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근육 예찬

#18.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근육 시

by 이효경

아이들이 여럿

울고 불고 싸우고 화해하기를 여러 번

하나가 아님은 확실하다


쌍둥이 아들들이 떠난 자리에

아이들이 티격태격

자리를 잡고 다툰다

내 안에


왼쪽 장딴지 아이가 먼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신경까지 동원해

당기고 쑤신다며

떼를 쓴다


이제 막 걸음마를 가르치기 시작하듯

한 발짝 다리를 띠기도 힘에 겹다

이 일을 어쩌나

이 애를 달랠 길이 없어


오른쪽 둔부 깊숙이 자리 잡은 옹고집 아이

있는 둥 마는 둥 조용히 있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심통을 부리고 토라졌다

내 안에


엉덩이 근육을 오그라뜨린 채

대퇴부와 허리까지 도모해

다리를 뻗기도 힘들게 하니

이 일을 어쩌나

이 애를 달랠 길이 없어


쌍둥이 아이들보다

이 아이들을 돌보기가

열 배는 고되다


열여덟 쌍둥이 아들들의

시간을 시샘하듯

날마다 나의 관심을 끄는

바람 잘 날 없는 아이들


내 안에

내 몸에

나도 모르는

나의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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