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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01. 2023

뻔뻔한 그녀와 나  2

도시락이 배달되었다고?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노래가사처럼 깨어나고 싶었다.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시계를 쳐다보니... 5시 30분

현실은 몸이 천근만근 ㅠㅠ

어제 필드에서 너무 달렸나?

알람을 끄고 다시 꿈나라로 가고 싶었다.


반쯤 감 긴 눈에 풀어진 입술 멍한 이 느낌

침대 끝에 앉아 머리를 질끈 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비비와 선크림으로

단장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니

5분 화장이 끝났다. 초스피드다.

그런데 우리가 꼴찌다.


"얼른 내려오세요. 형님, 형수님..."


에구야~ 젊은이들 따라 댕기기도 벅차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뻔뻔하게 골프옷을 챙겨

입었다. 호텔조식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지...

조식을 포기하고 잠을 더 자고 싶었으나

단체생활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 굿모닝? " 


하룻밤 사이 다들 지쳐 보인다.

그들도 나처럼 피곤했을 터인데 생생하게

접시에 이것저것 챙겨 와 겨우 뜬눈으로

젓가락질과 포크질을 한다.

남편은 역시나 쌀국수를... 난 빵과 과일을

이 새벽에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가다니...


삶은 잘 먹고, 잘 사는 거다.

삶은 계란? 아니고....

"금방 알을 낳았나 봐요. 따끈따끈 해요"

한 개씩 나눠주며 즐거운 라운딩 고고!

"여러분, 버디 합시다. 뻔뻔뻔 하지 말고..."


어제 사라진 해가 '까꿍' 아침 인사를 한다.

저 산마루에 아름답게 걸려있다. 어머나~~


나란히 대기 중인 카트 위로 해가 떴다.

6시 10분.


골퍼들의 발걸음과 나란히 대기 중인

카트와 케디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세상 게으른 내가 참 부지런한 새가 되었다.

골프채를 들고 풀밭에 나와있으니 말이다.

새들이 먼저 와서 풀밭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두 마리 새의 움직임

"내가 너를 지켜 볼게 ~~

 어디 잘 쳐보세요~~"

"내버려두어라 난 안 보련다 ~~

 보나 마나 뻔하지~~"

새들의 움직임이 말을 거는 듯하다.

나이스 샷으로 첫 홀 문을 활짝 열었다.

감이 좋다. 왕언니 아이리스는 어제와 다르다.


"옴메 기죽어~"

 

동생들도 따라쟁이 되어 나이스샷을 했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두 손을 모아 본다.

그녀와 나는 뻔뻔한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오 홀~ 살아남기 신공들의 재주가 용하다.


오비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착한 

공값을 벌었다.

도로를 타고 내려가 기막히게 선 공

도로협찬으로 한 타를 벌었다.

풀숲에 꽁꽁 몸을 숨겼지만 찾아낸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었다.

비탈진곳에 비스듬히 박힌 공

삐딱선을 타도 갈길은 가야 한다.


모래더미 속에서 한 번에 탈출한 공

사막의 여인 손에 구출되었다.

해저드를 날아 페어웨이에 안착한 공

두려움을 극복한 너를 칭찬하노라!

세상에 이런 일이... 깃대를 맞춘 

깃대방향으로 치라고... 깃대를 탕!!

공과공이 서로 그린 위에서 치고 박은 공

워워 ~~ 나도 몰랐고 너도 몰랐다.


아슬아슬하게 홀컵으미끄러지듯 

굴러들어가다 멈춘 아쉬운 

정말 이러기 없기다. 버디를 놓쳤다.

그녀도 나도 한숨소리가 커졌다.

워워~ 아쉬움을 삼켰다.

깃대 앞 케디가 공을 마크한다


공들의 쇼~ 쇼~ 쇼가 펼쳐졌다.


오늘도 공들의 재주와 내 실력이 합쳐져

세상에 이런 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수도 맨홀 풀을 밟고 넘어졌다.

아이코!! 옴마야!!

콩 싸오? 괜찮아요? 안 괜찮다.

잠시 멈춰 발을 안정시키고 다시 걸었다.


오호라~~

발목과 발사이가 뜨끔한 상황에서 몸에

힘을 빼고 회전력으로 겨우 치는 공이

쌩쌩 더 잘 맞고 더 잘 냘아간다.

신통방통하다.


"언니, 넘어지고 나서 공이 더 멀리 가네요"


희한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발에 힘이 없으니 채를 반수윙 했으며

허리를 회전시켜 공을 똑바로 보내려 애썼다.

조금씩 놀랬던 발도 괜찮아졌지만

절뚝절뚝 부상투혼이다.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새옹지마: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다.

발목부상으로 힘을 빼고 공을 치고 있는데

오히려 더 잘 쳐진다는 사실이다.


그때였다.

페어웨이를 지키며 날아간 공 덕분에

카트에 앉아 있는데...

호텔 측에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게 아닌가?

골프 친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다.


조식을 패스한 줄 알았나?

후식을 못 먹고 나간 걸 알았나?

짜장면 배달도 아니고, 치킨배달도 아니고

샌드위치와 크로와상 도시락 배달이라니

요플레에 과일까지...  오~예!


그늘집에서 얼음에 비타민을 부어마시고

초코파이와 고소미를 이미 먹었는데도

우리는 뻔뻔하게 배고픈척하며...

빵 도시락에 빵 터졌다. 빵빵하게 먹으니

힘이 나서 신나게 나이스샷을 즐겼다.

골프보다 먹는 거에 진심이었나?


실수샷, 뱀샷, 트러블샷, 뽕샷은 잊어라!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오늘도 뻔뻔한 골프를 치고 말았다.

어느새 18홀을... 점수가 좋고 기분도 좋았다.

이제 밥! 밥!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하롱베이에서 한국식당찾아갔다.


하노이에서 유명했던 삼원식당이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시원한 냉면에 구운 삼겹살, 

목살 한 올려 냠냠 허기를 달랬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린다.

역시 골프는 먹고 즐기는 맛이다.

하롱베이 한국식당 삼원


애썼다  모두들~~~


버디를 여러개 하고. 파를 하신

S 사장님이 지갑을 열어 한턱 쏘셨다.

가이드 겸 00 씨네 부부도 고생 많았다.

함께한 우리 모두 잘했다 칭찬해 본다.


하노이로 빨리 돌아가자더니...

바다구경 하고 가자는 의견이다.

배를 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고

바다뷰를 보며 차를 마시기로 했다.

유명한 베트남 카페 하이랜드에 갔다.


저 멀리 코끼리 섬이 보인다.

베트남 하이랜드 앞 하롱베이
코끼리섬이 보이시나요? 하롱베이

바다에 오니 속이 정말 뻥 뚫린다.


골프도 좋았고, 바다도 너무 좋았다.

하롱베이 추억을 가득 싣고 하노이로 출발!!

긴 여정에 무사히 운전해 준 남편의 수고와

함께해 준 러키세븐 (7명) 덕분에 잘 놀았다.


차에서 한숨 푹 자고 났더니 하노이 도착이다.

하노이 미딩 퍼틴은 유명한 쌀국숫집이다.

매일 아침 줄을 서시오 ~~ 하는 곳이다.

전통 쌀국수부터 ~~ 국수 메뉴가 다양하다.

하노이 한인타운 미딩 퍼 틴

주방이 훤히 보이는 곳

맛과 청결이 그래도 괜찮은 곳이다.

하노이 한인타운 미딩에 오시면 꼭 드시길

추천한다. 참고로 매운 쌀국수도 먹을만하다.


1박 2일 쌀국수로 시작된 골프투어는

쌀국수로 마무리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골프보다 더 열심히 먹은

하루를 적느라 나도 바빴다. 긴 글 읽어주신

독자님들 행복하시길... 하롱베이 골프투어

1박 2일을 마친다. 굿 럭!!


뻔 뻔 뻔 한 그녀는 나의 골프 파트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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