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교묘한 수법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by 박효범
노트북.jpg

얼마 전에 노트북을 하나 샀다. 100만원이 넘는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서 현명한 소비자인 나는(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노트북 구매를 위한 다양한 고려사항을 고민하며 약 한 달 동안 자료를 수집했다. 검색포털과 각종 블로그, 브랜드별 홈페이지, 중고품 사이트 등을 통해 내가 필요로 하는 가장 적합한 노트북을 찾아가는 동안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찾아봤던, 한 번은 클릭했던 노트북에 대한 광고가 페이스북을 등 SNS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계속 나타난 점이다. 마치 누가 내 행동 하나하나를 추적이나 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 브랜드에서 저 브랜드로 넘어갈 때에도 광고들은 나를 따라왔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광고였긴 했으나, 이런 식의 ‘미행’은 그닥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노트북의 경우는 고가의 제품이라 정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갖은 유혹과 싸우며 합리적인 소비를 한 내 성공사례이겠지,만 가격이 싼 물건들에 대해서는 이런 마케팅의 공격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별로 안 비싸니까’, ‘안그래도 이게 필요했었는데’, ‘광고를 보니 저게 훨씬 좋아 보이는데’ 등으로 쏟아지는 정보들의 연타 공격을 받고 패배한 나를 합리화 시켰다.

지난 해 2019년 11월 가수 00이 자신의 SNS를 통해 “XX처럼 사재기좀 하고 싶다”라며 음원차트 조작 의혹을 받던 선후배 가수들을 공개 저격함으로써 2012년부터 논쟁이 되던 음원 사재기 의혹에 불씨를 붙였다. 음악계도 대부분의 수익을 소수가 가져가는 대표적인 멱법칙의 세계이다. 일단 차트에 올라간 가수의 음원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소비가 이뤄지게 된다. 그에 반해 차트에 오르지 못한 음원은 소비자에게 판단조차 받지 못한다. 음원차트 조작은 마케팅으로 인해 언제든지 소비자들을 속일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알리고 팔려는 방법은 점점 교활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TV나 신문을 통해 광고하고, 직접 발로 뛰며 제품홍보를 했다면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빅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뿐만 아니라 인지심리학까지 동원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미국에서 20년 넘게(2010년 기준) 세계적 기업의 CEO, 광고 실무자, 마케팅 전문가들과 함께 일한 마케팅 컨설턴트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나 지능적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며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9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누어 설명하며, 책을 읽은 독자들이 보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오늘날 숨어 있는 ‘최첨단’ 설득자들이 우리를 브랜드워시하기 위해 꾸미고 있는 계략들을 이해해야만 소비자로서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 p.15.

첫 번째는 자기통제력이 약한 아이들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성인의 53%, 10대 청소년의 56%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브랜드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칭얼대는 아이들로 인한 충동구매율이은 점을 점을 적극 활용한다. 또한 모성애를 자극여 추가적인 소비를 유도한다.

두 번째는 공포와 죄의식을 조장하여 소비하게 하는 마케팅이다. 마치 구매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광고와, 소비하지 않으면 뭔가 죄를 짓는 듯한 감정을 유발하는 광고를 통해 돈으로 위안을 사도록 유도한다.

세 번째는 쇼핑에 중독되도록 하여 소비하게 하는 마케팅이다. 시각, 청각 등의 오감을 자극하여 제품을 갈망하게 한다. 심지어 MSG, 카페인, 설탕과 같은 실제로 중독을 유발하는 성분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네 번째는 성적 매력을 적극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마치 이 제품을 사용하면 굉장한 성적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환타지를 조성한다던지, 미소년를 광고에 적극 활용하여 청소년과 그 부모까지 소비토록 유도한다.

다섯 번째는 관계를 중요시 하는 인간의 본능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동료압박peer pressure’이라는 인간의 심리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들도 원하고 갖고 있으니 나도 속하기 위해서는 소비해야겠다고 느끼도록 한다.

여섯 번째는시간차이를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 같이 유도하거나, 해지고 낡은 모양이 주는 ‘진정성’을 그럴싸하게 사용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 소비를 유도한다.

일곱 번째는 유명인을 활용한 소비자의 성공욕구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영국 왕실 인증’이라던지 스타가 광고하는 제품이 소비함에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이성적으로 대답하지만 실제로는 ‘감성’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소비하고 있다.

여덟 번째는 건강, 희망, 행복, 믿음, 순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요소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오가닉’, ‘생과일’ 등의 문구를 활용한 과대포장, ‘친환경’ 또는 환경을 살린다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소비하게 한다.

아홉 번째는 마트에서 활용하는 꼼수들이다. 포인트 적립, 할인 쿠폰 등을 활용하여 수집한 소비자들의 쇼핑정보를 데이터 마이닝으로 분석하여 맞춤식 제품을 광고한다던지,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같은 물건의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는 최첨단 방법으로 소비를 유도한다.


이 책은 소비자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마케터들을 위한 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러 가지 마케팅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며 소비자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어이없이 속을 수 있는지를 잘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2010년에 출판된 이 책은 매우 다양한 예시를 포함하고 있으나 지금 보기에 시기가 지난 예도 있고, 대부분이 미국 브랜드이어서 한국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마케터들은 자기 제품을 소비토록 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계속 조종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이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보다 지금 소비자들도 많이 똑똑해 졌고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상당부분을 잘 알고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적으로 어쩔 수 없이 속임수에 빠져드는 사례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마케터들과 소비자들의 지능싸움은 점점 지능화 되고 복잡해지며 발전할 것이다.


이 책 저변에 깔린 가정은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약점들을 교묘히 사용하는 마케터들은 ‘합리적 소비’라는 선을 행하지 못하게 하는 악으로 인신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생과일이 0.1%밖에 들어가지 않은 생과일 주스를 생과일이 0.1%밖에 안들어갔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생과일 주스를 먹는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면, 이는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 볼 수 있는가? 소비자를 속이는 마케팅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이는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제품이 아닌 만족감이나 우월감, 자신감 등 감정을 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측면에서 마케팅의 여러 수법들을 소비자가 알고, 그렇더라도 이 소비를 만족하고 원한다면 마케팅을 무조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마케터들과의 싸움으로 오는 피곤함을 덜고 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광고 노출을 줄여아 한다. 즉 광고가 나올 때는 의식적으로 거를 필요가 있다.(다른 것에 집중한다.) 또한 모든 광고에 의문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나만의 제품확인 기준을 갖는다. 제품사고사례도 찾아본다면 현명한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만의 제품확인 기준에 더해서 광고를 바라보는 기준, 소비의 기준을 확실히 정립한다면 멍청한 선택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 ‘모겐슨 가족 프로젝트’를 실행한 결과를 설명한다.

“아무런 의심 없는 이웃 주민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상류층 동네로 이사를 간 비밀 마케터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2010년 할리우등 영화 <존시스The Joneses>에서 영감을 얻어 나는 간단하고도 야심찬 프로젝트를 세웠다. 목표는 구전 효과의 위력을 시험해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구전 효과’는 앞에서 설명한 9가지의 어떠한 마케팅 효과보다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여성의 경우 어떤 여성이 새로 나온 보석, 스킨케어, 부츠, 디자이너 가방 등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입거나’, ‘사용할 때’, 남성의 경우 영감을 자극하고 돈이나 권력, 그리고 세계적인 성공을 상징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추천했을 때,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까지도 아주 손쉽게 소비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음에도 어느 누구도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오늘날 마케팅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기업이나 CEO, 또는 거대한 예산을 자랑하는 마케팅 부서에 있지 않다고, 미래 권력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소비자가 전례없는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들은 더욱 투명해져야 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마케팅의 특성상 시대의 흐름을 타는 책이다. 2010년 그 당시에는 큰 이슈를 몰았을지 몰라도 지금의 진화한 소비자들에게는 상당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어쩌면 시시한 마케팅 수법들이다. 그러나 마케터와 소비자와의 치열한 전쟁이 지속되는 지금, 어떠한 방법들을 써 왔으며 어떻게 속아넘어갔는 지를 사례 공부하듯이 훑어본다면 보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의 도덕적, 윤리적 역할과 감시자로서의 소비자들의 역할이 점점 커 가며 중요해진다는 저자의 10년 전 해안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이 책이 갖는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덧.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넛지'가 있다. 2009년에 나온 이 책은 사람의 결정에 있어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넛지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오류들에 대해 분석하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넛지(마케팅)이 아닌 사람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한 넛지를 설명한다. 좋은 넛지와 나쁜 넛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마케팅은 어디에 해당하는 지 고민하면서 본다면 두 배의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