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시
나와 한 평생 같이 지냈건만
너희들을 생각해 본 적은 드물었다
이름을 불러줘야만 깨어나는 존재인 것조차 나는 여태 몰랐지
유치원생처럼 꼬박꼬박 대답을 잘 해
복근? 네!
이두근? 네!
삼두근? 네!
대둔근? 네!
등세모근? 네!
대퇴근? 네!
이름을 부르며 네가 있는 그곳을 향해 마음을 집중하면
너의 우렁찬 소리가 들려
나 여기 있다고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손끝으로 닿을 수 없기에
머리로 너를 더듬어
무던히도 조용했던 너희들
어려서는 말 없는 아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지
작은 소리로 속삭였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듣지 못했어
너의 가는 목소리를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너의 소리가 들려
주로 통증의 소리
아... 아파 아파. 살살.
문빗장이 힘들게 열리는 소리
낡은 원목마루가 우는 소리
울지 말라고
달래고 문질러 보고
마사지해 보지만
오래 참았던 너는 아이처럼 더 크게 목청을 돋우지
그래, 그래 괜찮아
맘껏 소리 질러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