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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25. 2024

그녀의 향기로운 흔적

6월의 어느 멋진 날에...

"언니야? 나 하노이야~"

"오잉? 진짜? 왔구나!"

"응, 하노이 왜케 덥노?

" 너도 살아봤잖아"

" 그땐 몰랐데이~ 진짜루 "

" 지금 어딘데?"

" 롯데호텔"

"아하!"

"보고싶데이~ 올수 있나?"

" 지금? 7시 넘을듯~~"

" 괜찮소 걍 오이소~~"

"내가 지금 밖에 시간이 없쓴께"

"오케이~ 갈게 바로"


하늘이 도왔다. 원래 차가 막히는 저녁시간

그랩기사님을 잘 만나서리 완전

지름길로 가신다. 완전 카레이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난 하늘색 원피스를

갈아입고, 대충 5분 화장을 하고 출발했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엄지 척을 해주었다.

기분이 좋은 상태다. 그녀는 하노이에서 살다가

현재 브라질에 거주 중? 여름 방학이 시작되어

한국에 갔다가 베트남으로 잠시 혼자 여행을

오게 되었다며 연락이 왔다.


나와의 인연은 합창단에서  우연하게

반주자와 소프장으로 만나 인연을

쌓았고, 골프를 치면서 친해졌다. 어느 날인가?

그녀는 홀인원도 했고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하노이 생활이 그립고 행복했노라 말했다.


경상도 부산 사투리를 찰지게 쓰는

그녀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미스코리아

뺨치는 키에 피아노를 치는 여신모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갑자기 나선길이

막힘없이 뚫렸고. 우리는 2년 만에 해후했다.


"언니야, 3분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 괜찮아, 천천히 와~

' 빤스가 필요해서리"

" 뭐야  하하하"

완전 웃음보가 터졌다. 여전히 생기발랄한

그녀를 만나기 5분 전


잠시 후,

그녀가 하와이 꽃무늬 패션 바지를 입고 짠~~

뭘 입어도 모델 포스다.

서로 안아주었다. 마음이 뭉클했다.

"얼마만인가? 우리?"

"고맙구나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줘서..."

"의리 아닙니까~~~"


그녀는 40도가 육박하는 하노이 날씨에도

필드에 다녀왔다며 시커먼스가 되어 있었다.

벌게진 얼굴로 웃고 있는데 너무 반갑다.

" 뭐 마실 거야? "

" 배탈 나지 않게 따스한 거 마셔라"

" 이열 치열 아니가?"


" 역시 언니다."

차가운 얼음 음료나 커피 차보다

몸에 좋은 한방차를 뜨끈하게 마시기로 했다.

그녀의 애칭은 꽃님이다. 그러니까

꽃 망고 케이크 하나 더 시켰다.


" 그래, 잘지냈누?"


그녀를 만나면 충청도인 나는  어느새

경상도 버전으로 언어가 자동화로 바뀐다.

"응 언니야 ~~~"

말끝을 흐리며 나온 차를 숟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들이

위로 오르고 내리며 보기에는 별로지만

뭔가 건강한 맛과 향이 겹쳐졌다.

베트남 한방차  

맑음 대신 베이지색이 되었다. 대추랑 이것저것들이

한동네 되어 찻잔에 따르니 곱지 않지만

웃음보는 다시 터졌다. 하하하 ~~~

만나면 웃게 되는 사이 우리는 그렇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맑은 물처럼 잔잔하고 티 없이 살고 싶으나

세상은 겁나 티도 많고 거칠지 않은가?

그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만

눈물샘이 터졌고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와의 이별이 못내 아쉬워

눈물을 보였다. 비가 오는 하노이에서 홀로

짬뽕국물을 먹으며 울었단다.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기까지...

힘겨웠던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눈빛에

담아냈다. 마음이 아려왔다.


워낙 밝았던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드는지?

갱년기가 왔는지? 세월을 거슬릴 수 없는

삶의 무게감으로  젖어있는 빨래만큼 축축한

느낌이었다. 뽀송뽀송 햇빛에 그녀의 눈물이

마르기를.. 그 마음을 건조대에 널어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 속 기쁨들이 많았다.

그리웠던 벳남을 다시 여행처럼 오기를

참 잘했노라 말해주었다.

브라질에서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이

잘 지내고 있다며 아들사진도 보여준다.


아들의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어른스럽다.

찬송가를 부르는 아들 목소리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애썼다. 두 아이들 잘 키웠네..."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손을 잡아 주었다.

온몸에 따스하고 행복한 기운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어디서든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길...

언니와 동생으로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잠시 추억하는

6월의 어느 멋진 날의 만남이었다.


해외살이는 해본 사람만 이 서로를  보듬고

안아줄 수 있으며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

많은 부분이 있음을 알기에

잠시였지만

너무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행님아 잘 지내고..."


""그래 너도.. 가끔 연락하고 알지..."


또 얼마의 시간을 지내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이별에 아쉬움만

기득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손에 안긴 선물을 매만졌다.

급하게 연락받고  나가느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미안함이 남았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행복인데...


브라질에서 온 선물



한동안 향기로운 비누향이 은은하게

퍼져 갈 것이고  그녀의 환한 웃음과

그렁그렁한 눈물이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녀가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기쁨을 주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보고 싶고 그리울 때 달려가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잘 살아온 삶이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여름을 보내고

브라질로 다시 떠날 그녀가 씩씩하게

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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