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회사 가는 일이 사실 그렇게 싫지 않다. 팀원들도 좋고 내가 하는 일도 마음에 드는 편이다. 심지어 스타트업이 어떻게 일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경험하지 못했을 때는 그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일이 너무 재미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긴 유학생활, 그동안 읽었던 인문학 책들, 봤던 영화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여러 가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세상은 정말 넓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의 삶을 일하는 데 대부분 써버린다는 사실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해외여행도 꽤 다니는 편이지만, 관광지가 아닌 긴 호흡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진다. 그러다 보니 언어에 대한 욕심도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세상의 다양한 것들에 대한 앎의 욕구는 효율이나 효용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과 우리가 이루는 사회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인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된 인생의 질문이 나이를 먹으며 조금씩이나마 답을 찾아가니, 이제 그 궁금증들이 타인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은 좀 알 것 같으니, 더 멀리 떨어진 외국 사람들의 생각과 삶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진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아깝다. 세상은 넓고 내가 배우고 느낄 것은 많은데, 하루의 대부분을, 일 년 중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항상 퇴사를 꿈꾼다. 회사가 싫어서가 아니라 회사 밖 삶에 대한 갈망이 더 커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나를 보면 슬퍼진다. 수많은 현실적인 걱정들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고 현 상황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대신 상상이라도 하기로 했다. 혼자서는 수도 없이 하는 상상이지만 항상 글로 정리하지는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퇴사하는 상상 그리고 내가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 속에서라도 실현해 보고자 한다. 일종의 소설 쓰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오늘 퇴사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