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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Dec 11. 2024

12월 어느 멋진 날에...

한. 베 하노이 거리축제

갑자기 하노이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한국의 심란한 상황으로 기분이 저기압 상태다.

합창 공연을 앞두고 비까지 내리더니

바람이 심상치 않았 춥기까지 하다.


흐림 상태로 한. 베 거리축제는 토요일(7)부터

일요일(8)지 차 없는 거리가 시작되었다.

뚝뚝뚝 떨어진 날씨에 패딩점퍼와

두꺼운 옷차림으로 기분을 업 시킬 수 있을까?


다행히 비는 멈추었고 바람이 부는 정도

하노이 날씨는 오락가락 갈필을 못 잡았다.

어머나! 여기는 어디인가?

한국인가? 베트남 인가?

2024년  아닌듯

베트남과 한국의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했다.

5천 원(십만 동)으로 행복한 김치를 만드는 체험을

남편과 함께 하며 김치사랑을 보여주었다.

벳남 직원들에게 나눠줄 김치도 더 샀다.


벳남산타의 닭꼬치도 줄 서서 맛보았다.

젊은이들이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무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도 신이 났다.

아파트 아파트 따라 부르며 ㅎㅎ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었고 즐거웠다.


2024년 12월 7일 하노이

하늘은 뿌옇고 흐렸지만

마음은 맑음 유지 가능했다.

화려한 색깔의 떡과 젤리들은

달콤한 유혹이었고 아이들이 좋아했다.


벳남 스타일

밤늦도록 이어진 공연과 먹거리는

날씨와 무관했고 모두가 즐기는 축제였다.




어느새 10주년이 된 여성합창단 


코로나기간을 합해서 난 7년 차가 되었다.

초창기 멤버들이 두세 명 남았고, 해외다 보니

귀국자도 늘었고 변수가 많았지만... 난

긴 시간 합창단에 머물며 인생을 배웠다.


노래가사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았고,

오르락내리락 음을 익혔고, 박자, 리듬, 음표를

보며 삶을 노래했다. 우리네 인생도 악보 속

음표를 닮아 있음을 느꼈다.


월요일은 당연히 합창단 가는 날


그러나,

머뭇거리고 버벅 거리며 망설임이 생기기

시작했고 계속 정해진 시간에 뭔가를 하는

루틴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지 못해 방황했다


급기야 쉼표를 찍고 합창단 가기를 멈췄다.


무슨 일?


뛰어난 실력보다  성실함을 우선으로

무엇이든 꾸준하게  오던  나는 볼 빨간

갱년기 아줌마가 되어 심리적 변화가 생겼다.

올해 9월과 10월 사이  삶의 무게가 버거워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한국으로 잠시 힐링여행을 다녀왔다.

다행스럽게 우려하고 걱정했던 일은 순조롭게

풀렸고 나는 18일 만에 하노이로 다시 돌아와

합창단에 돌아가 송년 공연에 합류했다.


단장님의 권유와 그동안 함께한 언니 동생들의

전화가 꽁꽁 얼었던 내 마음을 녹였다. 그렇게

쉼표가 마침표 될뻔한 상황에서 나를

일으켜준 합창단원들 덕분에...


한베 송년행사에 함께 하게 되었다.



  

두둥 ~~ 그날이 왔다.


벌써 7년 차인데도 무대 앞에서 떨고 있다.

날씨 탓인가? 두 달 쉬고 합류하여

분명 연습량이 부족한 탓일 게다.


지휘자님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우리 실전에 강하잖아요"

목이 마르다. 대기 중인데...

물이 먹고 싶다. 저녁을 너무 과하게 먹는 듯


한 모금 나눠 마시고 무대에 올랐다.

헷갈리는 가사들을 머릿속에 정열 시켰다.

하얗게 까맣게 잊히지 않게 말이다.

화려한 불빛에도 현옥 되지 않게...


십이월 어느 멋진 날에~~~

2024년 12월8일 하노이

우리는 한 목소리로 베트남에 소리 높여

한국 노래를 불맀다.

두 번째 곡 2절 가사가 영 ~까다로웠는데

열심히 외운 보람이 있어 실수하지 않았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시간을 되돌린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

중략....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다워~~~


수 없는 인생 노래가 울러 퍼졌다.

박수소리를 들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어려운 수학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노란 튤립과 안개꽃을 들고 1시간 넘게

기다려 준 내 오래된 짝꿍도 애썼다.


사진을 찍으며 잠시 콧등이 시큰 해졌다.

눈망울도 촉촉해졌지만 애써 참았다.

이제 합창단을 떠나는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하니 못내 아쉬웠다.


해외살이 하면서 한국노래를 이렇게

많이 부르고 외우고 사느라 나이 듦을

몰랐다. 예쁜 드레스도 아오자이도

예쁜 미소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속눈썹도 붙여보고 짙은 화장도 해보고

10센티가 넘는 뾰족구두도 신어보고

바쁜 스케줄 소화해 내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면 합창단 하기 진짜 잘한 거?


이제 나도 조금 편하게 합창곡을 들으며

박수 치며 살려한다. 무대 뒤에서 대기하며

떨리던 마음을 내려놓고 관객이 되어

남아있는 합창단원들을 응원하려 합니다.


합창은 내 삶의 흥 이었고

내 인생에 기쁨과 슬픔이었고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벗이 되어주었다.

내 몸이 악기였음에 진심 감사한다.


그동안 애써주신 지휘자님,

십년을 이끌어 오신 단장님

너무 고맙고 함께 했던 소프라노팀.

메조팀 ,엘토팀 모두 ... 사랑합니다.

귀국을 앞두고 떠나는 단원들의

 앞날도 축복합니다.


모두 어디서든 빛나는 삶이 되길...

12월 어느 멋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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