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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02. 2024

흐르는 시간 속에 내가 있다.

지금 여기 하노이~~

새벽을 깨우는 핸드폰 알람대신

암막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아름다웠던 노을뷰를 내려놓고,

이사한 집은 눈이 부시게 태양이

떠올라 더운 나라의 아침을 뜨겁게

맞이하며 살고 있다.


지금 여기 하노이.


여기가 진정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인가?

72층 빌딩숲이 보인다. 미딩한인타운이다.

30층 높은 곳에서 살다가 7층으로 내려왔다.

땅이 보이고 숲이 보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베트남 하노이 한인타운



꼬끼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새벽마다

닭이 나를 깨운다. 세상에나.... 아침을 알리는

닭소리와  나뭇가지 위에 새들과 나비를 본다.

도시 속에서 시골느낌을 만끽하는 중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한두 번 쓸어내리면 땡 소리와 함께 오르고

내리는 삶이 아직 어색하지만 즐기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5층 ~32층 사이에 살았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번의 이사를 했고

미니멀하게 깨끗함과 심플함을 유지하며

살아보려고 하는데 자꾸만 크고 동그란 시계가

눈에 거슬렸다. 어디에 걸까?


거실 중앙이나 벽 오른쪽

왼쪽을 아무리 둘러봐도 시계를 걸만한 벽이

 없다. 게다가 내 집도 아니고, 월셋집 아트월이

대리석이라 워워 ~~ 참아야 한다.

이방 저방 들어가 봐도 크고 동그란 시계는

찬밥이 되어 신발 장 근처에서 대기 중이다.




내가 어릴 적엔  벽중앙에  뻐꾸기시계가

뻐꾹뻐꾹 인사를 하며 알람을 해 주거나

동그란 가 왔다 갔다 하며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속 추시계가  시간을 알려 주었다.


방마다 시계하나쯤은 꼭 있었다. 동그란

모양에 알람시계를 머리맡에 두고 잤으며

책상 위에서 공부할 때마다 함께 해주었다.

아버지는 화장실 안에도 시계를 둘 정도로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늘 강조하셨다.


새벽알람을 하시고, 운동을 하시는 아버지의

부지런함과 규칙적인 훈육 덕분에

어릴  난 참 부지런한 삶을 살았었다.

어느새  50대 중반

베트남 하노이에서 꼬끼오  닭소리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시간은 흐르고 세월도 덧없이 흘렀다.


그렇게 시계는 나의 인생의 흐름을 지배하며

내 곁에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

동그랗고 작은 사발시계의 똑딱똑딱거림과

재깍재깍 소리가 귀에 익숙한 구세대지만

핸드폰이 생기면서 시계에 대한

추억도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조용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으며

온도, 습도, 게다가 날짜까지 야무지게

체크를 해주는 우리 복덩이가 입주했다.

내 손안에 들어오는

직사각형 자그마한 시계에 건전지를 넣었다.

내 책상 위에 올려두거나 옮기기도 좋다.

전자시계

한 개더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오잉? 이건 뭐지?

그냥 네모모양 나무토막?

뒤태를 보아하니 별거 없다.

오호라 전선도 함께 있다.


박스 속 뽁뽁이 속에서 숨 쉬다 나왔건만

갸우뚱 거리는 내가 이상한 건가?

선물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하하하 언니, 우드 시계예요"


잠시 후, 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오잉? 불빛이 나오고, 온도가 보인다.

세련되었다. 어머나! 세상에

내가 사 온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소파에 올리니 안성맞춤이다.

요즘은 손목시계 대신

스마트 워치를 차고 다니듯

동그란 벽시계 대신

네모난 전자시계가 대세인 듯하다.


똑딱똑딱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에

하루해가 지고, 비상벨같은 따르릉  알람으로

아침잠을 깨우고 울리던 그 옛날이...

스멀스멀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다.


2024년 하노이에서

꼬끼오 닭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고

아이러니한 세상 속에서

타임 머쉰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듯한 지금의 소중한 시간들을

즐기련다.


이사오기전에 살던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만난 그녀는 못내

아쉬움과 서운함을 예쁜 우드시계에

담아 선물을 해 주었고

난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었다.


우드시계가 빛이 난다. 참 고맙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 살아도

지금의 시간을 함께하며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대기 중이던 동그랗고 커다란 시계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보냈다. 그곳에서도

유용하게 잘 쓰이길...


우드시계가 새롭게

나의 삶을 흐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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