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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KIM Nov 06. 2019

업(業)의 미래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를 읽고

요즘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는 '타다'(공유차량 플랫폼)와 택시업계간의 갈등이다. 택시업계를 비롯해 '타다'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타다'가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라는 주장이다. '타다' 측은 정규직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고 정규직 법인 택시 기사와는 다르게 더 열심히 일할 경우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들이 최고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서비스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사들의 업무형태의 긍정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런 '타다'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이미 공유차량 서비스가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미국에서는 '우버'와 '리프트'의 운전자들의 업무 형태에 대해 많은 갈등들이 있었고 그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 자유롭게 일을 하면서 일한 만큼 소득을 벌 수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로서 아무런 법적인 보호와 최저 소득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똑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면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는 '비정규직'은 부정적인 의미로 그리고 '정규직'은 긍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그 두 단어의 의미가 조금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인 유튜버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플랫폼에 글을 올리는 작가들까지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에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들의 업무 방식은 자유로우며 그들이 만들어 내고 싶은 가치들은 특정 조직에 구속되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많은 부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는 어느 조직에 소속되어 있으며 정규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오래된 인식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규직이라는 보호의 울타리 안에 들어있지 않은 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은 종종 실패를 경험하고 어려운 삶을 살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그 사람들을 구제해주고 다시 비정규직 프리랜서로서 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며 그렇기에 '우버'와 '리프트'의 운전기사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아직까지 업체들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가 아니라 어찌 되었든 사회가 변화고 있으며 사람들이 자신의 업을 정의하는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에서 불고 있는 애자일이라는 운영방식은 어떻게 보면 프리랜서를 쓰는 것과 궁합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사회에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지금과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일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포디즘을 기반으로 하여 대량생산을 하는 과거에는 성실하게 자기 업무에 어느 정도 숙달된 인원들이 꾸준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이런 인력들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며 쉽게 자르고 바꾸는 것이 산업체들에게 좋았을 수 있지만 제도의 변화와 업체들 또한 새로운 인력들을 다시금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이 한 인력을 꾸준하게 채용하면서 복지 혜택을 더 주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이 되어 우리 사회는 그런 조건 아래에 정규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시대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 반복의 노동은 어느새 컴퓨터가 대체하고 있으며 지금 시대에 더 가치 있는 제품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한 가지 일에 숙련된 노동자들보다 빠른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제품과 트렌드를 선동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였을 때 창의성과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은 정체되어 있으며 변화가 없는 정규직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신의 아이디어의 성공에 따라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프리랜서 형태의 비정규직이 더 맞는 고용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직업에 더 많은 자유도가 허락되어야 하고 조직원 한 명 한 명이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하여야 하며 그것은 안정적이고 반복된 일을 하는 데 적합한 정규직의 고용형태와는 맞지 않는 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도전을 하고 그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실패에 대한 보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새로운 것을 위해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여 바로 회사에 잘리게 된다면 비정규직인 해당 직원은 당장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재들이 보다 더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선호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실패했을 때 보호하여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도 많은 기업들이 그런 실패를 보상해 줄 수 있는 제도들을 기업 내에서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평가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져서 보다 더 공평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가치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들 또한 갖춰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보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업종에 따라 정규직이 어울리는 업종이 있고 비정규직이 어울리는 업종도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수식하는 단어가 긍정과 부정이 아닌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흐름은 비정규직이 더 맞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도 실패의 두려움이 없을 수 있도록 보험 대책을 만들어 내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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