었다.

도로를 타고 내려가 기막히게 선 공

도로협찬으로 한 타를 벌었다.

풀숲에 꽁꽁 몸을 숨겼지만 찾아낸 공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었다.

비탈진곳에 비스듬히 박힌 공

삐딱선을 타도 갈길은 가야 한다.


모래더미 속에서 한 번에 탈출한 공

사막의 여인 손에 구출되었다.

해저드를 날아 페어웨이에 안착한 공

두려움을 극복한 너를 칭찬하노라!

세상에 이런 일이... 깃대를 맞춘 공

깃대방향으로 치라고... 깃대를 탕!!

공과공이 서로 그린 위에서 치고 박은 공

워워 ~~ 나도 몰랐고 너도 몰랐다.


아슬아슬하게 홀컵으로 미끄러지듯

굴러들어가다 멈춘 아쉬운

정말 이러기 없기다. 버디를 놓쳤다.

그녀도 나도 한숨소리가 커졌다.

워워~ 아쉬움을 삼켰다.

깃대 앞 케디가 공을 마크한다


공들의 쇼~ 쇼~ 쇼가 펼쳐졌다.


오늘도 공들의 재주와 내 실력이 합쳐져

세상에 이런 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수도 맨홀 풀을 밟고 넘어졌다.

아이코!! 옴마야!!

콩 싸오? 괜찮아요? 안 괜찮다.

잠시 멈춰 발을 안정시키고 다시 걸었다.


오호라~~

발목과 발사이가 뜨끔한 상황에서 몸에

힘을 빼고 회전력으로 겨우 치는 공이

쌩쌩 더 잘 맞고 더 잘 냘아간다.

신통방통하다.


"언니, 넘어지고 나서 공이 더 멀리 가네요"


희한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발에 힘이 없으니 채를 반수윙 했으며

허리를 회전시켜 공을 똑바로 보내려 애썼다.

조금씩 놀랬던 발도 괜찮아졌지만

절뚝절뚝 부상투혼이다.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새옹지마: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다.

발목부상으로 힘을 빼고 공을 치고 있는데

오히려 더 잘 쳐진다는 사실이다.


그때였다.

페어웨이를 지키며 날아간 공 덕분에

카트에 앉아 있는데...

호텔 측에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게 아닌가?

골프 친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다.


조식을 패스한 줄 알았나?

후식을 못 먹고 나간 걸 알았나?

짜장면 배달도 아니고, 치킨배달도 아니고

샌드위치와 크로와상 도시락 배달이라니

요플레에 과일까지... 오~예!


그늘집에서 얼음에 비타민을 부어마시고

초코파이와 고소미를 이미 먹었는데도

우리는 뻔뻔하게 배고픈척하며...

빵 도시락에 빵 터졌다. 빵빵하게 먹으니

힘이 나서 신나게 나이스샷을 즐겼다.

골프보다 먹는 거에 진심이었나?


실수샷, 뱀샷, 트러블샷, 뽕샷은 잊어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오늘도 뻔뻔한 골프를 치고 말았다.

어느새 18홀을... 점수가 좋고 기분도 좋았다.

이제 밥! 밥!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하롱베이에서 한국식당을 찾아갔다.


하노이에서 유명했던 삼원식당이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시원한 냉면에 구운 삼겹살,

목살 한 점 올려 냠냠 허기를 달랬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린다.

역시 골프는 먹고 즐기는 맛이다.

하롱베이 한국식당 삼원


애썼다 모두들~~~


버디를 여러개 하고. 파를 하신

S 사장님이 지갑을 열어 한턱 쏘셨다.

가이드 겸 00 씨네 부부도 고생 많았다.

함께한 우리 모두 잘했다 칭찬해 본다.


하노이로 빨리 돌아가자더니...

바다구경 하고 가자는 의견이다.

배를 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고

바다뷰를 보며 차를 마시기로 했다.

유명한 베트남 카페 하이랜드에 갔다.


저 멀리 코끼리 섬이 보인다.

베트남 하이랜드 앞 하롱베이
코끼리섬이 보이시나요? 하롱베이

바다에 오니 속이 정말 뻥 뚫린다.


골프도 좋았고, 바다도 너무 좋았다.

하롱베이 추억을 가득 싣고 하노이로 출발!!

긴 여정에 무사히 운전해 준 남편의 수고와

함께해 준 러키세븐 (7명) 덕분에 잘 놀았다.


차에서 한숨 푹 자고 났더니 하노이 도착이다.

하노이 미딩 퍼틴은 유명한 쌀국숫집이다.

매일 아침 줄을 서시오 ~~ 하는 곳이다.

전통 쌀국수부터 ~~ 국수 메뉴가 다양하다.

하노이 한인타운 미딩 퍼 틴

주방이 훤히 보이는 곳

맛과 청결이 그래도 괜찮은 곳이다.

하노이 한인타운 미딩에 오시면 꼭 드시길

추천한다. 참고로 매운 쌀국수도 먹을만하다.


1박 2일 쌀국수로 시작된 골프투어는

쌀국수로 마무리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골프보다 더 열심히 먹은

하루를 적느라 나도 바빴다. 긴 글 읽어주신

독자님들 행복하시길... 하롱베이 골프투어

1박 2일을 마친다. 굿 럭!!


뻔 뻔 뻔 한 그녀는 나의 골프 파트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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