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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Jan 04. 2024

내 생애 다시는 없을 청룡의 해.

새해 다짐이 싫다면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다짐해 본다.

더 이상 무너질 것이 없을 것 같았던 2022년을 지나, 엉망진창의 정점을 찍었던 2023년이 있었다.

한 여름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1년 365일을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리던 내가! 더 이상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모두가 소망하는 새 해가 뜨는 날도 기대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시간은 서서히 흘러가는 것,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지지 않기에 나의 삶이 하루아침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리가 없고 새해의 첫날이라고 하여 특별히 기념할 만큼 예쁜 해가 뜨지 않는다. 새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의 일상이 바뀌거나 나라는 존재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일도 없다. 오히려 새해 첫날이라서 무언가를 결심하고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마음먹기’라는 건 새해 첫날에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기대 없는 시간만을 보내는 나를 위로하기라도 하듯 2023년의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와 나의 동생이 꿈에 그리던 길을 밟기 위한 첫걸음이었던 초기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IR자료를 만드는 일이 익숙지 않았던 탓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찰나의 기쁨이 클수록 낙담이 클 확률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반갑지만 긴장되는 소식이었다. 또한 이 반가운 소식은 우리의 역할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해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앞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나의 동생이 힘을 내어서 앞으로 나서야한다는 소리다. 이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최선을 다 하되, 기대는 하지 않는 것


‘최선을 다 하되, 기대는 하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바라고 기대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혹여 그렇지 못할 때 실망할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뻗어가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또다시 새로운 것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 시간들이 무언가를 선물해 줄 것이다’라고. 그렇기에 그 순간의 기쁨에 깊게 빠져 도취되기보다는 어떤 것이든, 내가 지금 당장 할  일을 찾고 시작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에 발행하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리되지 않은, 흩어진 생각들이 내 안에 이렇게 많았나? 할 정도로, 다듬어지지 않은 무자비한 글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왔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생각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정리하고 다시 글을 쓰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날 것에 가까워 너무 뾰족한 문장들을 하나씩 조금은 둥글게 가다듬기 시작했다. 훗 날 내가 보더라도 그 뾰족함에 다치지 않도록 순화시키는 작업이었다. 나만 보는 글인데도 생각을 글로 내뱉고 나니 왜인지 마음이 놓였다. 나라도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종의 든든함 같은 것이 생겼다. 딱히 미룰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맞이할 수밖에 없는 2024년의 시작이 비로소 조금은 가벼워졌다.




1월 2일, 새해를 시작한 후 전해진 가장 첫 번째 소식,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 도착했다!

나 홀로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였던 ‘브런치 작가로 활동 승인받기’는 나의 오랜 고민을 알아주었던 것처럼 한 번에 통과가 되었다. 말 그대로 7전 8기쯤은 각오하며 도전했던 터라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른 속도로 그 첫 결실을 보게 되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과 그것들을 수행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을 떠올리며 또다시 한번 머릿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도 드디어 내가 소원하던 것 하나쯤은 해낸 것 같다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하지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솔직한 생각들을 담아내는 ‘쉬는 공간’으로 명명한 나의 브런치이기에 아직은 아무에게도 이 비밀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같이 사는 나의 동거인들(동생)은 알 수밖에 없으니 살짝 귀띔해주고 비밀로 하라고 단단히 입단속시켜 두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새로 만들었다. 비공개 계정은 아니지만 내가 ‘나’라는 건 비밀인, 비밀계정이다. 비록 팔로워 0명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공간들이 생겨서 이사를 온 것처럼 설렌다.



새 해의 시작을 설렘으로 맞이하게 해 준 청룡의 해. 어쨌든 시작은 좋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6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청룡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의 글쓰기가 한 때 해보고 싶었던 것, 그리고 시도해 봤었던 것으로 남지 않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이번 한 해가
멋있기를, 빛나기를 바라는 것보다
무탈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다른 해보다는 조금은 따스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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