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Dec 22. 2023

커플화 꼭 신어야 하나?

오래된 연인의 변심.

"여보?

새로 생긴 호수공원 보여줄까?"


진짜? 어딘데?


남편이 일하는 곳으로

리무진 타고 하노이에서 타이빈으로

1시간 40분쯤 갔다.

이동경비는 15만 5 천동 (8천 원쯤)


"운동화 신고 왔어야지.."


샌들을 신고 갔는데 어머나 내가

좋아하는 무지개가 짜잔~~~ 반겨주었고

호수 가운데에 시시각각 변하는 불빛들이

호수를 비치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갑자기 나선길에 기분이 말랑해졌다.

베트남 타이빈 호수

호수를 비추는 불빛을 감상하고

남편은 운동화를 신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따로 또 같이 하는 루틴의 부부다.

삼삼오오 호숫가에서 연인들과 가족들이

사진도 찍고, 놀고 있다. 평화로움  자체다.


발가락이 살짝 춥지만 견딜만했다.

우리는 길거리 군고구마를 사 먹으며

운동화 사러 갈까? 이번에 커플화 어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띠옹~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지금 사러 가자고..."


난 흰색 운동화를 즐겨 신는 편이다.

'운동화는 역시 흰색이지~~'

남편은 블랙 운동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운동화는 역시 블랙이지~~~'

"허허 참내..흙과백 확실하네."


모양이든 색깔이든 뭔가 커플운동화를

사기로 했으니 나는 흰색을 과감히 버리고

블랙 운동화를 골라 신었다.

뭔가 어색 어색 하지만 나름 괜찮다.


남편은 블랙을 과감히 버리고

흰색계통으로 운동화를 고르고 있었다.

이게 아니라...

마음을 맞추어 흰색이든 블랙으로

같은 걸로 정해야 하는 건데 ??


커플화 살 수 있을까?


사실 운동화가 대부분 30프로

세일 중이었기에 두 갯값으로 한 개를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마음먹고

커플화를 신기로 했기에 마음을 맞춰야 했다.


잠시후... 커플 안 하기로 했다.


남편은 블랙대신 흰색에 스카이블루가

들어간 애매모호한 운동화를 골랐다.

나는 흰색대신 블랙매시에 바닥만

화이트 한 걸 골랐다.


"오잉? 우리 커플 맞쥬?


젊은 연인들은 잘도 사서 신고 다니더구먼

이게 그리 힘들 건가? 미처 몰랐다.

"우리는 뭐가 문제 일까?"

"어찌 된 일일까? "대략 난감했다.

뭔가 맞추려 했던 서로의 마음을 알지만

안 하던 짓을 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운동화 색깔이

빨간색으로 바뀐 것도 아니고, 파란색으로

생뚱맞지도 않았으나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운동화를 사서 계산을 마쳤다.

양보? 배려? 노력?

우리는 서로 박스 속에 운동화를 고이

모셔 두었고, 며칠째 열지 않았다.


남편은 즐겨 신던 블랙을 버리고

흰색을 샀건만 그리 즐겁지 않았다.

나 또한 좋아하는 흰색 운동화대신 검은색

운동화를 샀건만 뭔가 찜찜했다.


게다가 쨍쨍하던 하노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새 운동화를 신고 나가기 아깝다?

신던 운동화가 역시나 편해서일까?

익숙함이 새로움을 이기지 못했다.


어색한 블랙운동화를 박스 속에서 꺼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하던 대로 신던 대로가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았다.


아직도 남편의 운동화 박스는 닫혀있다.

새신을 신고,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려고

백화점에서 세일가격에 사 왔건만

인기가 제로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변화를 주는 거에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ㅎㅎ

신다 보면 괜찮아진다고...


흑과 백이 분명한 우리 부부는 언제쯤

커플화를 신고 발을 맞추어 걷게 될까?


"이번생애엔 커플화 신기 글렀다."


아들도 오랫동안 아빠의 운동화는 검은색

엄마의 운동화는 하얀색에 익숙해서일까?

둘 다 이상하다며 하하하 웃고 말았다.


변화를 주라며...

마음을 바꾸라며...


ㅠㅠ 하던 대로 신던 대로 신고 사는 게

더 편안했음을 알았다. 굳이 뭔가를

바꾸고 개혁을 일으켜 본들

마음속이 허함을 알고 말았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우기고 사는 건 아닐까?


내가 맞고 당신이 틀린 것이라며 따지고

각자의 개성과 취향대로 선택하는 운동화

색깔과 모양을 맞추며 마음도 잘 맞는

커플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진정한 커플은 그래야 하는 건데...


박스 속에서 잠자는 새운동화를 꺼내어 신고

서로 웃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31년 차 부부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커플화 안 신어도 이미 우린 오래된 커플이다.

티 내며 살려했는데....

티 내지 말고 조용히 각자의 취향대로

살아가야 함이 옳다는 생각이다.


커플화는 비록  사지 못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날이 많이 춥다.

때로는 뜨겁게, 차갑게 , 미지근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부부로 살기로 했다.


무지갯빛처럼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며

그렇게 아름답게 조화롭게 살아가고 싶다.

2023년 12월 21일 하노이의 밤

눈이 오지 않는 하노이에서

코스모스가 가로등 밑에서 계절을 모른 채

화사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모두의 마음이 꽃처럼 피어나길...

메리 크리스 마스!!

작가의 이전글 "아프지 마디 옵또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