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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18. 2023

"아프지 마디 옵또떠~"

따뜻한 마음을 받다.

한국에 펑펑 눈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음까지 춥지 않기를 바라며 추운 겨울

감성부자에게서 장의 사진을 받았다.

한국의 꼬마눈사람

춥다 추워~ 많이 춥구나!

앙증맞은 눈사람을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려두고 찰칵!! 

아직 눈도, 코도, 입도 없이 손도, 발도 

없이 몸뚱이뿐인 눈사람이 짠하다.


기분 탓일까?


눈이 오지 않는 베트남 하노이

그러나 기온이 떨어져 제법 추워졌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더운 나라에서

패딩 점퍼를 입을 정도이다.


11월부터 12월 하노이에 손님들이

계속 왔으며 송년 행사와 공연, 그리고 수업

골프약속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오래간만에

연예인급 스케줄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할 일은 많았고, 시간을 쪼개며 달렸다.

인생 마라톤이라는데... 전력질주였다.

급기야 과보호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쉬어갔어야 했는데... ' 강행군을 하다가

그만 몸살이 와서 옴팍 아팠다.


밤새 열이 나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열이 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약을 먹어야 했고,

손발이 부들부들...

온몸 이곳저곳 뼛속까지 상처 없이 아팠다.

'삭신이 쑤신다'는 엄마말이 떠올랐다.

코로나 때도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는데...


남편이 놀래서 약을 사들고 하노이 집으로

달려왔고, 토종 삼계탕 한 마리도 따라왔다.

둘이서 사이좋게 나눠먹으니 몸도 마음도

조금 나아지고 있었다. 낮잠이라니...

오랜만에 쉼표 같은 날을 맞았다.


따뜻한 글귀가 마음속에 들어왔다.

남편의 처방전에 웃음이 났다.


커피 찍어 먹는 과자 아시죠~~




몸살 이틀 째,


"언니? 뭐해요?"

"집인데... 몸살이 왔어"

"어쩌다가요?"

"모르겠어..."

"약은 먹었어요?"

"너무 무리했나 봐..."

"혼밥 잘 챙겨 먹어야 해요 

대충 먹으면 면역성 떨어져요 ㅠㅠ"

"그러게 몸이 쉬어가라고 잠만 재우네"


냉장고 열어보니 먹을 것도 없고...

입맛도 없어서 뭘 먹어야 할지?

눈치 없이 울려대는 전화는 받기 싫고

갑자기 번개팅을 요구하는 문자도 패스하고

온몸이 추웠다 더웠다 식은땀이 났다.

여름나라에서 나 혼자 겨울이다.


"언니, 내가 잠깐 들를게요"

"아녀 ~ 나 엉망인디 씻지도 않았어"

이틀째, 이불속에서 끙끙 최소한의 볼일

만 보고 노숙자모드였다.

그녀는 비상계단에서 만난 후

친해졌다.(비상계단에서 만난 그녀)

내 글 속의 주인공이다.


하여튼 그녀에게 화장끼 없는 민낯을

이틀 동안 머리도 감지 못한 채

질끈 묶어버린 머리...

엉망진창인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주게

되었다. 그녀는 문밖에서 슬며시

작은 쇼핑백을 내밀고 사라졌다.


"식사 잘하고 아프지 마세요"

순간 울컥할 뻔했다.

"고마워, 이웃사촌이 최고야~"

명태 고추장 양념한 것과

달래김치(파김치로 착각한 )

구운 계란 3개를 담아 가져왔다.

그녀가 준 반찬으로 차린 내 밥상


입맛이 없어서 점심을 거른 터라

일단 배가 고팠고, 재빨리 햇반을 돌렸고

프라이팬에 양년 된 명태포를 노릇하게 구웠다.

혼밥도 잘 챙겨 먹어야 했다.

대충 고구마로 때우고 라면으로 대신했다.

 

갑자기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고 있었다.

국물이 없어도 밥이 맛있다.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내 안에 세포들이 나쁜 균들을

내 쫓아 줄 것만 같았다. 내 안에 떨어진

면역성을 위해 열심히 먹고 자고 쉬었다.


'ㅎㅎ 세상 헛살지 않았네.'






몸살 닷새째(5일째)


열은 떨어지고 아직 몸상태가 그럭저럭 

70프로가 나았고 30프로 채워져야 할 듯

쉬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어찌나 답답하고 힘든지...


아들이 치킨과 햄버거를 시켰다.

스멀스멀 내 코가 반응을 한다.

살아났나 보다... 내 것은 빼고 시켰다고?

"아니야 엄마도 먹을 건데..."

"햄버거 ㅠㅠ 진작 말씀하시지..."

절대 주지 않을 듯하더니... 딱 한 개를

반으로 뚝 잘라 주는 게 아닌가?


엄마 맛난 거 사 먹으라며 금융 처방전까지

가족이 다들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든 12월

내가 아프고 나니 다들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에게 사랑이 필요한 거였다.


날씨가 춥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일은 

이모티콘 하나에도 사랑이 전해진다.

NO라고 말해도 YES라고 들을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이웃을 살피는 사랑도

햄버거 반띵을 기꺼이 잘라주는 마음이

사랑인 것을...  아프고 나서 알았다.


"아프지 마디 옵또떠~"

(아프지 마시옵소서!)

혀 짧은 소리로 앙증맞게 읽으셔야...


회복이 더딘 듯 빠르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는 내가 이웃에게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을 나눠 줄 차례임을

알려 주려고 아팠던것 같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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