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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경 Dec 30. 2018

FOB (Fresh Off the Boat) Poke

최상의 포키에 착한 가격에 친절한 점원

막 보트에서 내린,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을 살짝 낮춰서 부르는 말이 FOB, Fresh Off the Boat이다. 한국에서 갓 이민 온 애들을 두고 잘난 아들 녀석이 그렇게 부르는 걸 내 귀로 직접 듣고는 (물론 당사자에게 대놓고 부르진 않았지만), 마치 내 이름이 불린 것처럼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민자의 삶은 수십 년이 지나도 늘 보트에서 막 내린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보트에 내렸지만 발이 땅에 완전히 닿지 않은 느낌? 아직도 이 땅이 낯설다. 서툰 영어와 변하지 않는 악센트 때문에 20년이 넘어도 누군가 나를 FOB라고 부를까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이토록 부정적 느낌이 강한 단어 FOB를 가져다 식당 이름에 붙였다. 오너의 마음 씀씀이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 찰나, 아 이 식당에 이만한 이름도 없겠구나 싶다. 신선한 참치나 연어 회를 먹기 좋게 썰어 각종 야채와 밥과 함께 먹는 하와이 음식인 poke식당으로 이보다 더 절묘한 이름도 없을 테니까. 


Poke의 발음은 po-kay나 po-kee로 부르면 된다. 이 곳은 식당 이름 그대로, 보트에서 갓 잡아온 최상의 신선한 생선회를 넣은 포키를 먹을 수 있다. 아직까지 내가 먹어 본 포키 집 중에서는 최고이니 굳이 하와이까지 배 타고 노 저어 갈 필요 없이, 시애틀 다운타운에 가뿐하게 내리면 된다. 천명 이상이 리뷰한 맛집 리뷰가 5점 만점에 4.8을 육박하고 있으니 가히 그 명성을 알아줄 만하다. 맛도 맛이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샐러드와 토핑의 종류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하다. 원하면 온갖 종류의 감칠맛 나는 토핑을 전부 맛볼 수도 있다. 고마운 건 Everything 토핑을 선택해도 양을 줄여서 담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 착한 직원들이다. 


남편은 이 곳 직원이 베트남 출신 사람들이라며 지금 베트남에서 한창 인기를 날리고 있는 박항서 축구 코치 때문에 한국 손님이라고 하면 참치 회를 듬뿍 담아주지 않을까 싶어 조만간 들러 포키를 먹자고 한다. 정말 말 그대로 한 접시 가득하게 포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FOB 소스에 살짝 양념을 한 참치와 연어회도 맛있지만, 함께 먹는 다양한 종류의 살라드와 무제한 선택의 토핑 때문에 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주문을 잘 못해 정작 생선회가 빠진 포키를 시켜서 풀만 먹고 간 기억이 있다. No Protein이라는 메뉴를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샐러드에 중독되어 있던 내가 반사적으로 그 메뉴를 읊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단백질이 생선회를 뜻하는 줄을 잠시 깜빡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이없게 처음 갔을 때는 샐러드만 먹고, 두 번째 다시 이 곳에 와서야 제대로 된 포키를 시켜 먹었던 일화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나같이 실수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주문하는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두자. 1에서 5까지 모두 다섯 단계로 주문을 한다. 각 단계마다 점원이 물어볼 때 가능하면 신속하게 답변해 줘야 한다. 줄이 긴 경우가 많아서 주저하면 뒷사람에게 민폐다. 이런 곳에서 가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미리 메뉴를 공부하고 결정 장애가 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1단계에 들어가기 전 먼저, 원하는 사이즈를 정한다. Regular는 2 스쿱의 생선을 담아 주고 Large는 3 스쿱을 주는데, 욕심내서 큰 그릇을 시켜 놓고 다 먹지 못하는 사태가 날 수도 있음에 주의하자. 웬만한 남자들도 대자가 많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보통 사이즈를 시키는 걸 추천한다. 보통 사이즈도 워낙 맛있기 때문에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그릇을 싹싹 비우고 나면 상당히 배가 부르다. 이 단계에서 No Protein의 함정이 있으니, 가능하면 시작부터 틀리지 않게 주문하자. 


제1단계에서는 포키의 베이스가 되는 밥과 샐러드를 선택한다. 흰쌀밥과 현미밥 중에 고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FOB Rice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녹차와 코코넛으로 맛을 낸 FOB Rice를 선호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밥맛이 그리워져서 포키를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는 경우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 베이스 샐러드로는 Mixed Spring, Spinach, Kale, Arugula 등 또는 반반 섞어서 주문해도 좋다. 


제2단계에선 베이스 샐러드에 같이 넣을 추가 야채를 고른다. Seaweed, Halapeno, Sweet Onion, Green Onion, Cucumber 중에서 조금씩 몇 가지를 넣어도 좋다.  


제3단계는 포키의 꽃 Protein을 고르는 시간이다. 참치와 연어 외에도 Scallop, Yellowtail, Shrimp, Octopus 등등 종류가 많고, 2불을 더 내면 장어구이(강추!)를 선택할 수도 있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포키를 먹으러 가는지 모르겠지만, 테리야끼 소고기와 닭고기도 있으니 단백질 선택을 맘껏 하시길.


제4단계에서는 두 가지의 소스를 정한다. 하나는 생선 (단백질) 소스, 다른 하나는 샐러드드레싱이다. 이 곳 시그니처 FOB Poke 소스를 먹어 볼 것을 권한다. 하와이식 일본간장에 참기름을 넣은 소스인데 Wasabi Aioli와 Zesty Mango 소스보다는 내 입맛에 훨씬 더 잘 맞았다. 이 외에도 Creamy Cilantro, Spicy Mayo와 Sesame 소스가 있다. 음… 각종 소스를 다 펼쳐 놓고 생선회를 하나씩 찍어 먹어 보면 좋으련만. 샐러드드레싱에는 Orange Miso, Roasted Sesame, Ranch Chipotle, Cilantro Lime Vinaigrette, Mustard Soy가 있다. 


마지막 5단계가 주문의 하이라이트인데, 무제한으로 토핑을 고르는 시간이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다 일일이 여기에 적기 뭐하니 처음에 오면 Everything 해서 모두 먹어 볼 것을 강추한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계란말이인 Tamagoyaki는 배가 너무 부를 까 봐 나는 종종 스킵한다. 아보카도는 50센트 추가 비용. 게살 살라드와 망고에 달달한 옥수수를 더하고, 그 위에 마사고 알을 잔뜩 얹은 후 (점원이 비교적 양에 후한 편), 바삭바삭한 Fried Garlic이나 Crispy Onion을 얹고 깨소금을 뿌리면 환상의 포키 볼이 완성된다. 


미소 장국은 2불을 따로 내고시켜 먹을 수도 있다. 2불짜리 미소 장국에는 작게 썰은 두부가 장국에 포함되어 나온다. 미스터리 같지만 돈 안 내고도 식당 한쪽 켠에 미소 장국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따로 마련해 두었다. 셀프로 가져다 먹으면 된다. 하도 이상해서 점원에게 두 번이나 확인한 사항인데, 밖으로 테이크 아웃만 되지 않을 뿐이지, 무료란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안심하고 갖다 먹으라. 커피포트에서 커피 내려 먹듯이 미소 장국을 커피 잔에 마시는 기분이 묘하긴 하지만, 입이 댈 정도로 아주 뜨거우니 입술로 들이키지 말고 숟가락으로 한 숟갈 씩 떠 마실 것.   


FOB Poke는 시애틀 벨타운 3가와 Blanchard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옆에 시애틀에 유명한 라이브 뮤직 콘서트홀 Crocodile club이 있으니 구경삼아 이곳에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음. 아마도 콘서트 보러 온 젊은이들의 출출한 배를 달래 주기 위해서인지 FOB Poke는 일주일 내내 오전 11시에서 밤 10시 늦게까지 오픈한다. 참고로, 점심 식사 때나 날씨 특성상 특히 여름에는 주문하는 줄이 문 밖으로 나올 때도 있으니 유의할 것. 행여나 너무 맛있어 그릇 하나를 모조리 비운다 해도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말 것. 그래 봐야 몸에 좋다는 야채와 생선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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