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쯤,
자전거 사고가 있었다.
내리막길에 속력이 붙은 자전거는
꽤나 빠른 속도로 까칠한
아스팔트길을 가로질러 내려갔고,
순간 급정거를 한 듯
멈추어버린 자전거와,
앞으로 가려는 내 몸의 반동이
강력하게 맞붙었다.
나는 순식간에 공중에 붕 떴고,
사포 같이 거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덕에 왼쪽 눈썹 가장자리와 허리춤,
발목에 꽤나 진한 흉이 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상처받은 마음들도 이 흐릿해지는
상처와 마찬가지일까, 하는.
몇 달째 이 상처들에
흉터연고를 바르고 있는 것처럼
상처받은 마음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자기가 아프다며
걸핏하면 상처를 상기시키는데,
이를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면
마음에도 흉이 진다는 생각.
돌아보면 여기저기에 푹푹 파인
구멍들이 어느새 커져서 나도
모르는 새 그 구멍 속에 갇혀버린 것 같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스쳐 지나는 잔상 같은 생각들….
스며드는 무기력함, 지루함 그리고
반복되는 것들에 대한 권태감들이
쉬이 떠날 생각을 않는다.
마음의 구멍엔 언제쯤 새살이 돋을까,
이 흉은 연해지긴 하는 걸까.