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보면 으레 “요즘 바쁘시죠?"라고 인사를 건넨다. 확실한 건 "요즘 한가하시죠?"라며 안부를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다 보니 나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리고 매번 기분이 나쁘다.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바쁜 사람처럼 보이는 내 모습에 자존심이 상한다. 나는 항상 여유롭고 삶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일 테니까.
예전에는 "요즘 바쁘시죠?"라는 질문에
"아니요, 여유롭게 지냅니다"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진짜로 "좀 바쁘긴 합니다"라고 말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 슬퍼진다.
가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직장일이나 사업에 바빠서 주변 사람과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심지어 ‘바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돈을 좀 덜 벌어도 주변을 챙기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자신의 상태를 섬세하게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날이 춥지만,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에는 종종 출근을 일찍 한다. 출근길에 공원에 들러 벤치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시간 가는 것을 즐기는 날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신호등에서 신호 두 개를 그냥 흘려보낸다. 내 삶에 그 정도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실제로 바쁘지만, 일을 덜어내 여유가 넘쳐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이 없어도 그런 안정감과 여유는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 "요즘 바쁘냐?"는 질문보다는 "요즘 뭐 하는데 한가해 보이냐?"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