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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어느 별에서 왔니 ?

사춘기 & 갱년기 교사

by 아이리스 H


뭐라고?

진짜? 왜? 갑자기?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버렸다.

어떡해? 어쩔라고?

새로움이 주는 설렘을 택했다.


초등부교사에서

중등부 교사로 부서이동을 했다.


하던 대로 하는 게 훨씬 수월할 텐데...

갱년기 교사는 사춘기 중학생들이 있는 곳에

겁도 없이 들어갔다. 나는 적군 그들은 아군?

서로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서로 탐색 중...)


새해 목표나 계획들을 말해볼까요?

눈을 다 아래로 깔았고, 입도 마스크로 가렸다.

1초, 2초, 3초 침묵이 흐른다. 차례대로 다시

물어본다. 고개를 왔다 갔다 흔든다.


(이견 뭐 전투태새 아니고 침묵시위?)


하노이 한인교회 중등부에 새해 첫날

몸도 마음도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이미 한수 내가 뒤로 물러서야 맞는 거?

갱년기 대 사춘기의 만남은 사뭇 팽팽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라니...)


누군가 내 등을 힘차게 떠밀어도 No 했어야

고개를 흔들어 NO 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간절함의 영상을 보고

난 초등부가 아닌 충등부로 유턴을 했다.


(사춘기를 좋아하는 갱년기교사가 있다?)




사춘기가 무섭다고?

갱년기가 무섭지?


넓은 바닷가 모래밭에 고요함을 깨우는

한통의 전화기 왔다. 중등부 총무님이었다.

중등부 교사로 봉사를 결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주일날 뵐게요 ~~


긴 고민과 생각을 저 바다로~

파도타기 하는 마음을 보내주었다.


니들 중학생 처음이지? 중1이니까~

나도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는 처음이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니캉내캉 잘해보자.

니들 어느 별에서 왔니? 참내~~


우리는 모두 빛나는 별


그렇게 3주를 보내고 나는 몸살이 났다.

겉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속에서 열이 났다.


얘들아? 잘 지냈니?

아무 말이나 해보렴~~ 남자 넷, 여자넷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사춘기 우리반

분명 천사들이 틀림없다. 착한 걸로 탕탕!!


그런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파이딩 넘치는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보.. 고... 싶...다.

반응이 별로 없는 중학생들이 놀 다.


중학생 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렇게 얌전하고 귀여운 중학생은 처음이다.

사춘기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갱년기교사는 깊은 심호흡을 해본다.


진심은 언젠가 통할테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난 누구인가? 사랑을 실천하는 교사다.

매일매일 큐티하는 중등부 선생님들과

사춘기 아이들이 있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


단톡방을 만들어 소식을 공유하고

한 줄 메모를 써서 올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눈팅만 해도찮다.

내가 올린 한 줄이 마음에 닿는 날이 오겠지...


사춘기도 갱년기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고

살피는 시기이다. 그 마음 아니까 ~~

나 이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1월을 보냈고 벌써 2월이다.


풀꽃처럼 풋풋한 사춘기





2월 ,주일아침 8시 30분~


중등부실에서 찬양이 흘러나온다.

찬양단들이 예배 준비찬양을 연습 중이다.

자리를 채운 사춘기 중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냥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남자나 여자나 복장은 대부분 무채색이다.

후드티(모자 달린 티)가 기본이며 캡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눈도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누군지? 한참을 봐도 모른다.


행여 설교를 준비한 목사님이 뻘쭘할까 봐

간혹 무대를 오르는 몇몇 중학생들 그리고

대답을 해주는 사춘기 전 후 아이들이 있다.

이들이 집 밖을 나온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큰 우주를 품은 기운이 느껴진다.

중등부에는 매주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온다.

친구 따라서... 부모님의 권유로....

험한 세상 이들을 품고 기도하는 목사님과

선생남들이 있으니 이곳은 희망이 있다.


사춘기를 지내봤고

사춘기 아들을 키워봤고

사춘기 아이들을 수업해 보았다.

어느새 갱년기가 되었음이 씁쓸하다.


눈치 보며 이기고 지는 공간이 아니라

찬양하고 말씀 듣고 변화하여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도록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주려 한다.


갱년기교사는 사춘기들에게 침묵을 배웠다.

사춘기, 갱년기라는 편견을 버리면 고요함 속

평화로움을... 그렇게 서로의 속마음을

알고보면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것이다.

노을처럼 아름다운 갱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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