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세월호(世越號)가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침몰당한 지 올해로 벌써 만 3년이 흘렀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상상을 초월한 '이 세상 밖의 일'이라는 기구한 이름이 세월호의 운명을 예견했던 것 같아 그 이름을 입 밖에 내기가 조심스럽다.
김탁환 작가는 소설 <거짓말이다>에서 고인이 된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에서는 나경수 잠수사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민간 잠수사와 해경 잠수사 간의 미묘한 관계가 있었음을 소설을 통해 독자는 르포를 읽고 재판을 관람하며 하나씩 그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거짓말이다>라는 제목에서 이미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음모와 진실 공방이 예측된다. 아직도 사고의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침몰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역사상 가장 분노케 한 희대의 가장 어처구니없는, 그야말로 ‘세상을 초월’한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되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꽃다운 고등학생들의 목숨이 진도 앞바다에서 무참히 수장된 것만으로는 모자라, 그 아이들의 시신을 구조하고자 목숨도 아끼지 않고 맹골수도의 거센 조류 속으로 잠수해 들어간 민간 잠수사들을 욕되게 한 어이없는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소설은 그 이야기를 잠수사의 목소리를 빌어 자세하고 실감 나게 전달해 준다. 음모에 가려, 해경이 떠미는 책임에 밀려, 한 민간 잠수사가 어이없게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의 이유는 사고로 순직한 잠수사의 사망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이다. 잠수사는 입이 없어야 (지난 작업에 대한 발설을 삼가야) 또 다음 작업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먹고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불문율을 깨고, 소설의 나경수 잠수사는 ‘입이 있는’ 잠수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재판관 앞에 용감히 증인으로 섰다.
소설은 그가 경험했던 세월호 시신 구조 작업을 통해 일어났던 일들을 상세히 고백한다. 하루 3교대로 잠수를 하며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못해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던 경험뿐 아니라, 시야가 가려진 깜깜한 선체 안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근육이 찢어지고 목 디스크로 통증이 와도 한 사람의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서 가족 품에 돌려주고자 하는 그 일념으로 급살의 조류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순간순간들을 눈물겹게 이야기해 준다.
시신을 안고 포옹한 자세로 선체에서 수면 위까지 올라오는 동안 잠수사들이 느꼈을 생과 사 간의 밀착과 그 공포감은 어떤 트라우마보다도 견뎌 내기 힘들 삶의 각인을 남겼을 것이다. 몸과 정신이 한꺼번에 삶의 저 밑바닥으로 잠수해 버린 것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그가 자신을 추스르고 서서히 물 위로 고개를 들어 보려고 할 때, 세상은 동료 민간 잠수사를 검찰에 기소함으로써 한 번 더 그의 얼굴을 물속으로 처박아 버리고 만다.
결국, 그는 잠수병과 재판 청문회 증인으로 섰던 트라우마와 보조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겪은 생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살 길을 잃고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잠수를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며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도왔던 그가 바닷속처럼 깜깜해져만 가는 자신의 삶을 결국 포기한 것이다.
잠수사의 삶은 바다 밑으로 깊이 내려가는 삶이다. 남들이 가지 못 하는 길을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긴박한 구조 상황에 선체에 들어가 시신을 안고 올라올 잠수 능력이 되는 전문 잠수사들이 별로 없었다. 해경도 하지 못하는 일을 민간 잠수사들이 시신 292구를 몇 달에 거쳐 올리는 막중한 일을 해냈다. 남다른 용기와 체력과 정신이 있지 않고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만약 그들이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였더라면 무리하게 잠수병이 들도록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이없이 죽어간 꽃다운 아이들 때문에, 망연자실해 있는 유가족들을 생각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그들은 고백했다. 진정한 영웅이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이들이 아닐까.
그런 바다의 영웅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대한민국의 땅에 발을 밟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어디서부터 얼마나 잘못된 것일까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세월호 사건 중에 이런 부조리한 일이 잠수사에게 일어났었는지 나는 이 소설을 읽기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세상의 부조리가 어디 뉴스와 매스컴을 타는 것뿐일까. 알면 알수록 가슴이 답답해지는 세상에 잠수사의 감압병에라도 걸린 듯 호흡이 곤란해질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수면 위로 올려 비록 소설의 형태로라도 그 진실을 전하고자 “세월호 이후 심장을 바꿔 끼우고” 소설을 쓰기로 선언한 김탁환 작가가 있다. 잠수사처럼 그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땅히 묵묵히 해낸,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세상을 떠난 김관홍 잠수사의 긴 유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그렇다. 세월호에 대한 진상이 전부 규명될 때까지 ‘세상을 초월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더 나와야 할 것이다. 3년간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이제야 인양이 되어 그 추한 모습을 물 밖으로 드러내듯이, 이 나라의 부패한 민낯의 전모가 물 위로 마침내, 온전히, 모두, 떠오를 그 날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진실은 결코 가라앉아서는 아니 되니까.
그러기 위해선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소설 같은 이 세상을 주의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진실이 자꾸만 가라앉지 않도록. 사람답게 사는 것이 별세상의 이야기가 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김관홍 잠수사와 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편안한 세상을 이제 남은 자들이 만들어 가야 할 의무를 느낀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모두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세상을 초월한’ 그 세월호의 의미를 바르게 찾는 계기를 더 늦기 전에 만들어야 한다. 작가도 말미에 당부한다.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고.
김탁환 소설가가 오는 7월 워싱턴대학교의 북소리에 초대되어 시애틀에 올 예정이다.
올해처럼 적격인 세월(!)이 또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섰고,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해 내는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지난 4월에는 세월호 3주기에 맞춰 김 작가의 새로운 중단편 소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도 함께 들어볼 가장 좋은 세월이 오고 있다.
세월호(世越號) 속 세월(世越)의 이야기를 지금 이 세월(歲月)에 진지하게 나눠 보면 어떨까.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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