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작가 구은서의 '이유 있는 고전'

최효안의 <압도적 한 문장>

by 최효안


고전 문학을 읽을 이유, <이유 있는 고전>에 밑줄을 긋다


최효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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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안의 압도적 한 문장]

구은서, <이유 있는 고전>, 에코리브르, 2025



고전(古典)에 대한 가장 유명하고 풍자적인 정의를 내린 사람은 단언컨대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전에 대해서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면서도 아무도 읽지 않는 책’('Classic.' A book which people praise and don't read.)이라고 일갈했죠. 미국 풍자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대가답게 고전을 대하는 독자들의 양가적(兩價的) 속성을 시니컬하게 분석한 정의입니다.

고전이 훌륭한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읽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언론사 문화부 책 담당 기자라고 해서 고전이 술술 읽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무릇 저널리스트들은 기사 가치가 있는, 이른바 ‘얘기가 되는 것은’ 어떻게든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욕망이 강렬한 이들입니다. <이유 있는 고전>의 저자 구은서 역시 마찬가지죠. 저자는 “동서양 고전에 대중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은 소망”으로 읽으면 참 좋은 고전들을 선별해서 쉽게 안내합니다. 그럼, 책 담당 기자가 뽑은 고전 속의 ‘압도적 한 문장’을 한번 따라가 볼까요?

이 세상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의 상태와 다른 상태와의 비교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한 자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알렉상드르 뒤마, <몬테크리스토 백작> 中


저자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걸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19세기의 넷플릭스’라고 부제를 달았습니다. 정말 딱 맞는 정의하고 생각합니다. 결혼식 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잡혀가서 무려 14년간 감옥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탈옥한 주인공 에드몽. 감옥에서 만난 은인 덕분에 자신이 감옥에 간 전모는 물론 엄청난 부까지 손에 넣게 된 그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변신해 약혼녀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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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 삽화 / 그림. ⓒPierre Gustave Eugene Staal, 출처. 위키피디아



그러나 그녀는 이미 에드몽을 감옥에 보낸 원수와 결혼한 상황. 이때부터 몬테크리스토 백작, 즉 에드몽의 장쾌한 복수가 시작됩니다. 모든 복수가 끝난 후, 에드몽은 바로 위의 문장을 남기고 파리를 떠납니다. 지난한 복수의 여정을 통해 그가 얻은 깨달음은 인내와 희망만이 불가해(不可解)한 인생을 지탱하는 지혜라는 것.




신이 인간에게 미래를 밝혀 주실 그날까지 인간의 모든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 알렉상드르 뒤마, <몬테크리스토 백작> 中


저자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복수심에 일생을 바친 인간’의 이야기라면, <레 미제라블>은 ‘용서가 한 인간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레 미제라블>은 죄수가 예수가 되는 이야기”라고 정의하죠.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사나이 장 발장. 그러나 미리엘 주교라는 사람의 하해와 같은 온정 덕분에 장 발장은 죄수에서 선인(善人)으로 변모합니다. “그 신부의 용서는 자기에 대한 최대의 공격이요. 가장 무서운 타격”이라고 고백할 정도로 말입니다. 세상의 멸시와 냉대에 아무런 희망이 없던 존재가, 그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타인의 한없는 사랑과 용서에, 결국은 바뀌고 맙니다. 그리고 이렇게 예수로 바뀐 장 발장은 그를 평생 쫓는 형사 자베르마저 변모시킵니다.




그는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마음속으로 그 죄인의 숭고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악을 선으로 갚고, 증오를 용서로 갚고, 복수보다 연민의 정을 선호하고, (....) 저를 때린 자를 구조하고, 덕 위에서 무릎을 꿇고, 인간보다 천사에 더 가까운 징역수. 자베르는 이런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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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의 어린 코제트 삽화 / 그림. ⓒÉmile Bayard, 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스 고전에 이어 이번엔 영국 고전을 살펴볼까요? 영화로 너무나 유명한 <프랑켄슈타인>. 영국의 여성 작가 메리 셸리가 18살에 출간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책 제목인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일 거라고 대부분 짐작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이름이 아니고, 다름 아닌 그 괴물을 만든 과학자 이름입니다. 귀족인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을 창조하겠다는 어마어마한 야심을 실제로 구현합니다. 그런데 인간과 동물의 사체로 만든 이 창조물은 막상 만들고 보니 너무 흉측한 외모입니다. 자기가 창조해 놓고도 프랑켄슈타인은 이름도 안 붙여주고 무시합니다. 홀로 너무 외로운 괴물은 자신의 짝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기껏 괴물의 짝을 만든 뒤 또 파괴합니다. 분노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와 친구를 죽이죠. 그러자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에게 복수하려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결국 괴물은 다시는 자신과 같은 존재가 탄생하지 않게 스스로 사라지러 떠나며 “전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괴물이 묻는 이 질문,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메리 셸리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프랑켄슈타인> 대해 “혐오와 낙인에 대한 우화”라고 정의합니다. “죄짓지 않은 존재가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된 끝에 (사람들의 편견대로) 악행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분석하죠. 2025년 현재, 여전히 그대로 벌어지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지구촌에는 성적 정체성, 피부색, 종교 등 단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으로 특정되어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사회에 이바지하거나 세상에 빛을 더해줄 자질이 충분한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경멸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멸시와 고독 속에서 결국 골칫거리로, 저주받은 낙오자로 전락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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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칼로프의 프랑켄슈타인 괴물 역할 사진. / 사진. ⓒUniversal Studios, NBCUniversal, 출처. 위키피디아



고전은 이렇게 장애우,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주목해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결정적 함의들을 일깨워 줍니다.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한 주제들이 실은 인류 보편의 난제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해결책이 있을까 싶은 사안들이 실은 수백 년 전부터 되풀이되던 이슈였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고전은 시공간을 초월해 수백, 수천 년 전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가장 확실한 나만의 타임머신 고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지금, 바로 고전이라는 타임머신을 탈 최적의 시즌입니다.




고전이 수 세기 동안 전해 내려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죽음, 욕망, 사랑......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작품들이라 시간이 갈수록, 인생을 살수록 이해와 공감이 깊어집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재밌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잊혔겠지요. (...)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을 유혹하는 것입니다. 모쪼록 한 문장이라도 가닿아, 한 편이라도 고전을 펼쳐 들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 구은서, <이유 있는 고전> 中


최효안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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